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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우수상)어머니를 지켜주는 막내동생 같은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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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3/08/20

조회수

2116

내용

제5회 우수상
어머니를 지켜주는 막내동생 같은 국민연금

박성우/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어머님은 43년생으로 올해 58세이며, 2년째 유족연금을 받고 계신다. 95년 7월 농어촌 주민에게 국민연금이 확대 시행되었을 당시 어머니께서 아버지 이름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셨다. 당시 나는 다른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어느 때인가 집에 내려와 보니 "국민연금 가입자 증서"라는 것이 2개가 있었다. 중요한 문서인 양 장롱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계셨다. 한 장에는 아버지 이름이 적혀 있었고, 다른 한 장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민연금이 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 딴에는 '아버지께서 보험이라도 들어 놓으셨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내 보험까지 들어주신 아버지의 자상함에 잠시나마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국민연금이라는 존재는 잊고 지냈다.

아버님은 평생 목수로 일하셨다. 전국 각지에 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다니셨다. 객지에서 몇 달씩 혼자 지내신 적도 많았고, 타는 듯한 뙤약볕과 귀를 에이는 추위도 가리지 않으시고 일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니셨다. 힘든 일 때문인지 다른 분들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였다. 머리카락은 하얗게 되셨고, 얼굴은 검게 그을린 데다, 손은 거칠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든든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가슴에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 정성스럽게 해드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살갑게 밖으로 표현을 하지 못했다. 평생을 그렇게 힘겹게, 열심히 살아오신 아버지! 5남매 모두 반듯하게 키워놓으시고 이제야 허리 펴고 사실 때가 되니까 소리 없이 불행이 다가왔다. 위암 판정을 받으신 것이다. 발견당시만 해도 다행히 말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수술하면 완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병원에서도 수술을 권유했다. 하지만 아버님은 수술을 거부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친지들이 오면 '그냥 내버려둬라 계속 그러면 집을 나가버린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수술을 완강하게 거부하셨다. 그리고는 당시의 초췌해 가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셨던지 빈방으로 거처를 옮기시고 생을 정리하기 시작하셨다. 평생 짊어진 무거운 삶의 굴레를 그만 벗어 던지고 싶으셨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사코 수술을 거부하신 이유는 간단하다. 비록 말씀은 달리하셨지만, 수술비용과 수술하고 난 후 일을 못할 경우에 가족에게 미치는 경제적인 문제를 염려하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며 취직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5남매 중에서도 나에게 큰 기대를 하고 계셨다. 그래서 행여 공부하는데 방해나 되지 않을까 싶어 가족들에게 각별히 입 단속을 시키셨고, 나는 한동안 아버지의 '암'소식을 까맣게 모르고 지냈다.

그러면서도 말일이면 어김없이 통장에 학원비며 생활비를 넉넉히 넣어 주셨다. '남자는 주머니가 비어 있으면 움츠러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당시 집안에 돈 들어갈 곳이라고는 생활비를 제외하면 내 학원비가 전부였다. 아버님은 당신께서 살아서 하실 마지막 일이 내 뒷바라지라고 생각하고 계셨다. '내 뒷바라지 때문에 수술을 포기하신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려온다. 그렇게 결국 아버님은 가족을 남기고 떠나셨다.

생전에도 집을 비우신 적이 많았기 때문에 꼭 '잠시 집을 떠나서 먼 곳에 계신 것'만 같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의 빈자리는 크게 다가왔다. 집안 여기저기 손봐야 할 것이 생길 때, 기르고 있는 개가 병들어 주사를 놓을 때, 아버지가 정성스레 가꾸던 나무들이 시들어 갈 때, 제사상에 놓을 밤을 깎을 때 등등 많은 부분에서 아버지를 떠올리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홀로 남은 어머니에게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자식들은 5남매 있었지만, 나는 공부한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드릴 수 없었고, 여자 형제는 둘 다 출가했지만 사는 게 변변치 못했고, 동생은 군인이었고, 돈을 버는 사람은 운전일을 하는 형 혼자였다. 그나마 형도 운전을 하다가 대형사고를 2번이나 내어 그 뒷감당하느라 몇 년째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다.

이렇듯 자식들은 많지만 모두들 여유가 없고 '즈그들 먹고 살기도 바쁘기' 때문에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기댈 수 없었고 당신의 생활비 정도는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자식이 많아도 소용없다'는 옛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막막하셨던지 어머님은 공공근로 일을 다니기 시작하셨다. 다른 사람에게도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계속 일 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일을 못하고 지나가는 시간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도 빠듯한데, 각종 공과금 고지서라도 나오면 거친 한숨을 몰아 쉬곤 하셨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어머님에게는 국민연금이 지급되고 있었다.

자식들이 변변치 못하여 어머님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때 국민연금이 어머님 곁에서 자식들의 역할을 대신했던 것이다. 이제는 나도 취직하여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생활비 정도로 조금씩은 드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없다면 적은 봉급에서 그만큼 더 지출이 늘어날 것이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매월 지급되는 국민연금이 있기 때문에 나도 국민연금의 간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내 생활도 있는 터라 마음 같지 않게 충분한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어서 늘 죄송할 뿐이다.

95년 7월, "나라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 해야된다"면서 마을 이장님이 재촉하고, '동네 사람들도 하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남들 따라서 연금을 신청 하셨단다. 그 후 아버지께서 아시고는 '그걸 뭐하러 신청했냐. 생돈이 그러게 많냐'면서 생난리를 치셨다는 말씀을 나중에 어머님께 들었다. 그 말씀만 듣고도 당시 집안에 어떤 일이 일어 났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마도 한동안 아버님께 많이 시달리셨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당시 연금을 신청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아버님도 아주 적은 금액을 납부하셨다. 한 달에 10,000원 정도를 납부하셨고, 정확히 36개월 납부하신 후 돌아가셨다. 그것도 어머님이 아버지께 욕 들어가면서 납부하신 것이지만, 3년 동안 납부한 보험료는 고작 36만원 정도지만 현재 어머님께서 매월 받고 계신 유족연금액은 매달 130,000원 정도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처음 3개월 동안 지급 받은 연금만 합해도 3년간 납부한 원금과 이자까지 충분히 지급 받은 것이된다.

현재 58세이므로 여자의 평균수명인 76세까지만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어머님은 국민연금의 '선택'받은 수혜자인 셈이다. 단순히 산술적인 수치로 계산해서 납부한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국민연금을 매월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평생동안 국가에서 매달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든든한 늦둥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보험료를 많이 납부했다면 현재 많은 연금을 받겠지만 보험료를 작게 납부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금액을 받는 것도 감사할 뿐이다.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라서 당시에는 마지못해 납부를 했지만 그것이 현재에 이렇게까지 큰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셨단다. 국민연금이 아니었다면 생활고에 어머니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을 텐데...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도와준 국민연금이 고맙다.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부모님과 자녀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하나는,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자녀들 몫으로 돌아가므로 국민연금 납부는 내 가족과 자녀사랑을 실천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효도연금'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는 자녀들이 부모님의 국민연금을 대신 납부해 주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님이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거나 못하고 있을 때 자녀들이 국민연금을 대신 납부해 드리는 것이다. 내 주위에도 장인어른의 국민연금을 자동이체로 대납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회갑 선물'로 드린다면서 장인 모르게 국민연금을 대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 국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데, 아직 국민연금을 불신하고 가입과 납부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안타깝다. 나도 직장에서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관심도 많고 종종 전화로 궁금한 내용을 문의하고 국민연금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각종 자료를 읽어보곤 한다.

이런 내 상식에 비추어 볼 때, 국민연금 관련 내용이 방송에서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사안의 일부분이 확대 해석되어 방송되는 경우도 있어서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방송 관계자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단지 흥미위주, 관심유발, 시청률을 의식하여 비판적으로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충분히 취재하고 연구하여 치우침이 없는 방송을 해야 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이 전부는 아니므로 시청자들 또한 언론을 맹신하지 말고, 언론에 휘둘리지 않는 안목으로 옥석을 가리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방송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고 국민연금을 불신하여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다가 국민연금을 지급 받을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국민연금을 지급 받지 못한다면 그때는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길이 없는 것이다. 사회복지 제도의 근간인 국민연금이 아직 국민들 가슴속에 자리잡지 못하고 외면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맹목적인 불신 때문에 국민연금제도의 장점을 애써 외면하려는 분들을 만나면 참으로 안타깝다. 어머님의 경우에서 보듯이, '자식들은 떠나도 국민연금은 언제나 내 곁에 남아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의 노후는 벌써부터 든든해진다.
많은 분들이 그런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연금제도에 동참하여 국민연금의 진정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