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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남성초등학교 5학년 변아라
‘똑, 똑, 똑’
간만에 온 일요인지라 꿈만 같은 늦잠을
자고 있는데 투박한 손길이 우리집 현관문을 부서져라 두드렸다. 다른 가족들이 열어주리라 가만히 놔두었지만 갑자기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이 있다.
엊그제 아빠께서 급작스런 출장으로 인해 중요한 서류를 놓고 가셔서 엄마께서 가져다 주시러 가신 것이다. 오빠는 친구와 함께
시험공부 한다고 도서관을 향해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아침에 땀을 송글송글 흘리며 자전거를 타고 갔다.
우리집에서 지금 한가한
사람은 나뿐이다. 잠옷바람과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손님을 맞으러 나갔다. 의외로 내가 원망스러워 했던 손님은 앞집에 사시는 가난하시지만 인자하신
내가 좋아하는 할머니셨다. 웬일인지 할머니는 늘 입고 다니시던 고무줄바지는 뒤로하고 곱게 한복을 차려 입으시고 한 손에는 맛있게 생긴 떡을 들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오늘따라 너무 고우시네요. 어떻게 된 거예요?”
나는 두 눈을 크게 초롱초롱하게 뜨고 여쭈어
보았다.
“우선 들어가서 얘기해주마. 호, 호, 호”
할머니가 웃음으로 인해 입가에 주름이 생기셨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리따우셨다.
“할머니가 예전에 진석이 얘기해준 적 있지?. 왜 할머니 아들 말이야. 그 아들이 영영 불효자는 아니었나봐. 얼마
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그게 국민연금공단이더라. 난 그때 방황하는 아들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할 생각도 못했거든. 근데 불효자라 생각했던
아들이 가입을 하고 그 돈을 낸 거야. 나는 아들한테 원망만 늘어놓았는데...”
할머니는 미안함과 원망으로 인해 눈물에 사무쳐 말을
잇지 못하셨다. 참고로 진석이 아저씨는 어디 있는지도 심지어 생사조차도 알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매일 허름한 옷에 쓰레기를
주우러 나오셔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아프게 했던 할머니의 모습을 이젠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나조차도 무척 기뻤다.
한 시간쯤 후
할머니는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시며 가셨다. 이제 쓸쓸해 보이지 않으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
얼마 전쯤이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홀로 살아가신다. 그러시면서 자식들에게 얹혀 살기 싫으시다면서 혼자 살고 계신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계셔서 얼마 전부터 노령연금을 받게 되셨다. 이제는 엄마도 마음이 놓이신 것 같다. 하지만 그때 생각만 하면 외할아버지가 무척 고집이
세시다고 생각한다.
‘따르릉, 따르릉’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더니 아빠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그새를 못 참고 내가 새로 안
소식을 알려 드리고 싶어 전화를 한 것이다.
“여보세요?”
아버지의 굵은 목소리가 내 귓전에 울려 퍼진다.
“여보세요?. 저
아라예요. 아빠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국민연금에 얼른 가입하세요. 외할아버지도 도와드렸지만 옆집 할머니도 도와드렸어요. 마치 농사의 결실
같아요. 농사를 열심히 지어서 결실을 얻듯이 나라에 열심히 저축을 하여 나중에 연금을 받잖아요?”
“하하하, 아라가 아주 많을 것을
알았구나. 그런데 말이야, 아빠는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실시된 88년도에 벌써 가입을 했단다. 처음에는 쓸모 없는 곳에 돈이 나간다고 투덜대던
엄마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자식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 않니?. 그러고 보니 이것 때문에 전화한거니?
국민연금보다도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든든한 걸”
국민 개개인이 젊어서 불입했던 돈으로 그들을 부양해줄 수 있는 국민연금.
국가의 조그만 배려로 만들어진 사회보장제도는 아마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낸 바다가 아닐까?. 넓은 마음으로 해산물, 휴식처, 건강,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바다처럼 미래, 노후를 따뜻한 품으로 헌신적이게 보장해주는 국민연금은 바다와 이래서 닮은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오늘도 나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될 그 순간까지도 배려를 해준 고마운 국민연금을 생각하며 차근차근 백발의 노인이
돼서도 젊고 당차게 살아갈 준비를 설계해보며 미소짓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