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6회, 장려상)국민연금은 영원한 나의 벗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241

내용

제6회 장려상
국민연금은 영원한 나의 벗

박 수 정/경북 상주시 외남면


나는 내 주변의 어떤 누구도 후천적인 장애를 입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며, 사고는 내 주변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내 동생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고 한쪽 다리를 잃어 버렸습니다. 우리 가족 누구도 이런 불행을 겪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치 못한 일이라, 너무도 당황스럽고 겁이 났습니다. 그저 목놓아 울고 싶을 뿐입니다. 아무 것도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없었습니다. 동생이 사고를 당하던 날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나섰을 때, 우리는 사고를 당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우리 형제는 2남2녀 입니다. 위로 언니가 있고 아래로 남동생들입니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엄마가 저녁을 먹다가 전화를 받으셨고 너무 놀라 들고있던 수저를 바닥에 떨어 뜨리셨고 나는 순간 무엇인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 갔지만, 머리 속에서 금방 지웠습니다. 작은 사고로 학교 다닐 때 엄마 속을 무척 태우던 터라 그저 이번에도 경미한 사고려니 생각한 엄마는 밥숟가락을 다시 집어 입으로 애궂은 밥알을 밀어 넣고 혼잣말처럼 한탄을 하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아빠와 나는 그저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넘어졌겠거니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전화가 다급히 울렸을 때 우리는 숨이 막혔습니다. 동생이 많이 다쳤다고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엄마가 먼저 동네 어른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고, 내가 뒤늦게 병원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본 것은 엄마가 응급실 밖에서 서럽도록 어깨를 들썩이며 땅을 치며 울던 모습이었습니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식은땀의 느낌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측하지 못했던 동생의 교통사고
지금 이 순간 저 넘어 응급실에는 어떤 모습의 동생이 있길래 이렇게 엄마가 통곡을 한단 말인가? 두려운 마음을 다독거리며 응급실 문을 열었을 때 내가 본 동생의 모습은 너무도 피를 많이 흘려 침대보가 축축히 젖어 있었고 동생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누워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나는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너무나 나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일이라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다고 나간 동생은 그렇게 응급실에 누워 있었습니다.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동생이 왜 이러고 있는지. 응급실에 누워있는 사람이 분명 내 동생이 맞는지. 그저 이런 모든 상황이 나와 상관없으면 하는 마음에 사고를 회피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저 몇 분 뒤로만 돌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 했으며 동생은 응급처치를 요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1차로 병원에서 조각난 뼈를 맞추는 응급수술을 하고 대구 큰 병원으로 빨리 이송하여 2차 신경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소견서를 써주신 병원으로 우리는 1차 수술이 끝난 그 새벽에 구급차에 몸을 싣고 달렸습니다. 달리는 내내 하나님께 기도를 했습니다. '제발 동생의 다리를 가져가지 마옵소서! 하나님이 주신 건강한 몸 감사하지 못하고 함부로 사용한 것 죄송합니다. 뉘우치는 죄인의 기도를 들으시어, 동생의 2차 수술을 위해 달리는 이 발길을 축복하소서. 동생의 다리를 주여 고쳐주소서.' 내 머리 속에서는 주문을 되뇌이듯 그렇게 주저리 주저리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쳐버리기라도 할까봐. 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을까요? 동생의 다리는 너무 늦었다고… 흰옷 입은 사람들은 차례로 진료를 하면서 보호자의 심정을 알기나 하는지, 그저 고개만을 가로 젖고 있었습니다.


결국 동생의 다리는 2차 신경수술을 받지 못하고 바로 절단 수술을 해야하는 너무도 기막힌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큰 병원에서는 대기자가 많은 상태라 다시 1차 수술을 받았던 병원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수술을 받은 후 가족들의 아픔은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동생이 이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번 사고로 동생이 혹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바라보는 자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상황이 못되었습니다. 바라보는 자는 그저 바라보는 자일뿐 본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시때때로 실망하고 절망하는 동생을 보면서 도대체 가족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요. 미래를 생각하면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절망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조차 힘이 드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병원비 부담으로 조기 퇴원한 동생
그때, 한 통의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온 우편물이었습니다. 우편물의 내용은 동생이 옛날에 회사 다니면서 국민연금을 한 번 넣어 두었으며, 지금은 국민연금을 불입하지 않는 상태를 알려주고 취업이 되면 국민연금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로만 여겼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어느 연령까지 돈을 넣고 일정나이가 되면 연금으로 탈 수 있다고만 생각을 했기 때문에 한 번 보고는 우편함에 꽂아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동생이 앞날을 걱정하면서 벌어 놓은 것도 없고 특별히 좋은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라, 미래를 아주 많이 걱정할 때 그저 옆에서 낙담하지 말라고 잘될거라고 하면서 그저 불확실한 미래를 피하려고만 하였습니다.

그렇게 사고난지 3개월을 넘어설 때 동생은 퇴원을 하였습니다. 보통 동생 같은 사고가 나면 6개월 이상을 입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동생의 병원비는 하루가 다르게 불어가고 넉넉하지 못한 우리 살림에 부모님의 걱정은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라 의사선생님도 퇴원을 서두르셨고 동생과 집에서도 퇴원을 서둘렀습니다. 병원에 있을 때에는 옆에 아픈 사람들이 모두다 이야기 상대였지만, 집에 오니 이야기 상대도 마땅치 않았던 동생은 온통 미래에 대한 걱정뿐이었습니다. 그런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아무 것도 해 줄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말없이 지켜볼 뿐.


한 번 납부한 국민연금이 장애연금으로
그때 내 손에 잡힌 것이 몇 달 잔에 온 우편물 이었습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온 바로 그 우편물. 다시 한번 이게 무슨 내용일까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내용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장애연금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것을 발견한 나는 기쁨 반 의문 반 이었습니다. 과연, 한 번 넣고 정지 상태인 동생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확신이 없어서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는 과정을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하였습니다. 괜히 가족들이 희망을 가졌다가 실망 할까봐.

몇 번 국민연금을 부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한 번 넣고 말았기 때문에 정말 기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하나님은 실연을 주실 때 피할 곳을 예비하신다고 하셨는데 국민연금을 동생이 받을 수 있다고 관련 담당자에게서 들었을 때 저는 그때도 의심하였습니다. 단지 한번 부었을 뿐인데, 이런 뜻밖의 좋은 소식을 듣고 보니 믿기 어려웠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여 공단에 제출하고 동생의 장애등급을 기다릴 때서야 저는 가족들에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그런 것이 있냐며 기대에 부푸셨고, 동생 또한 희망을 갖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국민연금 고지서가 송달될 때는 당장의 혜택을 보지 못하므로 막연히 '고지서 또 날아왔네' 하고 귀찮아했던 그 국민연금이 이렇게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가까이에서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사고 전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든든한 친구 국민연금
지금동생은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2급 판정을 받고 장애연금을 평생 받게 되었습니다. 정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동생은 요즘 장애연금 덕분에 작은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한결 편해 졌습니다. 요즘은 몇 달 새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아 곧잘 웃기도 하고 단지 한 번 넣었던 인연으로 평생 장애연금을 받게 되자 아주 열렬한 국민연금 팬이 되어 친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리게 되었습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잇는 사고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번에 사고를 당한 연예인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저 나는 그 사람들 보다 좀 더 빨리 장애인이 된 것 뿐이다."라고, 동생의 사고를 겪고 새삼 현재를 살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국민연극 이야기를 꼭 하게 됩니다. 노령, 장애, 사망 등으로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구세주와 같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삶의 의욕을 잃고 실의에 빠졌을 때 삶의 의욕을 불어 넣어 웃음을 찾아주는 국민연금은 그래서 영원한 나의 벗, 항상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는 든든하고 고마운 친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