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해여자정보고등학교 정 권 경
친구야. 내가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국민연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같아. 얼마 전까지는 너와 같이 국민연금에 대해서 많이 비판했잖아. 뭐 꼭 하루아침에 변한 생각은 아니야. 그 날도 내가 말이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국민연금을 비판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국민연금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나와 다른 생각의 사람을 만났어.
처음에 나는 그 사람에게 국민연금이 싫은 이유를 들어가며 쏘아 댔어. 우리들이 평소에 얘기해 온 그 이유를 말이야. 국민연금이라는 명분
하에 반강제로 거두어들이는 세금이라는 것과 그렇게 넣어도 다시 받아야 할 때는 까다로운 원칙을 거쳐야만 받을 수 있는 아주 이상한 연금이라고
말이야.
또 이런 말도 했던 것 같아. 국민, 즉 우리들을 위해 만들었다면서 밀린다는 이유로 독촉을 하는 관리공단의 이해 못할 행동에
대해 꽤나 심하게 비하도 했었던 것 같아. 소위 좀 산다는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들은 조그마한 월급을 쪼개어내기 때문에 연금이 가뜩이나 더해가는
세금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가당치도 않는 제도라고도 말했어. 나의 이 말에 그 사람은 잠깐의 반론도 못했어. 지금 생각해 본다면 아마 흥분한
나에게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준 듯 싶어. 그리고 그는 조용히 자신의 생각에 대해 말을 했지.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떨떠름한 마음이었어. 내가
설득 당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는 먼저 국민연금이 시행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어. 국민연금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 아래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실시된 사회보장제도로 독일에서 처음으로 도입됐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어 현재 160개 국가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국민연금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고 했어. 그 중에서도 선진국은 모두 이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어. 내가 볼 때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라고. 선진국에서 실시한다고 해서 굳이 연금제도를 우리도 실행할 필요가 없다고 했어. 연금제도를 실행한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진 않는 다고 말이야.
나의 말에 그는 왠지 모르게 공감을 해줬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보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말을 이었어. 선진국이 아니어서 더욱 더 필요한 제도라고 말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잘 산다면 연금제도가 왜 필요하겠냐며
말을 이었어. 바쁘게 돌아가는 비즈니스 이면과는 달리 곳곳에서 쓰러져 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잖니. 우리 또한 쓰러져
가는 사람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훗날 우리들이 늙게 된다면 부족한 생활비로 살아가기엔 힘들다고 말이야.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과학과 의료시설이 발전하고, 인간의 생명도 연장되며, 그에 따라 시설이 편리해지면서 날이 갈수록 노인층은 늘어난다는 거야. 그런데
가족 중심의 전통사회와는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여성들의 출산 기피로 젊은 층이 줄어들고, 젊은 사람 한 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이 점점 늘어나는
이때 좀 더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국민연금과 같이 체계화된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다고 말했어.
그리고 이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르쳐 줬어. 연금의 필요성에 대해서 47.7%가 `불필요하다`고
했고, 44.7%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해. 뭐, 불필요하다고 한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생각이라고 봐도 무관하겠고,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그는 말을 이었어. 계속해서 우리나라 노인 인구를 예로 들며 말했지. 늘어나는 노인층으로 과거 생계유지에 급급하던 때와
자녀들에게 얽매여 있던 때와는 달리 제2의 인생으로 중요시되는 노후, 여유 있는 노후 생활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이 국민연금체제라고
말했어.
또한 우리는 인간으로서 언제나 사고나 질병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스스로 대비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이 생활하는데 있어서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 놓아야 한대. 그래서 이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는 구조조정과 조기퇴직이
일반화되고 있어 퇴직 전에 빈틈없이 노후를 대비하지 못할 경우 불우한 노후생활을 겪게 될 위험이 많다는 것은 누구보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겠나 싶어.
친구야. 그 사람의 말에서 나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알았어. 연금을 받는 동안에도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여 지급하기 때문에 물가인상분에 대한 실질가치를 항상 보장해 주기도 한대.
전 국민이 하는 연금은 혼자 하는 것보다
위험부담도 적다고 하니 괜찮지 않니? 그로써 우리들의 노후가 평생 보장된다면 얼마나 좋은 사회가 되겠니. 국민연금은 나이가 18세 이상 60세
미만을 기준으로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한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 그렇기에 처음에는 의무처럼 이행되어 가고 있는 이 제도에 나는 불만이
있었지만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이제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
국민연금은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에 국가가 존속하는 한 반드시
지급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어. 국민연금을 탈 수 있는 권리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으며, 담보로도 제공할 수 없고, 압류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안전하게 지급된다는 것이었지. 물가가 오르면 받는 연금액도 그만큼 따라 오르므로 항상 실질적인 생활 안정을
보장된다 하니 이 얼마나 괜찮은 제도니. 친구야.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너무 쉽게 움직이는 것 같아 보이니? 친구야. 너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 우리들이 연금에 대해 품고 있는 나쁜 점 보다 좋은 점이 더 많지 않니? 국민연금. 정부가 국민들에게 의무로서 내세운
이유가 있지 않겠니. 우리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 보자.
연금제도, 우리들이 훗날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연금의 필요성을 인식하자. 기쁜 마음으로 노후와 자식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임을 알고 우리 한 번 국민연금을 믿어
보자.
2005년 여름에.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