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젊은이는 황희 정승이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감사의 표시로 조그만 이불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평소에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이부자리도 형편없다는 얘기를 들어서 황희 정승이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염려해서였던 것이다.

  황희가 그 이불을 덮고 자는데 왠지 다른 이불보다 너무나 따뜻하고 좋아서 부인에게 이불 속을 뜯어보라 하니 이불 속에는 수달피 가죽털이 있었다. 종성부사는 황희 정승이 잠자리라도 따뜻하게 지내시라고 배려한 것이다.

  그러나 황희는 그 즉시 종성부사를 파면시켜 버렸다. 부인이 그것은 너무하지 않느냐, 대감의 건강이 걱정되어 그랬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자,

황희가 말했다.

  “성의는 나도 잘 압니다. 그러나 내가 수달피 이불을 선사받은 소문이 퍼지게 되면, 종성지방 수달은 진상품으로 마구 잡혀 씨가 마를 것이오. 내가 그를 종성부사로 추천한 것은 그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에 공헌하라는 뜻이니 굳이 나한테 감사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그런 일로 이만한 선물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를 잘못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