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글 김수완_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민연금 사각지대 문제는 국민연금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되자 초기의 화두는 '법적 사각지대' 문제였다. 국민연금은 단계적으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농어촌 지역으로, 또 도시 지역으로 가입 대상층을 빠르게 확대해 나갔다. 제도 시행 10년 만에 법적으로 '전 국민'의 제도가 되어 사각지대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소한 것이다. 그때부터 사각지대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국민연금의 '실질적 사각지대'가 더 큰 문제로 부 각된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등을 양산한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국민연금 제도와의 간극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인 만큼,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 재까지 아직 획기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실질적 사각지대' 문제의 대두
구체적으로 사각지대의 현황을 살펴보자. 먼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납부예외율은 꾸준히 감소되어왔다. 특히 한동안 전체 가입자 대비 약 27% 수준이었던 납부예외율이 최근 22% 이하로 감소하는 등 개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2014년 말 기준 납부예외자 457만 명, 실업자 93만 7천 명으 로 납부예외자가 실업자에 비해 약 5배나 많다는 사실은 소득이 있어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집단의 규모가 여전히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공적연금 가입률을 보자. 현재 18세 이상 60세 미만 인구 중 공적연금 가입 비율은 50% 수준이며, 경제활동인구 대비 70% 수준이다. 긍정적인 면은 최근 5년 간 국민연금 가입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은 선진국의 경우 경제활동인구 대비 공적 연금 가입률이 80~90%인 점에 비춰보면 여전히 그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사각지대' 문제에 대해서 양면적인 평가가 존재하고 있다. 낙관론은 사각지대 문제가 '개선되는 중'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국민연금공단의 관리 운영 노력, 국민들의 인식 개선 등에 힘입어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는 것이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
낙관론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으로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낙관론의 맥락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를 확대하고 사각지대를 축소하여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의 핵심으로 기능토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 확대, 실업크레딧 도입, 복수 사업장 단시간 근로자의 사업장 가입 확대 등이 최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다.
반면 비관론은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각지대는 소득 있는 근로자가 보험료를 내고 수급자격을 획득하는 사회보험 방식의 국민연금이 가진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자영업자가 많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각지대에 남겨져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험료 납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비관론은 국민연금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사회보험인 국민연금보다는 공적부조인 기초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국민연금 가입자를 확대하고 사각지대를 축소하여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의 핵심으로 기능토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 확대, 실업크레딧 도입, 복수 사업장 단시간 근로자의 사업장 가입 확대 등이 최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다.
낙관론과 비관론,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
정부와 공단의 사각지대 해소 노력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낮은 여성 고용률, 여전히 높은 비공식 경제부문과 낮은 소득 파악력, 비정규직의 열악한 고용의 질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구조적 한계를 강조하여 사각지대 해소 노력을 포기하는 것, 비관론에 손들어주는 것은 간단하고 쉬운 길이다. 그러나 문제를 덮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전체적인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고용과 사회보장의 연계에 두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오히려 한국의 경제사회적인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아직 노동시장 참여율이 낮고, 비공식 경제부문이 적지 않은 비중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여지는 여전히 높다. 특히 여성의 낮은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며, 사회 보험제도가 다수를 위한 포괄적인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실업자와 저임금 근로자, 혹은 저소득층의 취업을 촉진하고 나아가 근로빈곤층을 지원하는 등의 고용과 복지를 연계하는 '근로유인형' 사회보장제도의 발전에 더욱 무게를 두어야 한다.
국민연금,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제도 되어야
향후 일정한 시점까지는 현재 틀을 유지하면서 사각지대를 축소시키고 기초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한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되기 위한 최선 의 길이다. 물론 한국 노동시장과 국민연금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적인 사회보장의 보완적 역할도 필요하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한계를 보완하고, 국민연금의 혜택에서 배제된 현세대 노인층에 대한 노후소득 보장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현시점에서 기초연금을 큰 폭으로 강화하게 되면, 한정된 복지 재원 활용의 우선순위 문제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요컨대 기초연금의 강화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현세대 노인 빈곤율 완화를 위해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낙관론에 기댈 수 없더라도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완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공단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