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대체 뭘 뜻하는 걸까?’
가끔 젊은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모티 콘으로 현란하게 그림이나 기호를 만들어 보내오는데, 어떤 건 한참 봐도 뭘 뜻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당혹스럽지만, 가까스로 그 의미를 파악하면 스스로가 대견해지곤 한다. 글자만 알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의 신조어가 인터넷상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신이 만든 단어가 유행어가 되면 자랑스러워하고, 새로 등장한 유행어를 이해 못 하는 네티즌은 그 뜻을 알기 위해 물어보고 알아낸다. 자신들만의 언어로 소통하고, 그들만의 영역에 언어의 장벽을 쌓는다. 어느 시대나 세대 간, 집단 간에 이질감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절’이 일반화되었다. 고등학생이 중학생과 세대 차이를 느끼고, 대학교 졸업반과 1학년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소통을 위해선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 표현, 사고방식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소통이 가능하다. 어렵지만 그렇다고 대가가 없는 건 아니다. 다른 세대의 마음을 읽기만 하면, 큰돈을 잡을 수도 있다. 세계적 컴퓨터 통신기기 업체 ‘애플’의 최고 경영자 겸 회장 스티브 잡스가 MP3 I-Pod을 내놓았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회의적이었는가? 너무 앞서간다고 비난받았던 스티브 잡스가 이번에는 너무 뒤처진 게 아닌가 싶은 상품을 내놓았던 것이다. 단순한 기능에 단순하다 못해 단조로워 보이는 디자인의 I-Pod. 첨단 기술과 작은 크기로 승부를 걸었던 경쟁 업체들은 I-Pod에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첨단기술과 지나치게 작은 MP3플레이어 대신 I-Pod에 열광했다. 첨단 기술과 더 작은 것만 살아남을 거라는 전자제품 시장의 편견은 정답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앞서 가는 기술에 피곤해 하고, 새로운 기능을 즐기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기능에, 심플하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의 I-Pod은 시장을 휩쓸었다. 그제야 부랴부랴 다른 업체들은 I-Pod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만인의 장난감 바비인형은 소통을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경우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소녀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바비인형. 어른이 되어서도 새로 출시되는 바비인형을 모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영원히 소녀들의 친구로 자리매김할 줄 알았던 바비인형이 요즘 큰 위기를 맞고 있다. MGA사에서 출시한 ‘브라츠’라는 인형이 바비인형의 시장 점유율에 바짝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인형은 브라츠가 될 거라 전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두 인형의 차이는 극명하다. 바비인형이 8등신의 전형적인 백인 미녀를 형상화했다면, 브라츠는 큰 얼굴에 개성 강한 옷차림과 다양한 인종의 파티걸을 형상화했다. 어른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미녀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소녀들은 브라츠를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다. 눈치 안 보고 치장하고, 때로는 반항도 할 것 같은 브라츠가 요즘 소녀들이 되고 싶은 이상형인 것이다. 바비인형을 만든 마텔사는 부랴부랴 현대적인 옷들로 갈아입힌 바비인형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대세를 뒤엎기엔 이미 늦은 것 같다.
다른 세대, 다른 계층과 소통을 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에, 소통에 성공한 이들은 이렇게 큰 부를 축적한다. 그래서 요즘 마케팅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른 세대의 목소리를 해독하려 애를 쓴다. 그들이 쓰는 용어, 그들이 선호하는 가치, 그들의 고민에 귀 기울인다. 꼭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소통이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가족, 연인, 정치인과 국민, 국가와 국가는 모두 소통을 원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자신들이 쓰는 언어와 그네들이 쓰는 언어,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 쉽지 않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인문학적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적인 사랑과 역지사지의 태도가 밑바탕이 될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다른 생각으로 산다는 건, 사실 꽤 흥미로운 일이다. 그만큼 풍부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고, 우리가 배우고 얻을 것 또한 많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이해하고 포용할수록, 서로 통하는 길은 좀 더 시원하게 뚫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