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가수 인생 40년, 68년 트윈폴리오로 가수에 데뷔한 이래 38년간 솔로 활동까지…. ‘피리부는 사나이’, ‘왜불러’, ‘고래사냥’ 등 그동안 내가 불렀던 수많은 곡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다른 가수들처럼 꼭 가수가 되리라 결심하고서 가수가 된 건 아니었지만 한 가지 일을 하며 40년을 보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다. 학창 시절 전공으로 선택한 일로 40년을 보내게 될 줄이야.
이제 예순을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난 라이브카페에서 매일 노래를 부르고 매년 20여 차례씩 큰 무대에 선다. 지나고 보니 40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긴 것은 아니다. 내겐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올해 4월 국민연금을 청구하라는 전화가 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연금 받을 때가 왔나?’
국민연금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는데 마침 국민연금 직원이 직접 찾아와서 설명도 해주고 신청서 작성도 도와주겠단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생활 패턴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나기 쉽지 않을 거라 말했다.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잠은 새벽 5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잔다. 그리고 오후에 2시간 동안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만의 운동을 한다.
며칠 후 국민연금 직원이 내가 노래하는 라이브카페로 찾아왔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시간에 찾아올 리가 없는데….’ 거기다 선물이라며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찾아온 직원은 내가 그동안 얼마의 연금을 냈는지, 앞으로 어느 정도의 연금을 받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동안 내가 보아온 공공기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이후로 두어 차례 만남의 자리가 이어졌다. 요새 젊은 연예인들이 연금 보험료를 체납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실하게 납부하고 연금을 받는 내 모습이 보기 좋단다. 성격상 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걸 거르는 적이 없는 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처음 연금 보험료를 낼 때는 오히려 좀 늦게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납부를 시작한 해가 98년이니까 이미 내 나이가 쉰을 막 넘긴 때였다. 일할 능력이 있는 젊은 시절에 연금 보험료를 내서 일하기 힘든 노후에 받는 게 연금이 아닌가.
“기회가 된다면 후배 가수들한테도 국민연금에 대해 얘기해 볼께요. 연금이란 게 나이가 들면 당연히 돌려받는 건데….”
국민연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와 같은 사례를 후배들에게도 알려 꾸준히 납부하면 나중에 반드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마침 그 자리에 함께한 연금급여실 실장이라는 분이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저희 국민연금에서 송창식 씨를 위한 수급증서 수여식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송 선생님이 70~80년대를 이끌어온 국민가수이시고, 저희 공단에도 7080팬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하지만 난 몇 년 전부터 방송활동이나 인터뷰 같은 대외 활동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였다. 방송에 나가면 왠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88올림픽 때 국가 홍보대사를 권유받았지만 정중히 고사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이번만은 거절할 수 없었다. 오히려 흔쾌히 승낙했다. 내야 되는 것이기에 낸 것뿐인데… 고마움이 밀려왔다.
6월 5일, 나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수급증서와 축하의 꽃다발을 받았다. 아직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이에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이 어색하긴 했지만 많은 이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줬고 참석한 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날 난 연금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이 있다는 ‘국민연금 뉴-라이프 카드’도 신청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 같아 색색의 풍선을 양팔 가득 받은 것 마냥 기쁨이 넘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