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공무원연금제도는 사회보험의 일환인 직역연금제도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공무원들이 퇴직 후 생활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줌으로써 재직 중 사기진작과 근무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인사행정 측면의 의의를 갖는다. 동 제도는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연금제도가 기본 기능이고, 퇴직수당제도, 산재성격의 급여, 후생복지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사회보험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장기소득보장제도로 국가에 의한 공무원 부양제도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공무원연금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구조적인 배경에는 인구학적 변화가 크게 작용한다.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공무원연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공무원연금 수급자의 지속적 증가를 가져왔고, 이차적으로 퇴직자들의 퇴직 후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일시금에 비해 연금수급을 선택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되었다. 결국 재직자의 연금기여금에 의해 충당되는 연금재정에 비해 연금지출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재정적자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1995년 개혁이전까지는 가입자 급여를 충실화하는 것이 기본적인 개혁방향이었으나, 경제안정 및 공무원보수 상향으로 공무원연금재정의 안정문제가 현안이 되어왔다. 연금정책과 공무원보수정책은 생애보상체계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바 공무원보수 현실화율이 높아지면서 민간근로자와 공무원의 생애소득이 역전되었고, 그 차이가 매년 확대되고 있다. 기존 공무원의 연금액 수준의 개정과 관련하여 상응하는 민간근로자와 생애소득이 균등화되는 연금수준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요청되고 있다.
1993년부터 공무원연금은 정부예산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으며, 2010년까지 7조원이 넘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었다. 연금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연금의 불평등구조를 두고 국민에게만 양보를 강요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어 공무원연금 개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2008년 관련법의 개정을 통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면서 2010년 정부보전금 규모가 7년만에 처음으로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1조원이 넘었고 2011년 예산기준으로도 1조2천억원 수준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도입시기가 늦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지금까지는 연금수입이 지출을 상회하고 있지만 앞으로 성숙단계에 진입해 수급자가 늘어나면 역시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국민연금은 오는 2060년, 사학연금은 2029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제도에 대한 적정부담, 적정급여 원칙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가 심각한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대외변수로 인해 경제안정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1998년 IMF경제위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지금도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 및 재정위기의 영향을 심대하게 받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가파르게 진행되는 초저출산·고령화에 남북통일이라는 잠재적인 재정소요를 감안하면 재정의 건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따라서 재정건전성확보의 차원에서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 속에서 지속가능한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여 운영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국가발전과 관료제, 공적연금 체계에 대한 비교적 시각에서 검토하여야 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는 공무원연금제도에 존재하는 특혜적 제도를 개선하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면서 공무원연금의 인사정책적 특성과 소득보장적 성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인사정책에 따라 발생하는 재정지출에 대해 성격을 명확히 하여 재정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연금인상률을 물가상승률을 기초로 한 복합연동체를 만들어 시스템에 의해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연금의 특수성 인정여부와 정도는 고령화 사회로의 환경변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조정이 수반되어야 하는바 보다 분명한 비전과 시스템 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
박정수 /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