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렴 : ①財物 ②女色 ③職位→④透明 ⑤權威 ⑥剛直

사형 : 上刑 - 重刑 - 下刑 - 無刑

글 _ 박석무 다산연구소장

1814년 3월 4일이면 다산이 강진에서 귀양살이하던 14년째의 봄날이었다. 그날 강진의 이웃 고을인 영암(靈巖)의 군수로 있던 이종영(李鍾英)의 아버지 문산(文山) 이재의(李裁毅)라는 사람이 다산초당에서 학문에 몰두하던 다산을 처음으로 찾아왔다. 처음으로 그들은 높은 수준의 학자였기 때문에 금방 마음을 열고 대화를 시작했고 시와 술로 우정을 다지면서 가까운 사이로 변할 수 있었다.

이재의는 노론 대가의 출신이고 다산은 남인 대가의 출신이어서 정치적 견해나 생각에도 차이가 없을 수 없었고, 이재의는 다산보다 나이가 10세 연하이던 젊은 사람이기도 했다. 당파가 달라 학문적 견해에 차이가 있었지만 그때 이후 그 두 사람은 만나기도 하고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면서 정말로 많은 학문 논쟁을 벌였었다. 주자학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이재의와 주자학의 틀을 벗어나야만 진정한 경학(經學)의 세계가 열린다고 믿었던 다산은 성리(性理)논쟁에서 끝내 일치하지 못하는 긴긴 토론이 이어졌다.

이재의의 아들 이종영은 젊은 관료로 무과(武科)출신이지만 20대 초에 영암 군수를 지냈으니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마 아버지와 다산이 만나기 시작하던 어느 때에 이종영도 다산초당으로 다산을 찾아뵈온 것으로 보인다. 목민관이던 이종영에게 '증언(贈言)'이라는 형식으로 증정해준 다산의 글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위영암군수이종영증언(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이라는 다산의 글은 마치 48권으로 된 『목민심서』의 압축판이나 다름없는, 목민관이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체만을 뽑아놓은 훌륭한 글이다.

목민관으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려면 여섯 글자의 '염(廉)', 즉 '청렴 염'이라는 글자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폈었다. 비결(秘訣)이라고까지 설명하며 하나하나의 중요함을 열거한 것이다.

첫째 '염'은 재물에 사용하라, 즉 일체의 뇌물을 받지 말고 청백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 '색(色)'에 청렴하라고 했다. 자기 부인, 자기 남편 아니고는 거들떠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셋째는 직위(職位)에 청렴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가 맡은 직책이나 권한의 범위에서만 공무를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세 글자를 풀이했는데 청렴한 공직의 결과를 설명해주고 있다.

넷째의 '염'은 밝음을 낳으니 청렴해야만 투명한 공직생활을 할 수 있고, 다섯째의 '염'은 청렴해야 공직자로서의 위엄을 유지할 수 있고, 여섯째의 '염'은 청렴해야만 공직자로서 강직한 성품으로 공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이래서 여섯 글자의 염'이면 누구든지 훌륭한 청백리가 될 수 있고 큰 업적을 남기는 공직자가 될 수 있다고 했던 것이다.

그 다음에는 형벌권을 지닌 목민관으로 어떻게 형벌을 사용할 것인가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네 등급의 형벌을 사용하라고 말하고 있다. 아랫사람을 징계할 권한이 있던 상관(上官)으로 하급관리들이 잘못했을 때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하느냐의 문제였다.

민사(民事)에 잘못을 저지르면 최고의 형벌인 상형(上刑)을 내리고, 공사(公事)에 잘못을 저지르면 중형(重刑)으로, 관사(官事)에는 하형(下刑)으로 처벌하고, 목민관의 사사로운 일인 사사(私事)에 잘못을 저지르면 무형(無刑), 즉 일체의 문책을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얼마나 명쾌한 주장인가. 나라의 주인인 백성들의 일에 등한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최고의 벌을 내리고, 공공의 일에 잘못하면 중간쯤의 형벌, 관청의 일에 잘못하면 가장 낮은 문책을 하고, 목민관의 가정 일이나 사사로운 일에 행여 관리들이 소홀하게 여기거나 잘못이 있을 경우에는 일체의 형벌이나 문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여기에 위대한 다산의 인품과 정신이 보여지고 있다.

이런 중요한 내용 이외에도 공직생활에서 귀감으로 여겨야 할 매우 훌륭한 말들이 더 많이 언급되어 있다. 그래서 『목민심서』의 압축판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200년이 지난 지금, 오늘의 공직자들이 여섯 글자의 '염' 제대로 실천하고 아랫사람들을 단속하는 일에 사형(四刑)을 제대로 실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