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에 주의해야 하는 진드기 질환들
글 이재원_모바일닥터 대표, 전 MBC 의학전문기자
날씨가 선선해지면 야외활동이 늘어난다. 특히 가을에는 추석명절이 있어서 벌초나 성묘 등으로 산이나 풀밭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는데 이때 조심해야 하는 질환이 두 가지 있다. 바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쯔쯔가무시병이다. 이름이 조금 어렵지만 두 가지 모두 진드기에 의해 물린 뒤 발생하는 질환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해 매개되는 질환으로 원인은 분야바이러스이다. 주로 산이나 구릉지역에서 활동을 하다가 진드기에 물려서 발생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혈액에 의해 옮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처음 보고 되었고 지금까지 15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50명 이상이 사망해 치사율이 30%를 넘는다. 이 때문에 작은소참진드기는 ‘살인 진드기’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데 사실 진드기가 원인이라기보다는 진드기 안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이다. 주로 7월부터 가을사이에 집중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도 벌써 34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5명이 사망하였다.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고 1~2주의 잠복기가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원인을 잘 모르는 고열과 함께 두통, 근육통, 피로, 특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주로 나타나므로 몸살감기나 장염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이 나타나면서 혈소판이 감소해 중증혈소판감소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온몸의 장기가 망가지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치사율이 높은 것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인데 여러 가지 대증요법으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게 하는 정도이다. 예방백신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야외활동시 직접적으로 잔디나 풀에 피부가 닿지 않도록 노출을 최소화하고 외출을 마친 후에는 옷을 깨끗하게 세탁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진드기가 피부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경우에는 그대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은데 침이 피부 속으로 침투해 있기 때문에 힘을 주어 떼어내면 침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쯔쯔가무시병(Scrub-typhus)
쯔쯔가무시는 9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가을철 열성 질환이다. 특히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의 서남부 지역에서 환자 발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쯔쯔가무시 균으로 털진드기의 유충 속에 살다가 유충이 사람을 물면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후 10~12일 정도의 잠복기가 있다. 증상은 처음에는 독감과 비슷한데 고열과 함께 두통, 근육통이 심해지고 오한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3일 이상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 1~2주전 산이나 들로 야외활동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가피’라고 하는 특징적인 피부 증상이 있는데 진드기 유충에 물린 자국에 딱지가 생기는 것이다. 야외활동 뒤 고열이 생긴 경우라면 완전히 탈의를 하고 가족이나 주변사람의 도움을 받아 가피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부위에 있는 경우 찾기 힘들 수 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과는 달리 쯔쯔가무시병은 치료제가 있다. 대부분은 항생제 치료를 받게 되면 잘 낫지만 일부에서는 뇌수막염이나 폐렴, 신부전증과 같은 중증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서 입원하여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역시 예방백신은 없고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가을철에 벌초나 등산 등 풀이 많은 곳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하는데 예방을 위해서는 풀밭 위에 앉거나 눕지 않고 돗자리 등을 까는 것이 좋다.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옷에 유충이 붙어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야외 나들이 후에는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