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경제와 자산관리
글 류근성_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
오늘날 시니어 세대는 일도 해야 하고 적극적인 자산관리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자산관리에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도 젊은이들과는 다르고 특히 라이프 사이클에서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음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어떻게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흔한 대답은 40대부터 은퇴 후에 수령이 가능한 연금형 저축에 가입하라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대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세상이 몇 십 년 사이 큰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런 대답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면 그 시작은 생애주기가설(life-cycle hypothesis)에서 출발한다. 1954년 미국의 모딜리아니(F.Modigliani)가 주창한 것으로 개인의 소비는 전 생애에 걸쳐 일정하거나 서서히 증가하지만 소득은 중년이 가장 높고 노년기에는 낮다는 것. 저축률 역시 중년에 가장 높고 노년에는 저축을 소비하면서 산다는 것이다. 그의 가설에 따라 젊은 세대가 많은 사회와 노인 세대가 많은 사회의 저축률이 왜 다른지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198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이전까지는 소득의 크기가 소비와 저축을 결정한다는 케인스의 절대소득가설이 통용되었다.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저축이 가능한 40대부터 연금을 들어 노후자금을 마련한다는 결론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며 지금도 그 당위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가설이 처음 제시되었던 때와 지금은 60여 년의 간극이 존재하고 그만큼 상황이 많이 변화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인간의 수명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1954년 미국의 남성 기대수명이 66.7세였던 것에 비하여 지금 우리나라 남성은 79세로 12년 이상을 더 살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방식으로 40세부터 연금저축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한다고 가정하면 가설이 제시된 당시에는 15년 정도를 저축하여 10년 정도의 노후를 보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15년 저축으로 20년 이상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즉, 소득 없이 젊은 시절의 저축에 의지하며 살아가기엔 은퇴 후의 삶이 길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은퇴 후 노후생활 측면에서도 국민연금은 시니어들의 노후자금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변화된 시니어의 삶
시니어 삶에서 평균 수명 연장만 변한 것이 아니다. 시니어가 갖는 사회적 위치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니어라 하면 손자들의 재롱이나 보면서 한가롭게 세월을 보내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과 열정이 남아있기에 시니어들 스스로도 그럴 마음이 없다. 인생은 60부터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시니어를 만나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러한 시니어 세대의 변화 중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경제활동이다. 과거에는 시니어 세대에 진입한다는 것이 곧 경제활동의 중단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왕성한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시니어 진입 초기에는 거의 그렇다. 물론 형편에 따라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가 제각각 다르겠지만 오늘을 사는 시니어 세대는 피부양자가 아닌 경제활동의 주체로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2014년 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65~69세 시니어의 39.1%, 70~74세 31.5%, 75~79세의 25.3%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5~69세의 경우 연간근로소득이 1082만 원으로 가장 많고, 75~79세가 629만 원으로 가장 적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 이전소득은 65~69세의 경우 674만 원, 75~79세는 405만 원으로 근로소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업소득이나 재산소득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에서 은퇴 후 노후생활 측면에서도 국민연금은 시니어들의 노후자금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시니어세대의 활발한 경제활동은 웬만한 신입사원의 연봉에 육박하는 연간소득뿐 아니라 보유재산의 규모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외에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65~69세의 경우 부동산 2억6천만 원과 4천만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75~79세의 경우에도 1억8천만 원의 부동산과 2천4백만 원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버는 돈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관리해야 할 자산 또한 만만치 않은 수준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 보면 오늘날 시니어 세대는 일도 해야 하고 적극적인 자산관리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자산관리에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도 젊은이들과는 다르고 특히 라이프 사이클에서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음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시니어들은 다음과 같은 원칙하에 자산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시니어 자산 관리의 원칙
첫째, 시니어 자산관리의 중요한 항목은 유동성이다. 이는 저축이나 금융투자 상품, 부동산 투자를 막론하고 세 가지 요소, 즉 수익성·안정성·유동성을 중요하게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니어 자산관리는 내가 자산을 현금화 하고 싶을 때 바로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목돈을 써야 할 때 바로 돈을 찾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모르는 것에는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이나 또는 복잡한 파생상품에 투자해서 손실을 본 시니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시니어 자산관리에서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상품의 투자는 아무리 높은 수익성으로 유혹 한다 하더라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고위험 상품은 피해야 한다. 인생의 황혼기에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산관리는 생각보다 매우 위험하다. 가급적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험이 높은 곳에 큰 수익이 있다는 일반적인 가설은 시니어 자산관리에서 절대 피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잘 지키면서 여기에다 비과세종합저축이나 즉시연금 같이 시니어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상품을 잘 활용한다면 시니어들도 알뜰한 자산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생의 황혼기에 도달한 시니어들은 젊은이에게는 없는 인생의 지혜를 갖고 있어 조급하지 않고 멀리 볼 수 있는 여유가 큰 장점이다. 자산관리에 이런 지혜를 활용한다면 시니어들의 인생도 좀 더 멋진 삶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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