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7회, 장려상)희망이라 불리는 남편의 월급통장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292

내용

언제부터인지 나에겐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매월 말일만 다가오면 지쳐있던 마음에 활력이 생기고 괜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옆자리의 아가씨가 “계장님 뭐가 그렇게 좋으셔서 히죽히죽 웃으세요. 좋은 일 있으면 혼자만 좋지 말고 같이 좋게요.” 하면서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합니다.

나에게 아니 우리 가족에게 매월 말일만 되면 미소 짓게 하는 그 무언가는 다름 아닌
국민연금(장애연금)입니다.
어느 날 남편이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어 버렸을 때 남편 앞에 홀연히 나타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만든 국민연금 이것이야말로 남편에게 끊임없이 재활의지를 불태우게 만든 원동력입니다.

3년 전 남편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평소에 잔병치레 한번 없이 건강했던 사람이라 우리가족은 너무나 놀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8시간 이상씩 걸린 2번의 뇌수술 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남편의 모습에 나를 비롯한 우리가족들은 차마 서로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며느리 앞에서 차마 아무말씀도 못하시다가 뒤에서 소리 없이 흐느끼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로 하여금 어떻게든 남편이 꼭 살아야 어머니도 사신다는 그런 느낌으로 비춰졌습니다.

그 이후로 난 알았습니다.
남편이 그 동안 나나 우리가족들에게 말 못할 고민이 많았다는 것을...
남편이 쓰러진 뒤 여기저기서 빛 독촉하는 전화며 문서가 많이 왔습니다.
남편이 예전에 어려웠던 친구 돕는다고 보증을 서준 것이 일이 잘못되어 고스란히 남편이 떠안게 되었나 봅니다. 안 그래도 남편이 시도했던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면서 판로가 마땅치 않아 농협에 진 빛이 있는 상태에서 보증 빛까지 떠안게 된 남편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었나 봅니다.

하지만 난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가족들 몰래 혼자 해결해 보려고 무진장 노력했으나 혼자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겠지요.

나중에 안일이지만 남편이 친구들을 만나면 집사람이나 애들한테 미안해서 어떡해야 될지를 모르겠다며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합니다.
왜 그 정도가 되도록 나는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으면 이렇게까지 쓰러졌는지 조금만 더 내가 남편에게 신경을 ?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남편을 보면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정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마냥 그렇게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빨리 정신 차리고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습니다.
난 다니던 회사에 휴직 계를 내고 남편의 간호에 매달렸습니다.
제발 살아 만이라도 주었으면....,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우리들의 간절함이 하나님의 귀에 들어갔는지 남편은 3개월 만에 눈을 떴고 나는 남편의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바로 재활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힘겹게 휠체어에 태워 시간이 되는대로 병원 주변을 산책했으며 서둘러 재활운동을 할 수 있도록 주치의 선생님께 상의하고 언어 재활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은 너무 절망적이었습니다.
출혈량이 너무 많아서인지 주치의 선생님의 너무 욕심 내지 말자는 말처럼 남편의 몸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말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살아만 있어 주라 기도했건만 이제는 어떡하든 남편을 예전처럼은 아닐지언정 혼자서 몸을 가누고 언어라도 전달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재활훈련하고 끊임없이 재활에 도움이 되는 게 있다는 말이 조금이라도 들리면 무조건 시도했습니다.

나는 재활 치료에는 한방 치료가 좋다하기에 서둘러 한방병원에서 다시 재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온 가족들의 피나는 노력과 워낙에 의지가 강했던 남편인지라 조금씩,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못했던 말도 단어를 하나, 하나씩 따라 하기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어려운 큰 산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의 힘든 재활 훈련과 많은 병원비 부담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부터 남편은 죽어 버렸으면 좋겠단 말을 자꾸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발음도 잘 안 되는 말로 자꾸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으로 인해 자꾸 지쳐만 가는 나를 본 친정 엄마께서는 다시 회사에 복직하라 하시고는 당신도 건강하지 않으신 데 친정 엄마가 남편의 재활 파트너가 되어서 아주 열심히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주셨습니다.

낮에는 엄마가 남편의 뒷바라지를 퇴근 후 부턴 내가 남편의 재활을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부턴 아예 집을 이사해서 마당이 있는 어머니가 사시는 시골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애들 학교에 다니는 문제나 나의 직장 출근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편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주기에는 어머니 이상 없다고 판단한 난 낮에는 직장생활, 퇴근 후엔 아무 것도 하기 싫어하는 남편을 강제로라도 한 발짝 한 발짝 겨우 가누기 시작한 몸을 반 강제로 끌다시피 운동을 시켰습니다.
운동을 마치면 언어 훈련시작. 언어 훈련시간엔 어머니 나 그리고 우리 애들까지 총 동원해서 남편의 재활치료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어머니께선 너무 힘이 들어 하루하루
말라 가는 며느리가 안쓰러웠는지 어느 날은 나보고 이제는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니?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어찌나 서운하던지 그 동안 참았던 울음을 엉엉 쏟아 내고야 말았습니다.
어머닌 나마저 쓰러질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나 봅니다. 가족들의 피나는 노력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하루하루 더 비관적으로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런 능력도 없이 집에서 밥만 축내는 식충이라고 지기자신에 대한 비하를 잘되지 않은 발음으로 끊임없이 내 뱉었습니다.

정말 힘들고 지칠 대로 지칠 즈음 국민연금에 장애연금이란게 있어서 뇌수술 환자에게는 병이 발병 후 1년 후부터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조그마한 회사이다 보니 사무실 직원이 몇 명되지 않아 난 회사의 4대 보험을 신고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음에도 장애연금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쓰러지기 전 국민연금을 제대로 납부를 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집안의 모든 일은 남편이 나보다도 훨씬 더 관리를 잘하였기 때문에 거의 모든 걸 남편이 도맡아 해서 남편이 국민연금을 얼마나 냈으며 얼마나 긴 기간을 납부했는지도 잘 몰라 국민연금 광주지사에 문의했더니 남편의 국민 연금이 몇 달간 납부되지 않은 상태로 있었습니다. 난 나의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해야 우리가족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전화로 상의했더니 밀린 연금보험료가 6개월 미만이고 가입 중에 질병이 발생되었다면 심사에 의해 장애연금을 수령 할 수 있다고 친절한 상담을 해 주셨습니다.

다행히 밀린 연금이 6개월 미만이라 나는 곧바로 연금을 내고 그 후로 남편은 장애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뒤에 연금 통지서가 집으로 날아 왔을 때 난 내가 예상했던 금액 보다 훨씬 더 많은 연금이 지급되는 걸 알고 무척 놀랬습니다.
난 남편에게 통지서를 보여 줬습니다. 당신이 그 동안 몸이 건강 할 때 알아서 다 냈던 국민연금에서 이번엔 당신에게 매월 말일이면 당신통장으로 월급을 넣어 준대.. 하고 연금을 월급이라고 표현하며 남편에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애들한테도 엄마의 월급날은 매월 15일, 아빠의 월급날은 매월 말일 이렇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애들은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엄마! 아빠도 이제 월급 타는 거야... 아이들의 이 한마디에 남편은 너무나 감격해 했습니다.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 어머니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참 네가 고생 많이 했다.
이제 네 남편 얼굴에서도 웃음이 조금씩 보이겠구나 하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장애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 후부터 남편은 놀라울 만치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운동도 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으며 소리 내 신문을 읽어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온 가족의 노력에도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던 남편이 국민연금에서 매월 나오는 월급통장을 보면서 자존심을 회복해 가는 모습은 뭐라 표현할 수조차 없는 감동을 우리 가족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그 어떤 많은 돈보다도 더 큰 삶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 국민(장애)연금으로 인해 우리가족의 행복은 서서히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이 어느 정도 좋아졌을 때 우리는 다시 애들 학교가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철없이 어리기만 했던 애들도 그 동안 몰라보게 성숙해졌으며 끝없는 절망의 나락에서 국민(장애)연금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다시 태어난 남편은 그 자체만으로도 난 정말 행복이란 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다시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우셨습니다.
아가! 그 동안 정말 고생했다. 네가 내 아들을 다시 살려놔서 정말 고맙다. 하시면서 내 손을 한참을 놓지 못하셨습니다. 이사한 후 우리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녁 식사 후에 운동 삼아 어머니 집에 다녀옵니다. 어머니 집은 운동 삼아 남편이랑 애들이 걷기 알맞은 거리에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어머니 그 동안 너무 고생 많이 하신 거 감사드립니다.

요즘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와보면 남편은 집안청소도 해놓고 빨래도 참 예쁘게 잘 개어 놓습니다.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도록 마음의 병까지 고치는 힘을 지닌 국민연금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요즈음 남편은 나한테 잘난 체를 조금 합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다 쓰지 않고 조금씩 남겨 놓은 것이 벌써 꽤 되었더군요. 우리 아들딸이 대학갈 때 아빠의 역할을 하려고 아낀다는 남편의 잘난 체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행복해집니다.

끝으로 국민(장애)연금을 탈수 있도록 친절한 상담과 안내를 해주신 국민연금 담당자님께 감사드리며 국민(장애)연금 당신께서 우리가족에게 삶에 희망을 주신 것처럼 많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더 많은 메신저 역할을 하셨으며 하는 바램입니다.





※미납에 따른 연금 지급제한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점(완치일 또는 2년경과일) 또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점(가입자의 사망 당시) 당시 총 납부해야할 기간 중에 미납금이 1/3이상이면 장애(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단, 미납금액이 6개월 미만이면 그러하지 아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