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송흠이 벼슬살이 초년에 말을 타고 서울에서 고향으로 부모님을 뵈러 왔었다. 마침 이웃 마을에 최부가 귀향해 있음을 안 송흠이 선배를 찾아 말을 타고 갔다. 고향 선후배의 정을 나누려는 뜻이었다.

  후배 송흠을 반갑게 맞이한 최부는 송흠에게 서울에서 고향까지 어떤 말을 타고 왔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송흠은 나라에서 휴가차 오는 관리에게 내주는 말을 타고 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향집에서 자기 집까지는 어떤 말을 타고 왔느냐고 다시 물었고, 송흠은 같은 말을 타고 왔노라고 답했다. 그러자 최부는 버럭 화를 내면서, 공무로 타고 왔으니 서울에서 고향까지는 괜찮으나, 고향집에서 자기집까지는 사적으로 온 일인데 왜 나라의 말을 타고 왔느냐고 꾸짖었다.

  최부는 상경한 후 고향 후배라는 정도 잊고 끝내 나라에 고발하였다.  송흠은 최부의 고발로 처벌을 받았지만, 그때의 충고가 거울이 되어 공사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철저한 청백리가 되어 후세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처음 시작한 벼슬살이에 철저히 버릇을 들이도록 큰 훈계를 준 최부의 청백이나, 그 훈계를 받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모범으로 삼아 세상에 이름 높은 청백리가 된 송흠의 청렴정신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