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백]

오직 나라와 백성이 있으니

이시백[李時白, 1581~1660]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서 인조, 효종에 걸쳐 여러 국가적인 위기 상황마다 공을 세워 영의정에까지 오른 사람이다.

본관은 연안(延安), 호는 조암(釣巖)이고 시호는 충익공으로서. 성혼(成渾)과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이다. 

이시백은 어려서부터 체격이 크고 씩씩하여 힘이 장사였으나 이를 자랑하지 않았다.

비록 남에게 곤욕을 당하더라도 힘으로 이기려고 하지는 않았다.

공부에 있어서는 문자에 얽매이기보다는 실천을 중시하여 <소학>을 수천 번도 더 읽고 항상 이것으로 자신을 통제하였다.

늘 겸손하고 소탈하여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었으나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직접 나서 몸을 아끼지 않고 싸웠다.

                                                           이시백이 지켰던 남한산성 수어장대

그래서 이시백의 내력은 특이하다.

문신이었으나 수원방어사, 총융사 등의 수도를 방어하는 주요 부대 사령관을 지냈고 특히 병자호란 당시에는 왕이 피신했던 남한산성을 지키는 수어사(守禦使)의 중책을 맡았다.

훗날 국방부장관격인 병조판서를 거쳐 다시 영의정까지 올랐으니 가히 문무를 겸비한 선비라고 할만하다.

이시백은 특별히 과거를 보지 않았으나 1623년 인조반정에 아버지와 함께 참여하여 공신에 녹훈되었다. 한마디로 벼락출세하여 관직에서도 승승장구하였는데 그럼에도 결코 권세를 부리거나 사치를 일삼지 않았다고 한다. 지위가 높아져도 그 검소한 생활 또한 변함이 없었다.

어느날 부인이 비단방석을 만들자 이시백은 마당에 까는 부들자리를 방에 깔고 부인을 불러 함께 앉아 말했다.

“이것은 우리가 옛날부터 깔던 것이오. 내가 풍운의 때를 만나 높은 지위에 올랐으나 늘 조심스럽고 위태롭게 여겨 두려워하고 있는데 어찌 사치로써 망하기를 재촉한단 말이오”

이 말에 부인은 사과하며 그 자리에서 비단방석을 뜯어버렸다고 한다.

남한산성 행궁터

이시백은 남한산성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유명하다.

남한산성 축조 직후인 인조14년(1636년), 산성 수비를 담당한 수어사로 부임하였는데 그해 겨울 병자호란이 발발하여 왕이 피난을 옴으로써 직접 국왕의 신변을 책임지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계절적 요인을 비롯해 여러 가지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몇 달 버티지 못하고 왕은 삼전도로 나가 청나라에 항복하는 치욕을 당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시백은 묵묵히 마지막까지 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남한산성

청나라 군사들이 침략해 들어왔을 당시 그는 ‘군사들이 갑옷을 입지 않았으니 나도 마땅히 죽고 사는 것을 함께 하리라’며 갑옷을 입지 않고 전투를 독려했다.

왕이 거듭 갑옷 입을 것을 권하여도 끝내 듣지 않고 삼진삼퇴의 격전을 치른 끝에 청나라 군사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당시 이시백은 화살을 두 개나 맞았으면서도 군사들의 사기를 걱정하여 말하지 않고 있다가 전투가 끝나서야 비로소 화살을 뽑았다고 한다.

병자호란 후 이시백은 사신으로 청나라에 갔다.

평양에 도착했는데 화려한 복색에 갖은 치장을 한 기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전란 후에 모든 것이 피폐한 줄로 알았던 이시백이 이를 이상히 여겨 평양서윤에게 물었더니 각 고을의 관비들 가운데 용모와 재주가 뛰어난 이들을 평양으로 옮기고 그 친족들에게 의복의 비용까지 맡겼다는 것이다.

이에 이시백은 격노하여 “나라에서 평양에 서윤을 설치한 것은 백성을 사랑하기 위함인가 사신에게 아첨하여 기쁘게 하기 위함인가”라며 뿌리쳐 보냈다.

이밖에도 이시백은 최명길과 함께 전란 후의 패전상황을 수습하고 대동법 실시 등을 통해 사회를 안정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시백이 나이 80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곱 번이나 판서를 역임하고 영의정에까지 올랐으나 워낙 청빈하여 가난한 선비의 집과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장례에도 현종이 비단이불을 하사해 염습에 쓰게 하고 특별히 물품을 보내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당시로서도 특이한 은전이었으니 평생 사심을 버리고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큰 공을 세운 것을 왕들 또한 대를 이어 잊지 않고 기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