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아내를 닮은 꽃이기에

글 홍경석 독자님

아내를 닮은 꽃이기에

여행은 즐겁다. 더욱이 사랑하는 아들이 시켜주는 여행은 그 의미가 자별하다. 얼마 전에도 아들 덕분에 금산면 추부면 소재의 ‘하늘물빛정원’을 찾았다.
이름 모를, 그러나 진귀한 꽃들이 무성하여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치 별천지와 같은 분위기에 아내 역시 금세 고무되었다. 그리곤 셀카 삼매경에 빠졌다. 표정과 자세를 바꿔가며 사진 놀이를 하던 아내는 이번엔 꽃들을 찍느라 분주했다. 그런 아내에게 다가가 농담을 던졌다.
“꽃을 뭣 하러 찍어? 당신이 꽃인데.”
무시로 폭우까지 쏟아지는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꽃이 있다. 바로 능소화다. 목련은 세상에 꽃을 피울 때 그보다 아름다운 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꽃이 떨어질 때는 목련보다 추한 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최후가 비참하다. 그게 싫어서 아예 목련을 쳐다도 안본다는 이까지 있을 정도다. 그에 비하면 능소화는 대단하다. 능소화의 꽃말이 ‘명예’와 ‘그리움’이다.
꽃말처럼 능소화는 간절한 그리움인 듯 송이채 툭툭 명예롭게 몸을 떨어트린다.
능소화는 과거 조선시대에는 양반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양반꽃’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양반들의 사랑을 받았던 까닭이다. 봄비에도 허무하게 스러지는 대부분의 꽃들과는 달리 궂은 장마에도 꿋꿋한 모습이 양반과 선비들의 매서운 절조와 기개를 닮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여염집에서 이 꽃을 키우다가 발각이라도 되는 경우에는 관가에 끌려가 곤장까지 맞았다고 한다.
그런 능소화를 보니 팔불출 마냥 아내를 새삼 칭찬하고 싶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정성을 모두 쏟아 두아이를 알토란처럼 성장시킨 주역이 바로 아내다.
오늘 따라 능소화가 참 곱다. 아내를 닮은 그 꽃이.



새싹

글 국민연금공단 김영배 이사

새싹

어느 날 이 상토위에
떨어뜨린 고귀한 생명들

물욕에 찌든 세상 욕심과
기다릴 줄 모르는 성급함에
매일 흔들어 보고

사랑도 없는 의무감으로
물세례도 주지만

오랜 시간 침묵으로
날 무시하는 저 뜨악함


기다림에 지쳐
이제 기대도 접고
욕심도 내려놓고

빈 가슴으로
무심히 쳐다본 어느 날

어느새 돋아난 새싹들이
양손을 흔들며
반갑게 날 바라보고 있다

*「내마음의 풍경」은 독자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원고로 꾸며집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npszine@np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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