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가까워지는 국민연금
write 정인영(부연구위원, 국민연금연구원)
청년세대의 노동시장 불안정성
일반적으로 청년은 여성, 고령자 등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노동시장 불안정성이 가장 높은 계층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2015년 6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10.2%로 전체 인구(15~64세)의 4.1%보다 2.5배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고용률 또한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5년 6월 기준 40%대 초반에서 정체되어 있으며, 이는 OECD(15~24세 기준) 대비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낮은 고용률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대두된 20대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에 기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망은 더욱 불안정한데, 이는 다양한 경제·사회적 원인이 결합해 앞으로 3~4년간 청년 고용절벽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저성장 기조, 노동시장 개혁 지연, 현장 수요와 괴리된 대학교육 문제 등으로 촉발된 청년고용 문제가 향후 에코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의 대거 노동시장 진입이나 정년연장 의무화 시행 등과 같은 인구학적·제도적 요인들과 결합하면서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년고용과 국민연금
국민연금 수급권은 노동시장 참여와 보험료 납부를 전제로 성립된다. 따라서 실업이나 저임금의 불안정 고용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청년세대는 국민연금 가입에서 소외되기 쉬워 연금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청년기에 실업에 빠졌을 경우 해당 적용제외 기간 동안 연금 가입 기간이 쌓이지 않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납부예외자나 장기체납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게 된다. 이처럼 청년세대의 노동시장 불안정성은 단순히 청년기라는 특정 시기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반영되어 노후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청년들의 불안정 고용은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입을 감소시켜 연금재정의 축소와 연금제도의 지속성 문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사실 청년들의 실업과 불안정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청년고용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청년세대의 불안정한 노동지위를 개선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청년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정부의 청년고용절벽 종합대책 프로그램의 성과 역시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청년들의 고용문제를 해결해줄 근본적인 대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각지대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향후 청년층의 노후소득 적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청년고용정책과는 별도로, 연금제도 안에서 청년들의 가입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국민연금 가입실태
첫째, 우리나라의 청년층은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가 가장 많은 연령층이지만, 가입률과 보험료 납부자 비율은 가장 낮은 연령층이다. 이러한 낮은 가입률과 보험료 납부율은 18~26세 청년층의 경우 학업, 군복무, 취업 준비 등의 이유로 적용제외(비경제활동) 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26세 이하 남성의 경우 군복무로 인해 보험료 납부율이 여성보다 10% 이상 낮다. 둘째, 27~34세가입자는 가입률이 높은 편인데, 이는 청년층의 입직연령이 대략 28세인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국민연금에 가입한 청년들이라 할지라도 보험료 납부 기간이 매우 짧다.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 청년층의 평균 납부 기간이 비(非)청년층의 평균 납부 기간보다 3분의 1 정도 짧다.
연금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청년층 국민연금 가입 지원대책 비교
외국에서 크레딧제도는 청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금 선진국들의 경우 청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직업훈련, 군복무, 학업 등의 기간에 대해 보험료를 면제해주거나 저임금 청년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크레딧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들을 위한 크레딧제도가 미흡하다. 청년들에게 맞춰진 크레딧제도는 사실상 군복무크레딧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군복무크레딧을 운영하는 다른 국가들은 군복무 또는 국가를 위한 의무봉사의 모든 기간에 대하여 크레딧을 제공하고 있으며, 노령연금 수급권 발생 시점이 아닌 군복무 발생 시점에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군복무크레딧은 인정기간이 짧고(6개월), 노령연금 수급권 발생 시점에 지원하는 사후 인정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책 체감도가 낮다. 한편 독일, 영국과 같은 연금 선진국들은 청년들의 직업훈련 중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노년기 무(無)연금 또는 저(低)연금의 위험을 완화시키고 있다. 직업훈련은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청년들의 취업 증가 및 임금 상승 효과까지 가질 것으로 기대되어, 학교 교육의 실효성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어떻게 해야 하나?
청년취업문제가 노후생활고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노동시장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대안 외에, 국민연금제도 내적으로도 다양한 청년층의 가입 지원방안 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현행 군복무크레딧의 확대와 직업훈련 크레딧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군복무는 국가적·사회적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만한 가치 있는 행위이므로 크레딧의 인정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확대 적용하고, 행위 발생 시점에 지원하는 사전 인정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실업과 고용 불안정으로 이중 고를 겪고 있는 청년세대의 국민연금 가입을 위해 직업훈련크레딧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이러한 지원 방안들이 시행되어 청년들의 연금 가입 기간을 확대하고 연금수급권을 확충하며 사각지대 문제를 완화하는 ‘청년과 가까워지는 국민연금’으로 우뚝 설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