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5회 고등부 우수상)평천하(平天下)를 향한 도약, 국민연금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6

조회수

2768

내용

 

어떤 양반집 주인이 일꾼을 구하려고 대문에 방을 붙였는데, 농번기인지라 며칠이 지나서 겨우 한 명의 젊은이가 나타났다. 주인이 젊은이에게 물었다. "그래, 그대는 무엇을 잘 하는가?? "예, 저는 폭풍우 치는 날에 잠을 잘 잡니다.? 주인은 별 대답도 다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마땅히 다른 사람도 없어 그 젊은이를 일꾼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천둥 번개가 심하게 몰아치며 장대비가 쏟아졌다. 주인이 천둥소리에 놀라 잠을 깨어 일꾼을 찾으니 일꾼은 천하태평으로 잠만 자고 있었다. 주인은 일꾼의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우선 집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런데 막상 집안을 둘러보니 집안의 어느 한 군데도 허술한 곳이 없었다. 외양간에는 소와 돼지들이 편히 자고 있었고, 장작과 땔감도 처마 밑에 단단히 묶여져 비에 젖지 않았으며, 창고문도 굳게 잠겨 물이 새지 않았다. 주인은 비로소 일꾼이 자신에게 처음 말했던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즉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 환난을 당해도 근심할 것이 없다는 뜻의 이 말은 우리 귀에 이미 익은 말이다. 우리 나라는 역사적으로 환난을 많이 당해 왔던 나라였다. 그래서 그 어떤 교훈보다도 유비무환의 교훈이 많이 강조되어 왔고, 또 그만큼 의미 있게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그 말뜻의 중요성과는 달리 실천은 크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각종 사고나 산업재해, 실직 등의 사회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IMF 경제 위기 속에서 다수의 실업자가 등장하게 되었고, 대구 지하철 참사의 재해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한 치 앞의 미래를 내다 볼 수도 없으며,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예측할 수도 없다. 그 누가 자신이 위험 속에 빠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국민연금제도는 바로 ?유비무환?의 교훈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즉, 국민 개개인이 소득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하여 기금의 형태로 보험료를 적립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거나 갑작스런 상황으로 소득활동이 중단되었을 때, 연금을 통해 미래 생활을 대비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의 이상적인 목표는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복지정책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일부 노인에게만 실시되었던 복지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 국민이 주체가 되는 복지, 국민이 대상이 되는 복지를 이루어 낸 것이 바로 국민연금이다. 단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불우한 이웃을 위한 기존의 복지 형태와 함께 국민연금은 납부자와 수급자가 하나가 되는 ‘우리’의 복지로서 그 참 된 의미를 실감하게 해 준다. 지금 우리 나라의 국민연금수급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앞으로 2010년이면 수급자가 386만명에 이르러 대부분의 국민이 연금으로 생활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제도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국민연금제도의 장점을 유교에서 이상으로 삼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 접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국민연금은 수신(修身)의 도(道)이다. 그야말로 몸을 다스리는 길이란 뜻으로 국민연금은 우리에게 안정된 노후생활에 대한 보장을 약속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95년 73.5세, 97년 74.4세, 2000년 75.9세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노후생활의 기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정년퇴직 역시 빨라지게 됨으로써, 노후생활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노인들의 경험이 중시되었던 과거 농경 사회와는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그 역할이 축소되었으며 급속한 산업화와 서구화로 인해 노인부양의식도 감소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소득능력이 있을 때 노후생활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또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환경오염, 산업재해 등의 각종 사회적 위험은 예측할 수 없는 앞날에 대한 불안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여 우리에게 요구되는 대책의 일환이 바로 국민연금이다. 둘째, 국민연금은 가정을 고르게 하는 제가(齊家)의 도(道)이다.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가장의 가정경제에서의 역할이 큰 현실에서 가장의 실직이나 사고는 큰 영향을 준다. 국민연금은 이 점에 착안하여 유족연금 및 장애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족 구성원들까지 급여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가정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핵가족화와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자녀에게는 노인부양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소시켜주고, 본인에게는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 있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셋째, 국민연금은 나라를 운영하는 치국(治國)의 도(道)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보험료를 책정함으로써, 소득재분배를 통해 소득 차이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는 기능을 하고 있다. 과거 공동체적 삶의 모습이 붕괴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옛 선조들의 환난상휼(患難相恤)의 미덕을 품고 있는 국민연금은 현대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공동체 기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납부금으로 조성된 기금은 공공기관부터 기업에까지 다양하게 투자되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탄력적으로 운용되어 국가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단순한 사회보장제도를 뛰어넘어 나라와 가정, 각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빛에 가려진 그림자를 지워내지 못한다면 국민연금은 미완(未完)의 제도로 영영 남겨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지금 국민의 불신이라는 벽에 가로 막혀 있다. 한 신문의 설문자료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 46.3%가 국민연금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으며, 70.1%가 개인연금의 수익률이 국민연금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금제도의 홍보 부족과 운영 미숙이 국민들의 부지로 이어지고, 부지가 다시 불신으로 연결되는 파급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물가상승률이 연금액에 적용되는 국민연금이 개인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월등한데도 이러한 사실조차 지금의 우리 국민들에겐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의 홍보와 운영이 피상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인 홍보와 정보 공급을 통해서 이러한 몰이해와 부지를 타파해 나가야 한다. 노(老)테크의 수단으로 뛰어난 경쟁력과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그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현 상황에서 시급히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전자게시판 등의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에서부터, 포스터?표어?글짓기 공모 등을 통한 참여의 유도, 연금을 받고 있는 분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방문 홍보까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연금 재정의 불안정 역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갓 100조원을 넘긴 국민연금기금은 현행의 ‘저부담 고급여 체제’를 유지할 경우 2030년대부터 하향곡선을 그리다 2040년경에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대한으로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고, 효과적인 연금 운용을 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그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한다. 메마른 나뭇가지는 쉽게 부러지기 마련이지만, 물을 머금은 유연한 나뭇가지는 좀처럼 부러지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제도의 운영 측면에 있어서 유연함을 갖추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연금제도를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에서는 보험료와 급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5년마다 연금재정 추이를 계산해 새로이 제도를 개선하는 재정계산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에 따른 정보내역을 상세히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섬세한 배려 또한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실현토록 노력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 문제를 해소하여 직장 가입자의 불만을 줄이고, 공정한 보험료 부과를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소득하향신고 경향은 개인의 사소한 이익 추구가 전체 질서보다 중시되는 사회의 분위기가 일조하는 탓이 크다. 국민연금은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기법과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다른 정부 기관과의 협조를 긴밀히 하여 소득신고를 양성화 하는데 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국민 개개인들 역시 의식전환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고 이에 동참하는 호응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외국의 복지선진국들의 경우, 경제가 극심히 불안한 시기에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하여 경제부흥을 도모하고, 복지국가로의 초석을 쌓았다. 이들 나라의 경우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 복지선진국이라는 칭호를 얻은 것이다. 우리도 외국의 경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제도정착을 추진하되 가급적이면 제도의 안정을 앞당기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 우리 나라는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한 지 오래되지 않아 제도의 형성기에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조급하게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되며, 당장 성과가 미흡하다고 하여 제도를 포기하거나 변경하여서는 안된다. 오늘 당장 힘들다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그 짐은 고스란히 우리의 후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을 되새기며 ?전 국민 연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이다.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의 국민연금이 성장 발전하려면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겠지만, 그 힘든 과정은 더욱 훌륭한 국민연금제도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는 우리가 바라는 평천하(平天下)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이 되는 제도이다. 체계적인 제도 정비와 함께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국민연금은 우리 나라를 복지선진국으로 이끌어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