국민연금 웹진 2012 봄호
・문화생활 > 화제의 인물

스티브잡스

글·이경주 / 서울신문 경제부 기자

사진·민음사 제공(스티브 잡스)

‘로그인’

뉴욕에 가면 애플스토어를 보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2010년 8월 출장차 첫 방문을 했고, 뉴욕현대미술관 (MOMA)이나 센트럴파크, 엠파이어 스테이스 빌딩, 그라운드 제로(뉴욕 세계무역센터의 붕괴지)보다 애플 전 자기기를 파는 애플스토어를 가장 먼 저 들렀다. 온라인 세대의 성지 정도 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당시 난 막 출시된 아이패드를 사려 했고, 물론 품절이었다. 바로 옆에 관광객을 상 대하는 전자제품 가게에서 확보해 놓 은 물건을 찾았는데 원가격의 10배를 불렀다. 그 점원의 설명이 가관이었 는데“당신은 전자제품이 아니라 애 플이나 잡스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 다. 당연히 안사고 돌아서 나오는데 영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Simple is best(간단한 것이 최고)’

사진 속 애플스토어를 보면 알겠지 만 그의 디자인 철학은‘Simple is best(간단한 것이 최고)’정도 되겠 다. 그래서 지난해 10월5일 타개한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그가 사랑 했다던 뉴욕의 애플스토어가 연상된 다. 사실 가게는 지하에 있다. 들어가는 문이 사진처럼 유리 큐브로 되어 있다. 내가 방문했던 2010 년에는 이 큐브는 90개의 작은 큐브로 만들어져 있었다. 최근에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보니 5개월간 74억원(660만 달러)을 쏟아 부 어 이 큐브를 15개로 줄였다. 무엇을 덧붙이거나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만드는 데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 그게 잡스다. 유리 큐브를 들어서면 유리 계단을 통해 지하 매장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전시해 놓은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법을 모르면 점원을 부르고, 그마저 필요 없다면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다. 실제 이곳에서 기기를 구매하는 경우는 그 리 많지 않다. 일종의 실험을 위한 놀이터이자 문화공간으로 인식 된다. 잡스가“즐기지 않으려면 떠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의 여동생인 심슨은 추도식에서 그가 아이들과 부인 로런 파월 을 오랫동안 응시한 뒤“오 와우. 오 와우. 오 와우.(Oh wow. Oh wow. Oh wow.)”라고 말한 후 영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잡스가 중시한 것은 참신함보다는 아름다움이었고, 트렌드에 휩쓸리는 것 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잡스는 투병 중에도 자신의 얼굴 에 쓰인 마스크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다섯 개를 더 가져오면 내가 고르겠다”고 말했다.

‘독설가’

그의 화법도 디자인 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명확하게 선을 긋고 모호한 표현을 배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전기에서 버림받 은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폴 잡스, 클라라 잡스)를 “1000퍼센트 부 모님”이라고 칭하며 애정을 표현했고, 생부모에 대해서는 “정자 은행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잘나가던 IT기업들이 쇠퇴하는 원인에 대해 “세일즈맨이 운영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스티브 발머의 마이크로소프트(MS)를 혹평했다. 그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혁신을 꾀하고 독점에 가까운 기업이 되면 제품의 질을 경시하기 시작하고 훌륭한 세일즈맨들에게 가치를 두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IBM의 존 에이커 스는 환상적인 세일즈맨이었지만 제품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고 제록스도 마찬가지였다고 평가했다. 또 잡스는 오바마에게 “대통령께선 지금 단임 대통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면서“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행정부가 더 기업친화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미국의 교육 시스템이 속수무책으로 낡았고 교원 노조 때문에 절름 발이가 됐다. 학교장이 능력에 따라 교사를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게도단점은있었다

그는 젊은이들이 좀 더 철학적인 문 제들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이상을 추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경영수업만 열심히 받지, 철학적 문제들에 시간을 쏟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경력과 취업에만 신경을 쓰는 젊은이들에게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도 후계자를 양성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다. 아직 잡스의 후광으로 애플 사의 실적은 굳건하지만 머지않아 후계자의 부재가 실적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잡스는 사실 2004년부터 췌장암으 로 투병했다. 때문에 승계 계획을 세울 시간이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현재 애플의 새 리더인 팀 쿡은 제품을 만드는 리더이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아니라는 평이 많다. 향후 회사의 심각한 리스크로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승계 계획’은 후임자를 단순히 지명해 놓는 것이 아니라 후임자 후보군을 사전에 선정하고 CEO에게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해 체계적으로 CEO를 길러내는 시스템이다. 글로 벌 기업 GE의 잭 웰치나 제프리 이 멜트는 6년 정도의 승계 계획을 통해 육성 및 선발됐으며, 인텔은 현직 CEO가 직접 승계 후보자를 대상으로 직무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 하다.

‘로그 아웃’

기업인 스티브 잡스에게 인생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위대한제품을 만드는 것. 두번째는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영구히 운영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예술가 스티브 잡스는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망이 있어 훌륭한 예술가와 훌륭한 엔지니어는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과학에도 능통 했다. 그리고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