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는 단순히 부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여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재정지출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형태 의 소득재분배 성격을 갖는 지출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지출은 어떤 성격의 지출인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지국가를 연구하 는 경제학적 또는 사회정책적 연구에서는 이것을 생애소득의 재분배라는 이름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금제도는 한 개인의 근로연령기의 소 득을 은퇴 후로 이연하여 지급하는 제도로, 개인간의 소득을 재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자신의 생애에 걸쳐서 소득을 재분배하도록 도와주는 제도라는 것이다. 공적교육제도는 소득이 없어 자신에 대한 교육투자를 할 수 없는 아동, 청소년이 미래의 자신의 소득을 담보로 소비하는 제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 대한 기존 연구는, 전체 사회정책관련 지출의 2/3가 생애소득 재분배와 관련된 것이며 나머지가 빈곤층을 위한 소득재분배와 관련된 것이라 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사회보장시스템이 어느 정도로 생애소득의 재분배에 기여하고 있고, 또한 어느 정도로 빈곤층을 위한 소 득재분배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현재의 사회보장시스템의 성격과 수준 그리고 역할을 평가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또 다른 목표는 한국사회의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을 시론적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이란 출생, 결혼, 교육, 출산, 경제활동, 은퇴, 사망 등의 과정을 거쳐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의실험을 통해 생성시켜 내는 모델을 지칭한다. 경제 내에는 성별, 연령별, 학력별, 소득수준별, 경제활동상태별로 다양하고 이질적인 경제주체들이 존재한다. 만약 새로운 제도나 정책이 도입되거나 기존의 제도, 정책이 변경 될 경우 각 주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이에 따라 최종적인 결과는 특성별로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정책효과를 연구할 수 있는 것 이 이 모형의 장점이다. 기존의 노동정책 연구가 해당 정책대상집단의 영향에 대한 실증 회귀모형에 집중되어 있었는 데 비해 본 연구를 통해 구축되 는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은 다양한 집단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 이 갖는 장점은 장기적인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생애 전체를 생성하는 모델을 구축하였는데 이럴 경우 1～2년 사이의 효 과뿐만 아니라 10～20년에 걸친 효과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물론 본 보고서에서 사용된 모형은 시론적 모델이므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향후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보다 정교한 모형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본 연구에서 주요 질문대상으로 삼고 있는 한국의 사회보장시스템의 실태를 살펴보고 한국 복지국 가 성격의 규명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사회보장시스템은 빈곤층을 위한 소득재분배 기능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상 대적으로 그 역할에 대한 본격적인 조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복지국가는 형평성뿐만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구 체적으로는 생애소득의 재분배라는 형태로 표현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복지국가 시스템이 어느 정도 생애소득 재분배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음을 제2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생애소득 재분배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을 설명한다. 선진국에서는 이질적인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존재하는 경제 내에 어떤 제도나 정책이 시행될 때 그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을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을 생애 전체를 시 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경우 앞에서 살펴본 연구 목적을 달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제3장에서는 한국의 인구집단의 출생, 사망, 결혼, 출산, 경제활동, 은퇴를 보여주는 모델의 내용에 대해 설명한다. 사망, 교육, 결혼, 출산 등의 사건들은 미시 자료의 부족으로 행태방정식 추정에 어려움을 겪어, 최종적으로 집계적 자료를 이용한 이행확률을 도출하여 사용하거나 단순한 확률 과정을 가정하고 집계적 결과를 생성할 수 있는 파라미터를 추출하였다. 이에 비해 노동시장내 사건들에 대해서는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하여 로짓 확률추정모형 등의 회귀모델을 이용하여 필요한 파라미터를 추정하였다. 제4장에서는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의 조세-급여 모듈에 대해 설명한다. 제3장에서 구축한 모형은 조세와 급여가 부과되지 않은 상태를 보여준다. 한 국의 사회보장시스템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려면 조세와 급여가 어떻게 세전소득을 세후 실질소득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모델링해야 한다. 2009년의 제도를 중심으로 한국의 조세-급여제도를 설명하고 어떻게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 속에 포함시켰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제4장에서는 󰡔한국노동패널󰡕자료를 활용하여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세-급여모형을 간단하게 구축한 후, 이를 통해 조세 및 급여제도의 소득재분배효과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 및 급여제도의 소득분배개선효과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5장은 구축된 한국의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하여 한국의 사회보장시스템이 생애소득 재분배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계산한 결과를 보여준 다. 조세 및 급여의 재분배효과에 대한 기존 연구는 주로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조세 및 급여가 개인의 소득수준에 미치는 영 향은 전체 생애를 기준으로 보면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시점에 소득수준이 낮은 은퇴자에게 지급되는 연금급여는 해당 연도의 분배 상태를 개선하는 재분배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생애 전체를 기준으로 본다면 소득수준이 낮은 은퇴자에게 지급되는 연금급여는 이들이 근로시기에 납부 한 연금보험료에 기반한 급여이다. 따라서 동일한 개인의 시점간 재분배효과는 있어도, 개인과 개인간의 재분배효과는 미미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 서 복지국가의 영향은 특정시점 기준으로 빈곤 문제를 완화하는 소득재분배의 기준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생애 전체 기준으로도 평가해 볼 필요가 있 다.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예상이 확인되었다.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에는 연금급여가 저소득분위의 소득을 증가시켜 소득분배상태를 개선시키는 효 과가 있지만, 생애 전체를 볼 때에는 연금급여의 소득재분배효과가 미미하였다. 연금보험료를 재원으로 하는 연금급여와는 달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하 의 생계급여와 경로연금 등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현금급여는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급여수준이 높았다.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한 소득분배상태와 생애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분배상태에도 차이가 존재하였다. 시장소득의 10분위 배율을 기준으로 보면 특정시 점을 기준으로 할 때 10분위 배율이 12.98인 데 비해 생애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10분위 배율은 9.48 수준이었다. 시장소득의 지니계수 역시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는 0.65로 생애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의 지니계수 0.46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현금급여 중 3/4은 생애 전체를 감안할 때 자기 자신의 기여에 의한 것이며, 순수하게 조세에 의해 재원이 조달되는 현금급여 의 비중은 약 1/4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영국의 복지국가 급여의 2/3가 자기 자신의 기여에 의한 것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한국의 복 지국가 시스템의 경우 상대적으로 로빈후드 기능이 약하고 생애 전체에 의한 소득재분배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도 측면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공 적부조 및 급여제도 및 보편주의적 급여제도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 자체는 여러 가지 자의적인 가정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으로 해석해야지, 적극적으 로 해석하기 어렵다. 한국의 복지국가 시스템의 성격을 규명하는 다른 방법론의 다양한 결과들과 병행하여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데 활용되어야지, 이 자체로 최종적인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기존에 한국의 사회보장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이러한 방향에 대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따라서 준거할 다른 결과가 없는 상태이다. 본 연구에서 구축된 모델 자체는 시론적으로 구축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혼이나 건강에 대한 확률과정이 누락되어 있 는 점이라든가, 단시간근로의 비중과 같은 중요한 정책적 변수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현실에서 관측되는 거시적 인 측정결과와 상이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측면도 있으므로 파라미터 추정이나 모델 구조에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