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배우, 고아라
이형석 / 헤럴드 경제 기자
“영화배우로 상도 받고, 연애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학교에서 공부도 잘 했으면 하고요. 다양한 경험을 다 해보고 싶습니다. 영화도 사극, 멜로, 액션 등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거예요.”
20대에 이루고 싶은 꿈도 욕심도 많다. 배우 고아라는 올해 22세가 됐다. 임진년은 시작부터 특별하다. 지난 1월과 2월, 영화‘페이스메이커’ 와 ‘파파’ 등 2편의 출연작이 잇따라 팬과 관객들을 만났다. 겨울 바람이 매서운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아라는 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씩씩하고 영리하게 자신을 표현했고 새해의 소망과 당찬 포부를 밝혔다. “좋아하는 일로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반올 림’이 배우로서의 운명을 결정지은 작품이었죠. 그렇지만 제가 가야하는 길이 맞나, 잘 가고있나 라는 질문이 문득 문득 떠오르곤 했어요. 이제야 확신을 가지게 됐어요.”
‘페이스메이커’에서 고아라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종목의 국가대표 육상선수 역할을 맡았다. 극중‘미녀새’로 불리며 국민요정으로 각광받는 스포츠 스타다. 고아라는 무거운 장대를 감당하기 위해 5㎏이나 체중을 늘렸고 10㎏짜리 덤벨을 들면서 근육도 키웠다. 지난 해엔 ‘페이스 메이커’ 촬영에 이어 쉴 틈없이 애틀란타로 날아갔다.‘ 파파’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미국으로 도망간 톱스타를 찾다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 버린 매니저 춘섭(박용우)과 인종ㆍ피부색이 다른 다섯 동생을 거둬 먹이기 위해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준(고아라)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코미디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족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극중 고아라는 동생들을 위해 상금을 목표로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여기서 고아라는 아이돌 그룹 멤버 이상의 뛰어난 노래와 파워풀한 춤 실력도 보여줬다. 춤과 노래도 대단하지만, 영화 속에서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고아라의 자연스러운 영어 연기다. 다른 한국 배우들이 보통 영어로 대사를 할 경우 외국어 구사에만 급급한 것과는 달리 고아라는 감정까지 온전하게 실어낸다.
“영어는 어머니께서 다섯 살 때부 터 배워 주셨어요. 그래도 영어에는 사투리도 많고 똑같은 문장이나 대사도 발음과 억양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감정을 실어서 연기하는게 쉽지 않았죠. 두달 간 미국에서 촬영했던게 문화와 분위기를 익히는데 도움이 됐죠. 노래는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김형석 작곡가께서 하면서 느는 애는 처음 봤다고 하시더군요. 하하. 기타도 가장 어렵다는 F코드부터 스파르타식으로 배웠고, 춤까지 임무 수행하듯 준비했어요.”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외국어면 외국어.
이 여배우, 참 다재다능하다. 고아라는 여중생
시절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발탁되자마자 몇 달 후 오디션을 거쳐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고아라는 데뷔 전 잠시 3인조 소녀그룹으로 춤, 노래 훈련을 받기도 했다.‘ 파파’의 호연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고아라는 어린 시절 아나운서의 꿈도 있었지만 ‘반올림’이 연기를 고아라의 숙명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10대 초반부터 배우로서, 연예계 스타로서 살아온 고아라에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건
부모님이다. 국어 문학 선생님이었던 엄마는 늘 길잡이가 되고 후원자가 돼주시는 멘토이자
자식의 앞길을 열어주는 1등 페이스메이커다. 지난 두 편의 영화를 찍는 동안 육체적, 기술적 단련이 필요한 작업이 계속됐고 긴장과 부담이 컸다. 그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어떤 일이
닥치든 즐기면서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우리딸 아라”라고 응원해준 것이 버팀목이 됐다고
한다.
고아라는 현재 중앙대 연극영화전공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올해는 학업에 대해서도 각오를
다졌다. “어쩔 수 없이 한 학기를 쉬었지만 그래도 학교 다닐 때는 꽤 열심히 했거든요. 요새는 연예활동 한다고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것을 용서해주지 않는 분위기에요. 좋을 때는 학점도
잘 받았어요. 지금까지 6학기를 마쳤는데 올해 1학기는 꼭 다시 등록해서 열심히 다닐 생각이에요” 몇 년간 주연급 기대주들에 목말랐던 한국영화계에선 지난해 ‘완득이’의 유아인, ‘고지전’의 이제훈, ‘티끌모아 로맨스’의 송중기 등 20대 초중반의 차세대 스타들이 떠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면 비슷한 또래의 여배우 중에선 주연급 스타가 여전히 ‘가뭄’이라고 할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다재다능한 여배우, 고아라의 활약이 더욱 반갑다. 고아라, 그야말로 흑룡의 해에 한국영화가 문 ‘여의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