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7회, 우수상)남편이 남기고 간 유족연금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943

내용

부산시 금정구에서 2004년 12월부터 국민연금 유족연금을 받고 있는 44세의 여성이다.
결혼하여 아이 셋을 낳고 남편과 자영업을 하였다. 10년 넘게 피땀 흘려 열심히 이루었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경매로 넘어가 버리고 살고 있던 아파트 40평에서 당시 79세 된 시어머니를 포함한 여섯 식구가 쫓겨났다. 5톤 차에 살림과 아이들 교복, 책가방까지 실려 있는 상태에서 5일간 들어갈 집이 없어서 이삿짐센터 차에 실은 체 맡겨두고 큰 집에 갔었다. 사업에 실패하고 집까지 쫓겨나 여섯 식구가 찾은 큰 집의 잠자리는 가시방석이었다. 물론 형님 댁에선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보낸 기간이 5일이었다. 정보지를 보고 5일 째 되는 날 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원 하는 월세 집을 구하여 오후 5시에 계약하여 한 시간 후인 오후 6시에 이사를 들어갔다. 집주인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지독히도 더운 여름 7월 중순이었다. 포장이사를 했건만 집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는 이유로 정리는커녕 이것저것 한꺼번에 던져 버리다시피 하고 이삿짐센터는 가버렸다. 그날 밤 온 가족들이 모기와 전쟁을 하면서 이삿짐 뭉치 속에서 하루 밤을 보냈다. 그렇게 모기에 물려도 큰 집에서 가시방석에 누워있는 듯 했던 그 때보단 행복했다.
남편은 사업만 해오다 생계수단으로 택시운전을 하게 되고 나 또한 나름대로 일을 찾았다. 아이들을 제외한 전식구가 신용불량에다 무일푼으로 왔으니 남편이 하루 벌어온 회사 사납금을 쓰다 보니 자연 회사에 사납금이 연체되기가 일쑤고 월급날 명세서엔 언제나 마이너스였다. 남편은 가족들의 생계 때문에 밤낮없이 일을 하게 되었고 차에서 밤을 새는 날이 많았었다. 택시 영업이 열심히 해도 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과 몸으로 때웠다.
사업을 하고 잘 살 땐 친구도 많고 친척도, 이웃도, 찾는 사람이 많더니 어려워지니까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스스로 찾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많이 외롭고 서러운 마음에 자주 술과 벗하였다. 그러면서 열심히 사업하고 잘 살아본 경험이 있었으니 언젠가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좌절하지 않고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서 살았다. 바닥까지 내려왔으니 땅 파고 들어가겠는가? 이젠 올라갈 일만 남았노라고 서로 위로하면서 용기 내어 살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니 마음은 편하고 담담했지만 생활은 좀체 나아지지는 않았다. 다만 덜 쓰고, 아껴 쓰고, 안 쓰고 절약하면서 자기 일 각자 알아서 하면서 건강이 보배라 생각했다. 다행히 식구 모두가 건강하였다. 병원비 나갈 일은 없었다. 아이들도 다행히 나름대로 불평 없이 잘 이해하고 적응해주었다. 이렇게 생활하다보면 누구보다도 먼저 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남편이 1년 전인 2004년 11월 휴가 삼아 시골 고향에 잠깐 다니러 갔다가 그 길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 황천길이 되고 말았다. 나이 45세! 키 크고 잘 생기고 건강하고 다정다감하던 사람이 나에게 아이 셋과 팔십 노모와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만 남겨둔 체 홀연히 가버렸다. 다시 한 번 재기하여 보란 듯이 살자하더니 무엇이 그렇게 바빠 가족과의 약속도 저버리고 그 젊은 나이에 노모 앞서 이 힘든 세상에 우리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떠나갔는지?! 무엇으로 표현해야 내 마음이 전달되며 어떤 말과 눈물을 얼마만큼 흘려야 미안하다 잘못 길을 갔다하면서 다시 돌아오겠는가? 그렇게 난 나를 가장 사랑해주고, 가장 나의 힘이 되고, 나의 유일한 편이 되어주었던 사람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남편의 사망 원인은 장례식을 치룬 후 교통사고와 연관성이 있었다는 걸 알았었지만, 병원진료 내용이 없었고 부검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고회사에는 단순한 스티커 발부로 사건 종결되고 병사처리 되었다.
그동안 지인의 소개로 생명보험회사에 연금보험, 교육보험, 노후보험, 암보험, 재해보험 등 무수한 보험들을 들었었는데 생활이 어려워지니까 자연 실효되고 해약하여 막상 이런 상황에선 단 하나의 보험도 살아있지 않았다.
1년 전 당시 고3, 고1, 초 3학년의 삼남매의 학비와 집세, 생활비 등 한참 돈이 들어갈 시점에 사업도 실패하고 남편도 잃고 신용불량에 고정수입이 없다 나로선 단 하나의 보험이라도 살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희망적이었을까?
이것저것 유품들을 정리해 나가면서 몇 개월이 흘렀을 때 남편이 택시회사에 다닐 때 의무적으로 가입한 국민연금 보험이 있었는데 몇 개월 동안 넣지 않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금관리공단에 문의를 하게 되었는데, 서류 검토 후 다행히 남편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였던 기간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사유에 되며, 잠깐씩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넣었던 국민연금이 있지만 소득이 없어 연금을 꾸준히 불입하지 않았은데도 유족연금 수급자로 지정되어 평생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금액은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정적으로 매월 말일이면 어김없이 통장에 입금되는 연금으로 막내 아이 공부라도 시킬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가? 매월 꼬박꼬박 들어오는 연금이 있다 보니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힘도 되고 희망도 되었으며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어느 누가 매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주겠는가. 일반생명보험에선 2회만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자동으로 실효되어 보험혜택을 받을 수가 없는데 비해 국민연금은 보험기간에 즈음하여 연금 수급자로 지정되니 또 한 번 놀란 건 사실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에 대한 특별한 기대는 없었다. 국가정책으로 추진되는 국민연금이지만 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나이가 젊고 연금과는 거리가 멀었고 우선 살기에 바빠 솔직히 큰 관심은 없었다.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칠 거라곤 상상도 못해 봤으니 단순히 전기세나 의료보험료 내는 정도의 공과금에 포함된 의무사항이라고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국가정책이나 국민연금 적자 등등의 매스컴을 통해 간혹 보고 듣고 인식한 바로는 연금에 대한 효율성을 느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이런 상활에 처해지고, 피부로 느껴보니 의무적이었던 국민연금으로 인하여 평생 나의 작으나마 희망이 되어 준 유족연금을 직접 받게 되다보니 그동안 나의 인식이 잘못되었고 선입견 또한 잘못되었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일반보험이었다면 이마저 해약했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은 나와 비슷한 공과금 정도의 매월 챙겨내어야 하는 번거로움 정도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그러다보니 보험료를 제 때 못 내고 연체금이 늘어날 상황이 많을 것이라 본다. 그것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홍보나 인식이 덜 심어진데 대한 아쉬움과 국민연금 보험료 책정에 대한 불합리한 처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는 정책적으로나 국민들을 위해서나 많은 노력과 운영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나름대로 또한 어려움이 많이 따를 것이라 본다. 그렇더라도 모든 국민에게 100% 좋은 인식은 시킬 수 없더라도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지금의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가 미래의 희망이라는 인식으로 바꿔주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지금 국민들이 내어주는 보험료로 인하여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은행이나 금융기관도 부도가 나는 만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에서 직접 시행하여 믿음과 신뢰를 주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대한 좀 더 확실한 인식을 하여 모두가 행복한 미래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효자가 될 수 있는 국민연금인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여 좀 더 많은 금액을 지급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고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내 나름대로 국민연금보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는 데 일조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유족연금을 받는 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