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글 신재원_의학전문기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별로 일을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계속 피곤하고, 잠을 푹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데다가 먹는 양이 줄어들었는데 허리 치수는 계속 늘어간다. 여기저기 아픈 증상도 하나 둘씩 생기다보니 2~30대에는 소홀히 했던 건강검진을 챙기게 되고 결과에 대해서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검진에 대해 대표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알아본다.
건강검진으로 모든 병을 발견할 수 있다?
건강검진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를 생각하지만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 질환을 발견하여 잘 관리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암 조기검진이기 때문이다. 암도 모든 암을 검진하는 것이 아니라 위암이나 유방암, 대장암, 폐암과 같은 흔한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건강검진의 항목들은 대개 이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짜여 있는데 중요한 것은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만일 자신이 두통, 흉통 등 어떤 특정한 증상이 있다면 해당 과의 진료를 받고 그에 해당하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 건강검진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증상이 있는 경우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 좋지만 어떤 증상에 대한 정밀 검사는 건강검진센터에서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프리미엄 건강검진이 비싼 이유는 따로있다?
대형병원의 검진 센터에는 '프리미엄' 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검진 상품들이 있다. 기본검진 상품을 선택하려다가도 왠지 비싼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프리미엄 상품이 비싼 이유는 비싼 검사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뇌 MRI 와 MRA, 전신 PET-CT 인데 이 두 가지를 합쳐서 200만 원 가량이 든다. 이러한 검사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닌데 뇌 MRI 와 MRA는 50세 이상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오래 앓아서 뇌경색의 위험이 큰 경우나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전신 PET-CT 는 위장관을 제외한 전신의 암을 찾아준다고 해서 인기가 있는 검사인데 암환자에게 재발 여부를 확인하고자 할 때는 매우 유용한 검사이나 검진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높은 방사능량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 문제와 암이 아닌데 의심 병소로 분류되어 불필요한 검사를 추가적으로 하게 된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검진, 항목이 적어도 꼭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년에 한번 무료 건강검진을 하는데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등 23가지 항목을 체크한다. 여기에 국가 암검진 사업의 일환으로 위내시경과 유방 엑스레이, 자궁경부암 검사, 대변잠혈 검사 등이 포함되는데 큰 병원 검진센터에서 체크하는 항목에 비하면 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 검진은 누구나 필수로 받아야 할 항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꼭 받는 것이 좋다. 거기에 자신의 연령과 과거력, 가족력 등을 고려해 몇 가지 검사만 추가해도 충분한 검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부 초음파 검사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별로 해가 없고 여러 장기를 볼 수 있으므로 40세 이상에서는 2~3년에 한번 받는다든지, 50세의 술을 좋아하는 남성이라면 대장 내시경을 추가한다든지, 유방 엑스레이에서 치밀 유방 소견이 나온 여성의 경우 유방초음파를 추가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검진을 안 받아도 된다?
자신이 아무런 증상이 없고 건강한 경우 검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잘못된 생각이다. 건강검진은 증상이 없는 사람이 받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건강하다고 해서 검사를 안 받아도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가장 좋은 것은 검진을 받기 전에 자신을 잘 아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어떤 항목을 받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평소에 자신을 잘 아는 주치의를 만들어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검진 결과 이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의사와 결과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를 집으로 통보 받은 후 큰 이상이 없다면 검진 센터를 다시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이상이라도 본인이 판단하는 것보다는 의사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