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살롱
독립자금이 된
한국의 특허 1호, 말총모자
한국의 특허 1호, 말총모자
가볍고 마찰과 수분에 강하면서도 광택까지 뛰어나 공예품의 재료로 많이 사용된 말총. 조선시대 남성들은 이 말총으로 다양한 의관을 만들어 썼다. 검은 색깔에 사람의 머리카락과 닮아 있어서 말총은 남성들의 머리를 정돈하는 용도로는 최고의 재료였다. 바로 이 말총을 이용해 일제강점기에 독립자금을 마련한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인 특허 1호를 낸 정인호 선생이다.
1909년?8월?24일자 대한매일신보 광고.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독립정신이 탄생시킨 말총모자
1896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난 정인호 선생은 조선 말기 궁내부의 감중관이라는 직책을 맡은 관료로 활동했다. 1985년 을미사변 후 관직을 버리고 독립협회에 뛰어들어 일제에 항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협회가 해체되었고, 경북 청도 군수로 임명된다. 그때 정인호 선생의 나이 서른하나였다.
그는 일본의 지배하에서 관직의 자리에 있는 것은 굴욕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4개월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서울로 올라가 흥인학교를 설립한다. 갈수록 세력을 키우는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청소년을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03년 러시아 남진정책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가게 된 그는 영국의 공사와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 상하이로 망명 생활을 떠나게 된다. 그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출판사 묵호서림을 세우고, ‘초등 대한 역사’, ‘최신 초등 수학’ 등을 발행하며 교육계몽에 앞장선다. 하지만 발간한 책들이 배포금지 도서가 되면서 다시 감옥에 가게 된다.
독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던 정인호 선생은 꾸준한 독립운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금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던 그에게 떠오른 것은 상하이 망명 시절 거리에서 보았던 외국인들의 중절모였다. 그 당시 서양의 중절모는 천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정인호 선생은 우리나라 전통 갓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말총으로 중절모를 만들어 팔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경기도의 어느 젊은 갓장이(갓을 만드는 장인)를 섭외하여 생계비와 재료비를 대주며 함께 말총모자 개발에 착수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은 집요하게 개발에 몰두해 1907년 말총모자 개발에 성공한다.
그는 일본의 지배하에서 관직의 자리에 있는 것은 굴욕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4개월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서울로 올라가 흥인학교를 설립한다. 갈수록 세력을 키우는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청소년을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03년 러시아 남진정책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가게 된 그는 영국의 공사와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 상하이로 망명 생활을 떠나게 된다. 그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출판사 묵호서림을 세우고, ‘초등 대한 역사’, ‘최신 초등 수학’ 등을 발행하며 교육계몽에 앞장선다. 하지만 발간한 책들이 배포금지 도서가 되면서 다시 감옥에 가게 된다.
독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던 정인호 선생은 꾸준한 독립운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금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던 그에게 떠오른 것은 상하이 망명 시절 거리에서 보았던 외국인들의 중절모였다. 그 당시 서양의 중절모는 천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정인호 선생은 우리나라 전통 갓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말총으로 중절모를 만들어 팔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경기도의 어느 젊은 갓장이(갓을 만드는 장인)를 섭외하여 생계비와 재료비를 대주며 함께 말총모자 개발에 착수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은 집요하게 개발에 몰두해 1907년 말총모자 개발에 성공한다.
말총모자·모자함
말총을 엮은 모자로 보울러 모자 형태를 하고 있다. 대우가 둥글고 양태가 매우 좁으며 그 테두리가 위쪽으로 말린 것이 특색이다. 이 모자는 전통 공예 기술로 서양식 모자를 만들어 낸 사례이다. 모자함은 대나무로 엮은 뼈대에 종이를 발라 만들었다. 모자 안쪽에 형태를 유지시켜주는 종이 완충재도 함께 전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발행. 2017. 국외소재 한국문화재 조사보고서
제36권?「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251쪽
제36권?「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251쪽
한국인 최초 특허 등록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말총모자는 표현 그대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말총모자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했고, 중국 상하이, 미국, 일본에까지 수출하게 된다. 세계인의 머리에 우리의 말총으로 만든 모자를 씌우겠다는 그의 각오가 실현된 것이다.
그 당시 을미개혁으로 단발령이 내려져 머리를 자른 남성들이 많았다. 이전까지 갓을 써야 했던 남성들에게 말총모자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말총모자가 큰 인기를 모으며 흔히 말하는 ‘잇템’으로 떠오르자 여기저기서 유사품과 복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이 무단으로 제품을 복제해 유통했던 것이다. 정인호 선생은 말총모자를 지키기 위해 특허 출원을 하게 된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특허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정인호 선생은 일본 통감부에서 시행한 특허령에 따라 특허를 출원했다. 1908년 특허령이 시행되었을 때, 특허 출원·등록을 신청한 사람은 대부분 일본인이거나 미국인으로 한국인은 정인호 선생이 유일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의 특허권자이자 1910년 경술국치로 한국 특허령이 폐지될 때까지 유일한 특허권자였다. 그는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특허를 계속 지키기 위해 1910년 일본으로 건너가 말총제품에 대한 일본특허까지 획득했다.
그 당시 을미개혁으로 단발령이 내려져 머리를 자른 남성들이 많았다. 이전까지 갓을 써야 했던 남성들에게 말총모자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말총모자가 큰 인기를 모으며 흔히 말하는 ‘잇템’으로 떠오르자 여기저기서 유사품과 복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이 무단으로 제품을 복제해 유통했던 것이다. 정인호 선생은 말총모자를 지키기 위해 특허 출원을 하게 된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특허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정인호 선생은 일본 통감부에서 시행한 특허령에 따라 특허를 출원했다. 1908년 특허령이 시행되었을 때, 특허 출원·등록을 신청한 사람은 대부분 일본인이거나 미국인으로 한국인은 정인호 선생이 유일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의 특허권자이자 1910년 경술국치로 한국 특허령이 폐지될 때까지 유일한 특허권자였다. 그는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특허를 계속 지키기 위해 1910년 일본으로 건너가 말총제품에 대한 일본특허까지 획득했다.
일본 특허청 검색사이트에서 검색한 말총모자 특허증
정인호 선생이광복?著?「끝나지 않은 항일투쟁」에서 발췌
말총모자뿐만이 아니라 말총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했고, 모두 출원하여 특허를 받아냈다.
그는 번창한 사업으로 축적한 부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지 않고 독립운동을 위해 모두 사용했다.
1909년?7월?23일자 대한매일신보 광고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다
정인호 선생이 말총모자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의 규모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당시 많은 양을 수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청량리에 1만 평이 넘는 공장을 운영할 정도였다고 하니 사업이 크게 번창해 많은 이익을 거두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말총모자뿐만이 아니라 말총토시, 말총 핸드백, 말총셔츠, 말총 담뱃갑 등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했고, 모두 출원하여 특허를 받아냈다. 그는 번창한 사업으로 축적한 부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지 않고 독립운동을 위해 모두 사용했다.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비밀리에 대한독립구국단을 결성해 상해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보내며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가담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액의 군자금을 임시정부에 보내던 그는 1921년 결국 일본경찰에게 발각되어 5년간의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그동안 그가 이룩했던 사업 기반은 모두 조선총독부에 몰수되고, 출소한 뒤에는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교육자로, 출판가로, 또 사업가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했지만, 정작 정인호 선생은 광복을 7개월 앞두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정인호 선생은 공훈을 인정받아 1989년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되었으며,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되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비록 일본제도에 의해 탄생한 한국인의 1호 특허였지만, 오히려 특허를 통해 말총모자 사업이 번창하고, 여기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지원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었다. 아쉽게도 정인호 선생이 만들었던 말총제품의 진품은 전해지는 것이 없다고 한다. 다만 그가 신문에 기재했던 광고를 통해서 그 모습을 짐작하거나, 상상해 볼 수 있다. 한국인 1호 특허권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그의 정신만큼은 지금까지 생생하게 살아 전해지고 있다.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비밀리에 대한독립구국단을 결성해 상해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보내며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가담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액의 군자금을 임시정부에 보내던 그는 1921년 결국 일본경찰에게 발각되어 5년간의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그동안 그가 이룩했던 사업 기반은 모두 조선총독부에 몰수되고, 출소한 뒤에는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교육자로, 출판가로, 또 사업가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했지만, 정작 정인호 선생은 광복을 7개월 앞두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정인호 선생은 공훈을 인정받아 1989년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되었으며,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되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비록 일본제도에 의해 탄생한 한국인의 1호 특허였지만, 오히려 특허를 통해 말총모자 사업이 번창하고, 여기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지원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었다. 아쉽게도 정인호 선생이 만들었던 말총제품의 진품은 전해지는 것이 없다고 한다. 다만 그가 신문에 기재했던 광고를 통해서 그 모습을 짐작하거나, 상상해 볼 수 있다. 한국인 1호 특허권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그의 정신만큼은 지금까지 생생하게 살아 전해지고 있다.
자료제공_ 특허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