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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최우수상)효 사상의 현대화, 국민연금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6
조회수
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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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회, 최우수상)효 사상의 현대화, 국민연금
작성자 박새봄 작성일 2003.08.20 조회수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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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사상의 현대화, 국민연금
중등부 최우수상 박새봄

며칠 전에 모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높고 깊은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이 방송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노인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 수 있었다. 9년 전에 아내를 여의고 뇌진탕의 후유증으로 말까지 어눌한 채 무허가 비닐하우스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85세의 할아버지를 비롯해, 자식에게 버림받고 95살의 어머니와 사는 70살 할머니의 팍팍한 삶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노인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 집의 경우만 봐도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고, 외갓집에도 팔순이 넘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생활하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97년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0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1%로 ‘노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2022년에는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노령 사회’가 전개된다고 한다. 의학 기술의 발달과 경제적 풍요가 인간의 평균 수명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는 긍정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장수의 염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지만, 옛 노인과 비교해서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은 노령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노인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대답하는 분이 별로 없다. 아니 행복하기는 커녕 죽지 못해 산다고 한다. <높고 깊은 사랑>의 3부에서 그림자만 보인 채 하소연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한 맺힌 목소리는 이 땅의 노인 문제의 실태를 확연히 보여 주었다. 흔히 노인들의 4중고라고 말하는 병고(病苦 : 병들어 겪는 고통)·빈고(貧苦 : 가난해서 겪는 고통)·고독고(孤獨苦 : 외로워서 겪는 고통)·무위고(無爲苦 : 할 일이 없어서 겪는 고통)에 시달려, 그들은 행복을 바라기 보다는 더 이상 불행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지금 우리나라 60대 이상은 여러 면에서 불행한 세대이다. 이들은 식민지 시대와 6·25 전쟁 등을 거치며 잿더미로 변한 이 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노년을 위해 준비할 여유가 없었고 이유도 몰랐다. 그런데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마땅한 사회적 대우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울한 노인들을 위해, 아니 21세기의 더 많은 노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사회는 전통적인 농경 사회였기 때문에 농사를 효과적으로 지을 수 있는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였다. 또한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농사일의 특성 때문에 노인들의 존재가 높이 평가되었다. 그래서 ‘효’사상을 으뜸으로 여기게 되었다. 전통사회에서 효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은 가족만이 인간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농사와는 다른 일들이 생겨나고, 그 결과 가족 수는 점차 줄어들고 유대관계 또한 약해지게 되었다. 가족 단위의 노동 대신에 개인의 노동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현대의 핵가족제도는 이를 더욱 부추겼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효 개념이 변화되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바뀌고 있다. 이를테면 명절이 되면 교통 지옥을 겪으면서도 고향인 시골로 내려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요즘에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부모들이 고향에서 서울로 오는 역귀성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때, 오늘날에는 부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봉양만을 바랄 게 아니라 자식들로부터 존경받는 어버이로 살아가기 위해 본인이 소득 능력이 있을 때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할 의무가 부모에게도 있다. 이제 효도의 개념에서 부모의 의무가 포함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가족’에게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노후를 가족, 특히 아들에게 맡기려는 데서 생겨난 사회적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좁게는 가족 이기주의의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에서의 치맛바람과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성비의 불균형 등 여러 사회문제의 뒤에는 ‘가족 복지’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따라서 효가 경시되는 현실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효’사상의 현대화라 할 수 있는 ‘사회 복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가족 가치인 효를 사회적 가치로 승화시키려면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선진국의 경우, 사회적으로 노후 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전적으로 가족에게 노후를 맡기는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최근 노후에 대한 사회보장에 점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높고 깊은 사랑>에서 방영된 모 기업의 ‘사랑의 김장 나누기 운동’이나, 서울의 모 구청에서 지난 1995년부터 지역의 무의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안녕하세요 서비스’등은 그 호응이 좋아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 사회의 자율성에 입각한 사회 복지 서비스에만 모든 것을 맡겨 둘 수는 없다. 사회 복지는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좁은 틀을 벗어나, 국가 정책적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야만 노후의 안정적 생활을 진정으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의료보장과 소득보장이 사회보장의 양대 지주라고 한다. 이미 실시된 의료보험제도와 함께 이번에 전국민으로 확대된 ‘국민연금제도’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제도란 무엇일까? 서양에는 “햇볕이 났을 때 건초를 말려라”라는 격언이 있고 동양에서도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한자 성어가 있는데, 이는 훗날을 미리 준비하는 지혜를 귀하게 여기는 말들이다. 현재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민연금제도가 바로 국민의 지혜를 모아 노후를 준비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곧 국민연금은 노후의 빈곤이라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로써, 젊어서 소득 능력이 충분할 때 봉급의 일정액을 조금씩 모아두었다가 나이가 들거나 장애 또는 사망으로 소득 능력을 상실했을 때 국가로부터 본인 또는 유족이 일정액의 연금을 매월 받아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장치이다.

이 제도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 아래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19세기 말 독일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이래 2차 세계 대전 이후 전세계로 확대되어 현재 150여 개국에서 실시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실시된 데 이어, 1995년에 농어민에게 확대 실시되었고, 1999년 4월 1일에는 도시 지역 주민에게도 확대 적용되어 바야흐로 전국민 연금시대를 열었다.

국민연금을 노후 보장에 대한 가장 적합한 대책으로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국민연금은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여 여유 있게 노년기를 보낼 수 있게 해 준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돈 벌 능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가족이 노후를 책임지지 못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국민 연금은 노인들에게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에 충분한 양의 돈을 지급하여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준다.

둘째, 국민연금은 노후의 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이기도 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예기치 못한 재해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노인들은 몸이 점점 쇠약해 가는 시기이므로 더욱 그렇다. 평균 수명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에 따라 병에 걸리는 비율도 늘어나, 87%의 노인들이 하나 이상의 노인병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는 가벼이 넘길 수 없다. 더욱이 노인병은 쉽게 회복되지 않아 꾸준히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가 일정액을 지원해 주면 그만큼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셋째, 국민연금은 지급 방식이 매우 유리한 제도이다. 국민연금의 일환인 노령연금의 지급 방식으로 원래는 10년 이상의 가입 시기와 만 60세 이상이라는 조건이 따르지만, 국민연금을 실시한 연도를 감안하여 가입 당시 50세 이상인 가입자는 5년 이상만 가입하면 특례노령연금을 받는다. 우리 집의 경우만 해도 친할머니가 몇 년 전부터 자식들이 준 용돈을 모아 노령연금에 가입하여 내후년부터는 돌아가실 때까지 매월 10여 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액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자식들에게 용돈 달라고 손을 벌리지 않아 좋다.”라는 할머니의 말씀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넷째, 물가가 오르면 연금액도 그에 따라 상향 조정되므로 국민연금은 실질적인 생활에 도움이 된다. 정부에서는 물가가 변동될 때마다 지급액도 조정한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책임지고 약속하는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에 국가가 존속한다면 반드시 약속한 액수를 지급한다는 신뢰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제도란 없듯이 국민연금 또한 아직 보완이 필요한 제도이다. 국민연금제도는 아직 11년밖에 안 된 시행 단계에 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다. 부족한 재정과 국민들의 인식 부족이 그것이다.

IMF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고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너무 서두르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연금제도 등 사회보장제도는 경제 호황기보다는 사회 경제적 위기 속에서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예를 들어 복지 국가의 이상을 전세계에 전파시킨 계기가 된 영국의 ‘비버리지 보고서’는 2차 대전 이후의 사회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전쟁 중에 작성되었고, 미국의 사회보장제도의 뿌리가 된 1935년의 ‘사회 보장법’은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6%인데 비해 유럽 연합에 가입하고 있는 나라들은 평균 실업률이 10%가 넘는데도 사회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튼튼한 사회보장제도에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인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도 한층 노력해야 한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덜 내고 더 받기’ 위해서 소득을 줄여 신고하는 것은 국민의 도덕성 살리기 운동을 통해 극복되어야 한다. “뒤주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있는 사람은 더 내고 없는 사람은 덜 내는 것을 국민적 가치로 승화시켜 나갈 때 전국민 연금시대라는 이름에 걸맞는 국민연금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만 온다. 이제 노년은 질병과 빈곤, 소외의 시기가 아니라, 젊은 시절에 기울인 노력과 땀의 대가를 누리며 보다 여유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21세기의 진정한 선진국은 복지정책, 특히 노인복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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