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7회, 장려상)우연이라 아닌 필연의 만남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119

내용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라는 모 가수의 유명한 노래 “만남”은 누구나 다들 아시겠죠? 지금부터 그 만남 속의 가사처럼 국민연금과 우리 부부와의 만남이 정말 처음엔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찮은 만남이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이 된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마 7년 전 이른 봄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어려서부터 줄곧 서울에서만 살던 나에게 남편은 “시골이 얼마나 공기 좋고 살기 좋은 줄 아냐며 경치 좋은 그 곳에 가서는 좋아하는 책이나 실컷 읽으며 편안히 살면 얼마냐 좋겠냐”면서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던 나를 그저 자기만 믿고 따르라면서 사이비교주(?)처럼 감언이설(?)로 설득 중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나도 주식실패와 남편 친구 부부의 돈거래 배신 등으로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채 마음마저 황폐해져 괴로울 때였으므로 마음을 비우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모든 걸 잊고 평화롭게 살고 싶기도 한 때였습니다.
강남에서의 근 20여 년간의 화려한 생활을 뒤로 한 채, 딸은 대학 기숙사로 보내고 시어머님과 나는 그이가 그토록 꿈에도 그리던 여주의 전원주택으로 청운의 꿈(?)을 한 아름 안고 이사를 했습니다. 낯선 시골생활은 나에게는 꼭 남의 옷을 빌려 입고 있는 꼭두각시처럼 마냥 어설프기만 했습니다. 그 무렵 국민연금에서 연금지역가입신고서라는 것과 안내문이 왔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 즉 의료보험 고지서 인가? 하고 전화를 해보니 나라에서 하는 노후연금제도이며 농사를 짓고 있으면 국가보조로 농어민 혜택도 받으며 남편이 60세가 넘으면 평생토록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기에 조금은 생소하기도 했지만 큰 금액도 아니고 해서 부담 없이 가입을 했으며 다른 모든 공과금들 같이 편리하게 자동이체도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 계속 납부하다가 납부내역 안내문을 받았을 때 다시 상세히 알아보니 내가 이미 내고 있던 개인연금에 비해서 국민연금은 적게 내면서도 타는 금액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연금 타는 시기도 빨랐으므로 적금 넣는 셈치고 45등급이란 최고등급으로 납부액을 변경했습니다. 원래 이재에 밝았던 나는 개인연금과 국민연금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따져본 후 스스로 판단하여 최고 높은 등급으로 결정한 것 또한 나중에 국민연금과의 또 다른 우연이 아닌 필연의 만남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처음 시골이라고 와 보니 모든 게 신기해서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나는 씨앗이라는 씨앗은 거의 다 사서 정성껏 하나하나 심었지만 나중엔 어느 게 싹이고 어느 게 풀인지 수확은커녕 싹도 못 찾고 말았습니다. 이런 시행착오에 실망도 크지만 그래도 봄이면 앞마당에 만발한 진달래, 철쭉, 개나리, 영산홍, 복숭아 등등 예쁜 꽃들에 취하고 향기에도 취하고 가끔씩은 그이와 분위기 있게 술잔에 예쁜 꽃잎을 차례로 색깔별로 띄워가며 러브 샷에 취해도 보고 분위기에도 흠뻑 취해보면서 전원생활에 익숙해져 갈 무렵 우리 부부에게 청천 벽력같은 위기가 올 줄이야 또 누가 알았겠습니까?
늘 건강을 자랑하며 자기만 믿고 따르라던 그 교주(?)가 글쎄 그 약속도 못 지킨 채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고 만 것입니다. 정신없이 서울 큰 병원으로 가니 뜻밖에도 병명은 뇌경색에 「신경근병증」이라니! 평소 혈압도 없었고 그렇다고 뚱뚱하지도 않았던 양반이었고 식당가면 밥 많이 주는 아줌마가 제일 예쁘다며 그렇게도 식사도 잘하고 소화도 잘 시키는 건강 체질이었는데 어쩌면 이런 일이……. 이럴 수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세상사 인생사 호사다마 새옹지마라더니 정말 하루 앞을 모르고 안일하게 살지 않았나 싶은 게 깊은 회한과 많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가시고기 책의 글귀에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 이란 구절이 가슴시리도록 내 마음 깊숙이 다가왔었습니다.
한 달이 넘는 입원 기간 동안의 병상생활에 그이나 나는 지칠 대로 지쳐 점점 야위어만 갔고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이만 예전처럼 건강히 내 곁에 있어준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틈만 나면 주님께 매달리며 간절히 기도한 덕인지 그이는 겨우 퇴원할 수 있었으며 시골집에서의 요양생활과 간병은 이어졌습니다. 아파도 내 곁에 있어 준 그이가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마치 깜깜하고 답답한 긴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의 그 눈부시도록 밝은 햇살과 신선한 기쁨 그 자체였습니다. 잃은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듯이 서로의 소중함과 부부의 진한 사랑을 되찾은 것이지요. 그리고 얼마가 지나서도 그 때까지 나는 국민연금에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이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접한 납부내역 안내서에서 장애연금도 있다는 문구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단에 전화를 걸게 되었으며 발병 시점에서 2년경과 후에도 완치가 안 될 시에는 장애연금이 지급된다는 것을 알았고 이천지사에 가서 연금신청을 하였습니다. 장애 2급 진단을 받았고 그 결과 뭐 얼마나 나오려고 하며 큰 기대로 안했었는데, 발병 전 이미 45등급으로 납부를 계속 많이 했기 때문에 타는 장애연금도 많으며, 일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내던 보험료도 면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나의 통 큰(?) 판단이 얼마나 현명했었냐고 지금도 나는 남편에게 똑똑한 마누라 덕이라고 큰소리를 땅땅 칩니다. 그 장애연금도 매년 물가대비 인상돼서 지금은 53만원이란 돈이 매달 말일에 정확히, 그 것도 토요일 일요일 끼면 그 전 금요일에 어김없이 통장으로 들어옵니다. 남편이 살아있는 한 매년 인상되어 평생 지급되며, 그이가 혹 가고나면 내 생존 평생토록 유족연금이 나온다니 이런 좋은 노후 보험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만하면 우연이 아닌 필연의 소중한 국민연금에 대해 자랑할 만하지 않습니까? 국민 여러분!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듯이 연금 또한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시작들 하시고 힘들더라도 만약을 대비해 조금이라도 등급을 높여서 납부하시면 인생 살다가 저희 부부처럼 뜻하지 않은 풍파를 겪더라도 어려움 중에 많은 위로와 힘이 돼서 다시 크게 되돌아오는 게 국민연금이라고 감히 소리 높여 말씀드리며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고통이 있으면 희망과 낙도 있는 법, 그래서 우리네 인생도 살아볼만 한가 봅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그윽하고 향기로운 커피 향을 음미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요즘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랍니다. 내가 좋아하는 국화꽃을 잘 보이는 창가에 심어주겠다며 작은 리어카에 국화 한 아름을 싣고 환하게 웃으며 커다란 손을 흔들어주는 남편은 지금 많이 건강해졌구요, 내일 모레면 90이 되시는 시어머님도 시골에서 세상에 사람 구경을 해야 살 거 아니냐며 가끔 투정을 부리시지만 아직도 너무 정정하시구요, 우리 딸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인기 만점의 예쁜 여교사가 되었답니다.
자상한 우리 그이는 못난 남편 글 쓰느라 애쓴다며 내 등을 두드려 주며, 말일에 자기 월급(국민연금) 타면 맛있는 거로 쏘겠다고 큰소리 땅땅! 나는 한 술 더 떠 혹시라도 내 글이 채택되면 당신 가고 싶은 곳 어디든 여행 보내주겠다며 큰소리로 호들갑! 둘이서 마주보며 깔깔깔 웃어봅니다.
우리 부부에게도 제 2의 장밋빛 인생이 시작된 거죠. 오늘따라 하늘은 왜 이리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햇살은 왜 이다지도 따사로운지요.
풀 한포기 조차도, 꽃 한 송이조차도 오늘따라 너무도 애달프도록 예뻐만 보입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