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은 12대 300년을 만석꾼으로 내려온 보기드문 내력을 지닌 집이었다. 그런데 부자였다는 것보다 그 집이 수많은 변화의 세월 속에서도 어떻게 300년 동안 만석꾼으로 유지되었을까 하는 점이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그 비결은 최부잣집의 특별한 가훈에 있었다. 재산을 모으되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는 철칙때문에 논을 샀더라도 만석을 넘지 않으려면 그만큼 소작인들에게서 소작료를 적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소작인들도 최부잣집의 논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작료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부자가 땅 사는 것을 배 아파하기는 커녕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부자는 3대를 못간다고 하는데, 경주 최부잣집은 1600년대에서 1900년대 중반까지 만석꾼의 전통을 가졌고, 1950년에는 전 재산을 영남대 전신인 대구대학에 기증함으로써 스스로를 역사의 무대 위로 던지고 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최부잣집이 지켜온 특별한 가훈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 높은 벼슬에 올랐다가 휘말려 집안에 화를 당할 수 있다.

  2. 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

   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 돌려 사회에 환원했다.

  3.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 누가 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 후 돌려보냈다.

  4.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말라.

    흉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남들이 싼 값에 내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

  5. 가문의 며느리들이 시집오면 3년 동안 비단옷을 입히지 말라.

    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

  6.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 특히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