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나라에는 황하강의 범람을 막기 위한 하백제가 있었는데, 돈이 많이 드는 행사였다. 제사를 지내는 무당과 관리들은 담합하기 시작했고, 자연히 경비에서 무당과 관리 수중으로 많은 돈이 새어 나갔다. 그리고 제사에 올릴 처녀를 뽑아 강물 한가운데 빠뜨리는 것 때문에, 뇌물을 써서 딸을 빼내곤 하였다. 부패한 관리와 무당 등쌀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 고장을 떠났다.

  이때 서문표가 그 지방의 수령으로 부임했고, 어김없이 하백제가 열렸다. 여느 해처럼 백성들에게 돈을 거둔 관리들은 수령인 서문표에게 돈을 건넸다.

  “이건 하백제의 관행입니다. 받으시지요!”   자신만 청렴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서문표는 막상 닥친 일에 고민됐다. 돈을 안받고 호통치면 몰래 이 짓을 할 테고, 받자니 양심에 걸리고․․․, 그러나 부하없이 일할 수는 없는 일, 서문표는 부패척결을 위해서 뭔가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하백제가 열리는 날, 서문표는 겁에 질린 처녀를 태우고 떠나는 배를 멈추게 했다.  “암만해도 이 처녀는 미모가 떨어지니 다시 다른 처녀를 뽑아라. 그리고 그동안 무당이 대신 강물로 들어가 하백님께 기다리시라고 고하라!”

  안된다고 도리질하는 무당을 처녀대신 배에 태워 황하강 물살 속에 빠뜨린 후, 명령했다.  “그런데 왜 아직 하백님께 고하러 들어간 무당은 안 돌아오는거지? 이번엔 관리들이 물에 들어가 하백신에게 인사하고 무당을 데려오라!”

  강경한 서문표, 이때 겁에 질린 관리들이 서문표에게 나와 무릎을 꿇었다. 그 다음부터 이 지방에선 돈이 많이 드는 하백제가 없어지고, 처녀도 안뽑았으며 무당과 관리들의 담합도 부패도 없어졌다고 한다. 당연히 홍수범람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연구했다.

  서문표는 이미 개인의 힘으로는 하백제라는 거대한 오래된 시스템의 부조리를 척결하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하백제에서 강물에 처녀를 바치는 그 핵심을 노렸다. 부패의 노른자위를 도려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