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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인생 동반자,국민연금
고등부 우수상 황다정
삶이라는 특권
정신없이
시간에 쫓겨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은 피곤한 삶으로부터 해방될 순간을 항상 고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무능력해짐에 따라 사회에서 버림받게 되는
노년기 때만은 바쁘게 살아온 대가로 그 동안 고이 아껴서 잘 감아왔던 자유로운 시간의 실뭉치를 조금씩 풀어가며 화려했던 젊은 시절 못지않게 남은
여생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단란한 가정에서 안락한 삶을 살아가려 한다.
이러한 꿈을 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국가 안에서 또,
저마다 다른 분위기의 작은 가정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존재한다’라는 말은 <거기에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거기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거기에 속한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거기 있는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존재, 누구 또는 무엇과도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존재는 없다는 말이다.
이처럼,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부여된 삶이라는 특권을 참되게 누릴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탓에 그런 기회를 1분 1초도 쥐어보지 못하고, 장미빛 인생과는 동떨어져서 지내고
있다. 또한, 불운하게도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소중한 기회를 한 순간에 빼앗겨 버린 사람, 나이가 들어 직장을 잃게 된 사람 등을 볼 때면 그
기회가 결코 영원토록 우리 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급변하는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우리를 감싸고 있음으로써 우리는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그러한 불안에 동아줄처럼 내려와 생활에 안정을 뿌리깊게 심어주고 널리 뻗어가고 있는 것이 국민연금이라 할 수 있다.
거칠고 메마른 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단비이듯, 우리의 노후 생활에는 국민연금이 단비가 되어 항상 촉촉한 땅을 유지시켜 줄 것이다.
작은 빛이
모여 온 세상을 비추듯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 아래,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19세기말 독일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는 젊은 시절에 조금씩 보험료 형태로 납부되었다가 나이가 들어 은퇴하거나 예기치 못한 질병과 장애, 산업화 사회로 더욱
늘어난 각종 재난 등으로 소득 능력을 상실하였을 때, 본인과 그 유족에게 매달 연금으로 지급되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은 풍족하고 단란하던 젊은 시절의 생활을 인생의 두번째 출발점인 노후생활까지 연장함과 동시에
예전의 굴곡이 심하고 울퉁불퉁하던 길을 바르고 평탄한 길로 바꾸어 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국민연금이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더욱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요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 보도록 하자.
첫째, IMF 이후 경제구조조정과
조기 퇴직이 일반화됨으로써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간에 소득격차가 심화되었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충분히 좁혀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많은 보험료를 내고, 훗날엔 연금을 더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수령하는 연금의 격차는 납입한
보험료의 격차보다 적기 때문에 여기서 바로 소득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이웃을 돕는 사회부조가 생겨나게 되고, 이로써 국민연금이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누구에게나 사고와 질병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도시화와
산업화 등으로 인하여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 각종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여 본인과 가족의 생활안정대책의
마련이 시급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을 개인 또는 가정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사회
구성원간의 공동체적 연대와 세대간의 부양시스템에 기초를 둔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하나의 가느다란 나무 젓가락은 한 손으로도 쉽게
부러뜨릴 수 있지만, 아무리 가는 젓가락일지라도 여러 개를 한꺼번에 부러뜨리려고 한다면 혼신의 힘을 다하여도 쉽게 부러뜨릴 수 없는 것처럼
국민연금제도는 마치 극한 상황에서 화합이 절실할 때, 흔히 하는 말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연상케 한다.
셋째, 삶의
방식은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 제도나 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산업 사회의 영향과 함께 서구의 생활 양식이 유입되면서, 현대
가정은 전통적인 부모와 자녀간의 종적 관계로부터 부부가 중심이 되는 횡적 관계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가족화의 붐이 일고,
유?소년층과 청?장년층의 비율이 증가하는 노인인구와 반비례 관계를 보임으로써 노인 문제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어버이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는 반면에, 자식이 어버이에게 주는 사랑은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는 것처럼 어렵게
생각함으로써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부담처럼 여겨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 힘으로 자신의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시기를 벗어날
즈음이면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일할 여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미리 염려하여 기반이 탄탄한 국민연금에 자신의 미래를 투자하기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민연금제도일지라도 아직까지는 온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 않다.
그
속에서도 앞날을 밝게 내려다 보는 어느 연구 보고서의 결과를 따르면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이 되는 지난 2월에는 약 64만명이 매달
연금을 지급받고 있으며, 시행 20년이 되는 2008년에는 약 245만명이 연금을 받아 생활하게 되는 본격적인 국민연금 생활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 생활시대가 코 앞에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선진국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만 있을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직장근로자를 대상으로 국민연금을 시작한 이래 1995년 농어촌 지역주민, 그리고 1999년 4월 도시지역 가입자를
끝으로 전 국민에게 확대하여 매달 보험료 형태로 납부되고 있는 연금 보험료를 보면, 선진국 중 스웨덴의 경우에는 매달 자기 소득액의 20%
이상을 납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자기 월 소득액의 10%도 안 되는 보험료를 내는 것도 꺼려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선진국이라는 계열에 우리 나라의 이름이 오르길 바라는 것조차 너무 성급한 일이 아닌가
싶다.
선진국과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서 우리 주위에는 하루 살기가 급급한 사람들이 여럿인데, 지금 당장 우리 나라 역시 그들 나라처럼 한
달 소득액의 5분의 1을 납부해 가며 뒤쫓아 가려고 한다면 그것은 불필요한 열등의식에 의해서 일어나는 과잉반응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오늘의 여러 선진국들이 안정된 국민연금제도 아래, 비교적 적은 빈부격차로 골고루 잘 살 수 있게 된 것을 화석이 생성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을 보자면 퇴적과 침식이 수 차례 반복됨으로써 서로 다른 두께의 층이 생겨나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되면 비로소, 두꺼운 지층 사이로 우리가 화석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예기치 못한 IMF 한파에 부딪힌
것을 화석의 생성과정 중 침식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침식 단계는 화석이 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에, 우리 역시 지난 IMF 한파도 거듭
발전하여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히 겪어내야 했을 당연한 과정 중에 하나였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겠다.
비록 아직까지는 국민연금이 한쪽으로
치우쳐 고르게 보급되어 있지 못한 이유로, 여러 어려움 속에서 원래 목표를 수행이 쉽지 않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 힘겨운 한파와 부딪히게
되더라도 쉽게 굴하지 말아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이면 백전백승(百戰百勝)’란 말이 있듯이 국민연금이 골고루 퍼지게 되더라도 반드시
뒤따르기 마련인 여러 가지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예측하여 사전에 이를 방지해야 겠다.
특히, 국민연금 지급시 형평성 차원에서 성실히
미래를 준비한 자와 준비하지 않은 자를 가리고 성실한 근로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만이 벌레를 잡아 먹을 수 있듯이,
보다 먼저 노후를 준비하여 성실한 면모를 보여주는 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그들의 구성원들에 대한 최저
생계비 수준을 설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국민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공적부조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적부조에 의한 최저
생계비의 제공에 의존하는 사람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실히 소득활동을 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비용까지 부담하게 됨으로써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퇴직 후의 부담이 국민 저마다의 소득액에 적당하도록 부여하며 그
부담액이 전체적으로 분배될 수 있게 하여 최저 생계비에 의존하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국민연금이 시행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하지만, 마치 자기 자신의 몸을 태움으로써 생겨나는 작은 빛으로 주위를 밝혀 주는 촛불은 자기 주변
가까이만 밝혀 줄 수 있지만, 국민연금제도는 촛불 하나 하나가 모였을 때 온 세상을 밝힐 수 있는 것과 같아야 한다.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소득 격차를 줄여주고, 도처에 널려 있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며, 노인문제를 우리 눈 앞에서 깨끗이 지워줄 우리들의 든든한
인생 동반자, 국민연금!
우리는 그러한 국민연금과 함께 복잡한 거미줄에 걸려서 점점 더 정신이 메말라 가고 있는 지금에도 선진국을 향해,
복지국을 향해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마라톤에서는 뛰어난 전신 지구력,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되듯이 우리는 탄탄한 경제기반을
갖추고 각자 맡은 바에 충실함으로써 온 국민이 무사히 완전정복을 할 수 있는 날까지 힘찬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