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자산관리 키워드는 안정감 높이기
글 김창경_한국금융신문 기자
안 그래도 힘을 잃고 주춤하던 한국 경제였다. 그 위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라는 대형 파도가 덮쳤다. 이로 인해 경제주체들과 자산시장 참여자들이 그렇게도 싫어한다는 ‘위기’와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당장 금리와 환율이 춤을 추면서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몰려온 상태다. 금리와 환율은 금융시장 뿐 아니라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이므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2017년 한국 경제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LG경제연구원은 ‘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성장활력이 더 높아질 요인들을 찾기 어렵다”며 2017년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풀었던 돈을 거둬 들이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했다. 실물경제도 호전되고 있다. 인상 시기를 두고 말이 많은데, 2015년에 한 번 올렸고 올해는 12월 인상이 유력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이머징)에 투자돼 있던 돈의 일부는 미국으로 움직일 것이다.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는 법, 금리가 오른 만큼 투자매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사실은 2015년 중반부터 시중금리는 미국이 한국보다 높은 현상이 종종 나타나고 있었다. 똑같은 이자를 주더라도 한국 채권보다는 안정성이 더 높은 미국 채권에 투자하
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물며 미국이 한국보다 금리가 더 높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국 내 이곳저곳에 투자돼 있던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환율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원화 자산을 팔아서 미국의 달러 자산을사는 것이므로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는 올라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미국 채권 금리가 폭등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금리스프레드)가 더 벌어졌다. 11월 20일 현재 10년물 스프레드가 -21.8%p다. 무슨말인고 하니, 미국 1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하면 한국 것보다 이자를 0.218%p 더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대선 직후엔 -46.8%p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금리가 급하게 오르자 환율도 따라 뛰었다. 미국 대선 개표 당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낮은 1129.0원으로 출발했으나 장중에 트럼프 후보가 앞선다는 소식에 급반전해 오르기 시작했고, 그 후로도 추세가 이어져 11월 18일 현재 1183.2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도 금리를 올려서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줄여야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이 문제다. 금리를 올리면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이나 가계 모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현재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는 사상최대 규모다. 그래서 2017년 한국 경제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LG경제연구원은 ‘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성장활력이 더 높아질 요인들을 찾기 어렵다”며 2017년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내년에 한국이 망한다거나 IMF 외환 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온다는 말이 아니다.
자산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굵직한 요인들이 움직이고 있으니 우리도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보면서 배를 띄우자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금리는 오른다. 인플레이션이다. 물론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도 따라 올린다는 보장은 없으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몰라도 채권 같은 시중금리는 이미 위쪽으로 길을 잡았다. 그렇다면 한은도 최소한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힘들다고 추정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시장에서는 “추가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었다.
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두 가지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첫째, 대출 상환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지 않아도 시중금리가 뛰면 은행들은 대출금리부터 올릴 것이다. 이미 올린 곳도 있다.
더 올릴 수도 있다.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날 테니 대출금을 일부라도 상환하는 것이 좋겠다. 여의치 않으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고민해 보자. 금리가 다시 떨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므로 지금 수준에서 대출금리를 묶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데 드는 비용을 감안해서 실익이 있는지 은행 직원에게 자세히 상담 받아보길 권한다.
둘째, 채권 비중 줄이기다. 분위기가 흉흉할 때는 채권으로 피신하곤 했는데, 다른 한편으론 금리 상승기에 채권을 피하는 것도 상식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에서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물론 중간에 팔지 않고 만기일까지 보유하면 처음 약속된 이자는 다 받겠지만,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낮은 금리로 만족해야 하는 것은 ‘기회비용’의 상실이다. 그나마 단기채는 만기가 빨리 돌아와 갈아탈 수 있다. 장기채를 단기채로 옮겨야 한다. 장기채는 레버리지 효과가 커서 금리 변화로 발생하는 이익도 손실도 크다.
직접 채권에 투자하지 않아도 채권을 편입한 펀드가 있다면 조정해야 한다. 특히 연금펀드나 변액보험 등을 채권형, 채권혼합형 펀드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펀드로 갈아탈 수 있으므로 채권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히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면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추천한다. 전단채는 온라인상에서만 발행되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채권이다. 만기가 짧아 금리 변화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수익률은 2~4% 초반까지 나오는데 수익에 욕심낼 때는 아니므로 우량 물건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3개월 이상 묶을 수 있는 자금이라면 정기예금이 낫다. 이왕이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등을 이용하자. 특히 농·수협 지역조합과 신협 예금에는 15.4%의 이자소득세 대신 1.4%의 농특세만 부과된다.
1인당 5000만 원까지 원리금도 보장된다.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면 금리도 금리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미국의 기조 변화는 우리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나프타(NAFTA), 한미FTA 등 자유무역에 강한 태클을 걸었던 만큼 관세장벽 등을 높여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 철강, 섬유 등 수출기업보다는 국내에서 주로 장사를 하는 내수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겠다. 역발상으로 주가가 급락한 우량주를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정말 오래 묵힐 각오를 해야 한다. 다행히 은행 예금이자보다 많은 배당금을 주는 우량주가 적지 않으니 매년 배당금 받아가며 주가 오르기를 기다리면 된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생활 중이라면 ‘기회’ 쪽에 관심이 생기더라도 마땅히 ‘일단 피하고 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하수상한 시절엔 어떤 종류의 자산이든, 시세가 오르기를 바라는 것보다, 정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이 좋다. 배당주가 그렇고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요즘 유행한다는 갭투자, 즉 전세 끼고 아파트 등을 소액으로 매입해 시세가 오르면 팔겠다는 투자는 시세가 계속 오를 때나 유효한 방법이지,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고 매매가는 주춤하고 정부의 규제를 받는 시기에 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전세보증금이 곧 레버리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시세가 하락하면 투자원금 이상 손실이 날 수도 있다. 부동산 투자도 월세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중개수수료, 세금 등 각종 비용 떼고 연 3% 정도 나오는 물건이라면 좋다.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지겠지만 이는 곧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현재 급등한 환율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자는 강한 미국을 강조하며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달러 강세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변동성 때문에 불안감이 커진 상태이므로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자산과 내수업종, 배당주로 피하는 것이 좋겠고, 조금 더 길게 보면 요동치는 금융시장도 안정될 테니 그때 가서 다시 자산 구성을 재배치하자는 것이다. 짧게보면 몰라도 길게 보면 금리와 물가와 주가와 경제성장은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급격한 변화와 위기가 찾아왔을 때 자산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도통 모르겠고 두렵다’며 회피하는 쪽과 ‘어디 기회가 없을까’를 찾는 부류다. 모름지기 적극적인 투자자라면 후자여야겠지만,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생활 중이라면 ‘기회’ 쪽에 관심이 생기더라도 마땅히 ‘일단 피하고 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단한 번의 실패라도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공단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