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재산, 금융 사기로부터 지켜라
글 김창경_한국금융신문 기자
금융 사기가 먹혀드는 것은 결국 피해자들의 욕심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수익률 높은 투자를 권한다면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를 던져보라. 왜 그렇게 좋은 투자를 나한테 알려주느냐고. 세상에 그렇게 좋은 투자가 있다면 그 차례는 절대 나에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제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났을 즈음의 일이다. 찰스 폰지(Charles Ponzi)라는 미국인이 “45일 만에 50% 수익을 내 주겠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전쟁 후의 불안한 환율 움직임으로 인해 지역별로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여기에 투자해서 큰 이익을 낸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수익률에 혹한 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밀려들었는데, 알고 보니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에게서 받은 돈을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이익금으로 나눠주는 형태의 사기였다. 찰스 폰지는 사기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났지만 다른 지역으로 자릴 옮겨 “부동산 투자로 50%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똑같은 사기를 벌였다. 결국 그는 다시 철창에 갇혔고 그 안에서 사망했다.
그 후로 투자자에게서 받은 돈으로 다른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면서 돈을 계속 끌어 모으는 방식의 사기를 ‘폰지 사기’라고 부르게 됐다. 우리에게는 ‘금융피라미드’라는 용어로 더 익숙할 것이다.
폰지 사기는 피라미드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까지 지냈던 버나드 매도프(Bernard Madoff)의 폰지 사기는 650억 달러, 약 70조 원으로 압도적이다. 그는 2008년에 체포돼 15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내에서는 조희팔 사기가 유명한데, 의료기 대여업으로 고수익을 내준다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3만여 명에게 4조 원을 가로챘다.
이런 사기가 갈수록 더욱 판을 치는 것은 지금이 초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특히 이런 사기에 걸려드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60~70대의 은퇴자나 가정주부들이라고 한다. 1억 원을 은행에 맡겨도 월이자 10만 원 받을까말까 한 시대에 살다보니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고서는 노후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금 더 나은, 수익률 높은, 이자 더 주는 투자처를 찾다가 덜컥 사기단에 걸려들게 되는 것이다.
피해자들 중엔 고수익에 혹해 노후생활비로 쓸 돈은 물론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피해도 크다. 자산의 일부를 쪼개서 투자했다면 그나마 나을 텐데, 거의 전 재산을 잃고 생활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일도 있다. 나중에 사기단을 붙잡는다고 해도 원금은커녕 한 푼도 못 건질 공산이 크다. 단 한 번의 실수치고는 대가가 가혹하다.
“어머니가 사촌 말을 듣고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드에 돈을 투자했다는데 연 30% 수익에 원금을 보장했다고 한다.” 투자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린 아들은 어머니가 금융피라미드 사기에 당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머니나 사촌과 의가 상할까봐 적극적으로 만류하지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아들이 옮긴 정황에는 금융피라미드 사기를 구성하는 요건이 모두 들어있다. 내세운 수익률은 엄청나고 원금 보장도 강조하지만, 잘 모르는 곳에 투자하고 투자방식도 애매하다. 또한 지인에 의해 모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종교도 활용된다.
조희팔처럼 의료기기를 팔아서 고수익을 낸다고도 하고, 보물선을 찾겠다고도 하며, 아프리카의 금광이나 중국 희토류에 투자한다고도 말한다. 비트코인이 이슈가 됐을 때는 그와 비슷한 가상 통화를 내세운 트렌디한 사기업체도 있었고, 반대로 “OO마트에 투자하면 원금의 2배를 주겠다”며 익숙한 투자처를 앞세운 일당도 있었다.
다시 말해 어디에 투자하느냐는 사기극에 쓰이는 소도구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면 무엇이든 동원될 수 있다. 투자자가 낸 돈으로 다른 투자자의 이익금을 돌려막기하면서 더 많은 투자금을 끌어내다가 때가 됐을 때 돈을 들고 잠적하는 시나리오는 똑같다.
금융피라미드 사기나 유사투자자문업체 사고는 한번 터지면 피해 규모만 수천억 원씩이다. 정부가 알아서 걸러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니 나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평생 모은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연 10% 넘는 수익률은 의심하라!
금융피라미드 사기가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를 현혹한다면 유사투자자문업체는 ‘대박주’를 내세워 사기를 벌인다.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유료회원에게 돈을 받고 주식종목을 찍어주거나 투자전략을 제공하는 식으로 영업하는 유사투자자문업(유사투자자문업체)은 제도권 내의 ‘투자자문사’와는 전혀 다르지만, 그렇다고 불법인 것은 아니다. 금감원에 신고된 등록업체만 7월말 현재 1070개라고 한다. 문제는 등록만 할 뿐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아 생긴다.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 특정종목을 먼저 매입한 뒤 회원들에게 고가에 추천하고 물량을 떠넘겨 부당이득을 취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사실은, 법을 어기지 않았을 뿐이지 매달 100만 원 가까운 회비를 받으며 영업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주고 얻은 정보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보다는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추천주의 주가가 급락해도 ‘투자 결정은 전적으로 투자자 책임’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금융피라미드 사기나 유사투자자문업체 사고는 한번 터지면 피해 규모만 수천억 원씩이다. 정부가 알아서 걸러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니 나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평생 모은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일단 연 10% 넘는 수익률은 의심해야 한다. 매일매일 ‘수익률 높은 재테크’를 찾고 분석하는 게 일인 필자의 눈에도 연 10%를 넘는 재테크 투자처는 전 세계를 뒤져도 흔치 않다. 무엇보다 그런 투자엔 그만한 투자위험도 따른다. 그런데 20%, 30%를 주면서 ‘원금 보장’까지 약속한다니, 사기일 가능성 99.9%다. 참고로 앞서 언급했던 매도프 사기도 연 10~12% 수익을 내걸었다.
증권방송 등에 나와 얻은 유명세를 이용하는 부류도 있다. 특히 L씨는 평소 회원들에게 고가의 슈퍼카 여러 대와 최고급 빌라 등을 자랑했는데,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것은 이목을 끌기 위함이다. 현혹되면 안 된다.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공단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