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거제도의 조선소에서 크레인기사로 근무 중인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살다보니 거제도까지 흘러들어 직장도 잡고 거래처에 근무하는 아가씨를 만나 결혼도 하여 지금은 단란한 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항상 머릿속을 짖누르는 숙제와 부담이 있었습니다. 20대에 젊은 혈기로 정비공업사를 운영했을 때의 일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라 17명이 넘는 직원들과 함께 ‘내 직장이 아닌 모두의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사업체를 꾸려나갔습니다. 곧 성공할 것만 같은 부푼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IMF의 여파로 그만 폐업을 하고 말았습니다.
직원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료 납부는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직원들은 힘내라 며 쌈지 돈을 모아주어 그 고마움을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빚을 어떻게 갚을까 고민해봤지만 폐업한 상황에서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렵게 거제도의 한 조선소에 취직을 할 수 있었고, 거기서 받은 월급을 조금씩 따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게 10여년. 푼돈이 모여 어느덧 1500여만원이 넘는 큰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납부하지 못했던 17명의 사회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우선 국민연금 거제사무소에 찾아갔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일이었는데도 몇 가지의 정보만으로 미납내역을 쉽게 확인하고 완납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의 짐 하나를 덜었다 생각하니 그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앓던 이를 뽑아버린 기분이랄까요? 이런 과정이 결코 쉽지만는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특히 집사람의 반대가 컸습니다. 맞벌이는 하고 있지만 애가 둘이나 있고 직장도 일용직인 형편에서 10년도 더 지난 일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느니 가족의 미래가 먼저 아니냐고,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금전적 피해를 본 사람이 당신인데 왜 먼저 나서느냐’고 원망 아닌 원망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반대하던 집사람이었지만 사회보험료를 완납하고 평온해진 내 얼굴을 보더니 웃으면서 이야기 하더군요. 괜히 말렸다고, 미안하다고 말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사업주로 있을 당시엔 국민연금이라는 게 그저 의무가입이니까 별 생각 없이 가입하였는데, 거제도에서 조선소를 다니면서부터는 일 자체가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의무라기보다는 제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좋은 제도를 왜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지 답답합니다. ‘과연 나이가 들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세금 신고와 부가세 신고를 하면 국민연금 연체금이 면제된다는 소문을 듣고 국민연금에 상담을 하러 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알고 있는 내용 중에 잘못된 정보가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국민연금에 대해 이렇게 오해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홍보하여 국민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국민연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납부과정에서 여러모로 친절하게 도움을 주신 국민연금 거제사무소 직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10미터와 40미터 사이를 오르내리는 크레인 위에서 IMF시절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살아가리라 다짐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