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웹진 201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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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국민연금

윤미림 / 노령연금수급자

2000년 3월 7일 화요일,

그 때 나는 예순 세 살이었다. 낮에 집에 서 무심코 신문을 읽다가, 기사 제목 하나 가 눈에 들어왔다. <60-65세 특례노령연금 이달 마감> 나이 들고 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 들에게 5년 기한으로 소정의 보험료를 불입하면, 연금을 수령하게 하는 특별 제도였다.

나는 연금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기 때문에, 연금이라는 단어에는 적극적인 관심이 없었다. 1960년대, 교육공무원들에게 연금제도가 실시된다는 말은 들었으나, 나와는 인연 없는 일이었다.
내 머리에는 연금에 대한 정확한 개념조차 들어있지 않았다. 더구나 나는 가족 없이 살고 있어, 혼자 속으로 오래 살면 안 된다고 늘 생각하며, 40세 무렵부터 독신 친구들을 만나면,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다. 가족이 없는 우리는 60까지 살았다간 큰일나, 벌어놓은 돈도 없는 데, 병나면 누가 돌봐 줘?
생명은 본인 의지대로 조종이 안 되는데도, 앞날을 그렇게 예단해 버리며 살아왔다. 60까지 살면 안 된다면서도, 나는 멀쩡하고 건강하게 60까지 살고 있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61세 되던 해부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품 발표하는 게 수입에 보탬이 되지 않고, 사람들 만나고 작품이 실린 잡지 구입에 오히려 지출만 늘어났다. 그나마 작품을 수입 과 연계 지어보려고, 우수한 작품을 심사로 선별하여 출판을 지원해준다는 기관 담당자 설명 을 믿고 작품을 보내 봐도, 실망스러운 결과뿐이었다.
간혹 작품 재미있다며 가져가는 출판사에서는, 처음엔 친절하다가 교정 들어갈 단계에 이르면 말이 달라졌다.“ 서점에 책이 나가면 전량 구매해주셔야 합니다.”
자기 책을 자기가 전부 사들여, 가짜 베스트셀러를 만들자는 얘기였다.
일부 출판사의 몸에 배인 부정직에 선량한 국민만 피눈물 흘리는 꼴이었다. 그럴 무렵, 1999년 초부터 국민연금 파동이 일어나 국민연금에 가입하더라도 앞으로 연금 지급이 어려울지 도 모른다는 불투명한 소문까지 돌았었다.


그런 어수선한 상황인데도 2000년 3월 7일,

나는 허탕 치는 셈치고 특례노령연금 22등급에 가입했다. 5년 동안, 총액, 3,366,000원을 불입 하면, 5년 후부터 매월 약 9만원 정도의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는 조건이었다.
5년 후 순조롭게 매월 9만원을 받게 된다면, 안면 있는 지인의 권유로 가입했던 ○○연금도 2002년 4월부터 24만원 나온다고 했으니까, 두 연금을 합하면 최저 생활비는 될 것 같았다.
○○연금은 1991년 4월부터, 매월 10만원 씩 11년 동안, 보험료를 불입한 상품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연금이 수령 첫 달부터 삐걱거렸다. 연금액도 반 가까이로 뚝 떨어지고, 준다던 배당금도 약속 불이행으로 꽝. 꽝.

국민연금은 또 얼마나 실망을 줄까 싶어,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가입한지 5년이 경과한 2005년 3월 31일,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처음에 약속했던 대로 연금 91,950원을 내 계좌로 입금은 물론, 매년 물가 상승률에 따라 연금을 인상해주었다.
반갑고 놀라웠다. 그 모든 과정이 조용한 가운데 순리로 진행되었다. 국민연금이 가입자들에게 믿음을 준다는 것, 그 점 하나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소중한 특례노령연금,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정직한 국민연금을 나는 진심으로 신뢰하고 사랑한다. 깊은 은혜를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