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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초등부 최우수상) 할머니의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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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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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2회, 초등부 최우수상) 할머니의 후원자 작성자 강은지 작성일 2003.08.20 조회수 190 파일 할머니의 후원자 초등부 최우수상 강은지 찌릉찌릉 찌르릉 온종일 울어대는 매미, 빨간 고추멍석 위를 떼지어 맴도는 고추잠자리들, 마당에 멍석을 깔고 널어놓은 고추는 한여름 뙤약볕에 잘 익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할머니께선 그 고추를 어루만지며 혼자말로 중얼거리신다. 심을 땐 같이 심었는데 거두어들이지도 못할 걸 무엇하러 이리 많이 심어서 나만 고생시키냐며 띠띠고개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신다. 아마도 할아버지를 생각하시나 보다. 할머니 눈에 눈물이 마를 날이 과연 언제쯤 올까? 7월 30일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서둘러 도착했지만 그 어디에도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랫목은 병풍으로 가려져 있었고, 먼저 온 친척들이 모여 앉아 슬퍼하고 있었다. 그날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었다. 우리 가족들이 흘린 눈물만큼 말이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이 두 달밖에 못 사실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정말 두 달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간암 말기 항암치료도 소용이 없고 진통제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게 없다고 했다. 그렇게 겨우 물만 드시고 진통제로만 두 달을 지내셨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뵐 때마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점점 야위어져 갔었다. 일어나시지도 못하고 매일 누워 계시더니 그 무서운 병은 그렇게 갑자기 우리에게서 할아버지를 빼앗아가버렸다.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모두 슬펐지만 할머니의 슬픔은 그 누구보다도 큰 것 같았다. 할아버지의 꽃상여가 집을 떠날 때 할머니께선 정신을 잃고 쓰러지셔서 가족들 모두를 놀라게 하시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아도 우린 아침이면 일어나 밥을 먹고 저녁이면 또 잠자리에 든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어느새 한 달이 되어간다. 우린 방학 내내 할머니댁에서 지내고 있다. 할아버지가 안 계신 이 커다란 집에 할머니 혼자 계시면 더 쓸쓸하고 할아버지 생각에 자꾸만 슬퍼하실 거라며 방학때만이라도 함께 지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린 8월 12일 청주에 갔었다. 햄버거랑 피자를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난 마냥 신이 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었다. 민원실에 도착하니 예쁜 언니가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이것저것 여러 장의 서류를 엄마께 건네주며 작성하라고 했다. 할아버지께선 올해 1월부터 특례노령연금이라는 것을 지급받고 계셨다. 하지만 이젠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할머니께서 유족연금을 받게 되신다고 했다. 조금의 농사를 지으셔서 소득이 그리 많지 않아 매달 납입한 액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은 시골에선 매달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있다는 건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라고 하셨다. 유족연금이란 매월 보험료를 납입하던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그 유족에게 지급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할머니께선 돌아가실 때까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니 할아버지가 주신 마지막 선물이라고 하셨다. 엄마, 아빠께서 혼자서 고생하시지 말고 같이 살자고 몇 번이나 얘기해도 난 괜찮다며 신경쓰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신다. 이 모두가 다 할아버지께서 여태껏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월 꼬박꼬박 내신 국민연금 덕분인 것 같다. 전국민연금시대가 시작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을 정확히 신고해 거기에 맞는 보험료를 매월 납입해 사고를 당했을 때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우리 이제 집에 가야 해요. 8월 28일이 개학이거든요. 우리가 없어도 할머니 혼자 씩씩하게 생활하시도록 도와주세요.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보다 더 자주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