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국민연금 3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국민연금제도는 노령·장애·사망 등과 같은 사회적 위험(social risks)에 대한 공적 대응 기제로서 지난 1988년에 도입되었다.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공과(功過)를 드러내며 국민의 신뢰와 함께 때로는 불신을 겪기도 했지만, 국민연금은 어느덧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한 세대(generation)를 30년 정도의 기간으로 설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역시 다사다난했던 한 세대를 거쳐 다음 세대를 목전에 두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write 유희원 부연구위원(국민연금연구원)





국민연금제도는 노령·장애·사망 등과 같은 사회적 위험(social risks)에 대한 공적 대응 기제로서 지난 1988년에 도입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국민연금, 30년의 발자취

국민연금제도는 비록 다른 선진 복지 국가들에 비해 길게는 100년 이상 늦은 1988년에야 도입됐지만, 시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한 확장과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이는 공적연금제도의 양대 표상인 적정성(adequacy)과 재정 안정성(fiscal stability)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온 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지난 30년 역사는 적용대상 확대 및 사각지대 해소를 통해 노후소득의 적정성을 담보하고, 제도의 수지 균형을 도모하여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이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국민연금은 전 국민에게 적정 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일관된 기조하에, 제도의 포괄 범위를 넓히고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애초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제도가 시행되었으나, 이후 당연적용사업장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농어촌지역(1995년)과 도시지역(1999년) 주민들까지 제도 내로 편입시키며, 명실상부한 ‘전 국민의 연금제도’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적용 대상 확대조치에도 불구하고 적용 제외·납부 예외·체납 등의 사유로 제도에서 이탈해있는 사각지대 계층을 제도 내로 포섭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도 강구되었다. 즉, 부실한 가입 이력이 불충분한 연금급여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출산·군 복무·실업 관련 크레딧을 제공하거나 추후납부제도를 확대하여 가입자들에게 기여기간을 벌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통해 제도에서 배제되기 쉬운 노동시장 불안정계층의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인하고 있기도 하다. 이상의 노력들이 열매를 맺은 결과, 1988년 말 기준 443만명 수준이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17년 6월 말 현재 2167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할 수 있었다.

한편 제도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재정 안정화 노력 역시 지난 30년 동안의 국민연금 사(史)를 채우는 커다란 발자취 중 하나였다. 재정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적정성이라는 제도 본연의 목적이 일정 정도 훼손될 수밖에 없었고, 이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제도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는 등 일부 부작용도 뒤따랐다. 하지만 공적연금제도를 운용하는 많은 국가들은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 둔화 등의 재정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다양한 구조적 또는 모수적 재정 안정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국민연금제도에서 나타난 그간의 재정 안정화 노력 역시 당연한 역사적 경로(historical path)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도입 당시 제도에 대한 순응성 제고 차원에서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설계된 국민연금은 태생적으로 수지 불균형 문제를 내재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제도 운영과정에서 끊임없이 재정 안정성 확보를 갈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재정 안정화 조치가 취해졌고, 이 과정에서 다소 관대하게 설정된 소득대체율이 단계적으로 인하되고(70%→40%), 수급개시연령은 점진적으로 상향(60세→65세)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기금의 소진 시점을 연장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려 ‘따라잡기 전략(catch-up strategy)’을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국내의 경제·사회적 여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적응시키고자 노력한다면, 국민연금을 둘러싼 수많은 난제들 역시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세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노력

국민연금이 지난 30년 동안 걸어온 길은 적정성과 재정 안정성이라는 서로 상충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전 국민연금’으로서의 제도 외연을 갖춤과 동시에, 선제적인 재정 안정화 노력으로 일정 정도 수지 균형을 제고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적정성과 재정 안정성이라는 양 갈래 길을 경주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 다소 무리가 되었던 것일까. 지난 30년 동안의 성공적인 발전이 비춘 제도 역사의 명(明) 이면에는 분명한 암(暗)도 존재했다.

적용 범위의 지속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도에 포괄되지 못하는 연금 사각지대 문제가 상당 규모에 달하고, 전체 노인의 절반가량이 빈곤 상태에 처해 있는 부끄러운 현실은 적어도 당장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지 서른 해 그리고 한 세대가 지난 지금, 국민연금은 다음 세대에서의 도약을 기약하며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도래해 있다. 지난 30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만들어갈 기록들 역시 이상의 당면과제들, 즉 적정성·재정 안정성·제도 신뢰 측면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려 ‘따라잡기 전략(catch-up strategy)’을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국내의 경제·사회적 여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적응시키고자 노력한다면, 국민연금을 둘러싼 수많은 난제들 역시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미래사(史)는 적정성과 재정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제도에 대한 정책 순응(順應)과 신뢰도 역시 충분히 확보하여, 종국에는 국민연금이 ‘전 국민을 위한 안정적인 노후소득원’으로 온전히 자리매김하는 과정들로 채워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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