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고유가에 전 세계 원자재 값 폭등으로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고물가에 시름하고 있다. 남미와 제 3세계 곳곳에서 고물가를 견디지 못한 국민들이 거리를 점거하고 정부와 격렬히 대치중일 정도다.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말이야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들어왔지만 지금처럼 피부로 절절이 느끼는 때도 드문 것 같다. 주부들은 매달 똑같이 들어오는 월급 통장을 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먹을 것을 줄일 것인가, 교육비를 줄일 것인가? 결국 외식비를 줄이고, 몇 달에 한 번 사는 화장품도 샘플 모아서 해결하는 정도가 주부들이 생각하는 절약이다.
이런 시급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선 절약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문제는 얼마나 효율적이고 지혜롭게 절약하느냐이다.
요즘 각종 재테크 사이트와 부자되기 커뮤니티 등에는 각자의 절약에 대한 경험담이 활발히 게재되고 그걸 토대로 서로의 방식을 지적하고 칭찬해주고 있다. 가계부를 공개해, 줄일 수 있는 부분에 조언을 듣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돈을 모으라는 전문가 수준의 컨설팅까지 받고 있다. 주먹구구식의 돈 절약은 결코 해답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리고 돈을 절약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도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물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혁명적 수단 덕으로 생필품을 구입하는 단가는 얼마든지 절약할 수 있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지 않고 인터넷 슈퍼마켓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비좁은 주차 공간에서 빈자리를 찾아 고생할 필요도 없고, 필요치 않은 상품을 충동구매 하는 일도 줄어든다. 구매기록도 자세히 남기 때문에 자신의 소비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다. 자신이 자주 드나드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짜로 물건을 얻기도 한다.
주부 회원들이 많은 사이트에서는 안 읽는 책이나 처치 곤란인 유아용품, 옷 등을 기꺼이 공짜로 주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지어 꽤 값나가는 가방이나 구두 등도 헐값에 가져가라는 사람도 있다.
한 달 생활비를 정해 놓고 어떻게든 그 안에서만 지출하는 보다 적극적인 구두쇠들도 있다. 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은 대중교통 이용, 도시락 싸기, 현금 안 가지고 다니기 등이다. 자가용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다. 그 비싼 휘발유 값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요즘엔 대중교통 비용도 아끼기 위해 아침 일찍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도시락은 이제 하나의 점심 문화로 자리 잡고 있고, 점심시간마다 반찬을 나누며 붐비는 식당에서 서둘러 식사를 끝낼 때보다 한결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도시락족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위생이나 건강을 생각하면 손수 만든 도시락에 대한 경쟁력은 더욱 분명해진다. 주머니에 현금이 없으니 소소하게 나가는 낭비도 막을 수 있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거나, 도너츠 전문점에서 설탕 듬뿍 발라진 도너츠를 먹고 싶어도 눈 질끈 감는다. 카드를 쓰기도 번거롭고, 당장 쓸 현금도 없으니 그냥 한 번 참고 마는 것이다.
사실 절약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미덕이다. 단순히 돈을 절약하여 가계에 보탬이 된다는 수동적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물질의 홍수 속에서 진짜 소비가 무엇인지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절약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한 지출에 휩쓸렸는지. 남들이 다 산다고 해서 무작정 구매했던 MP3, 헬스클럽 이용권, 명품 핸드백을 그냥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녀의 학원비, 참고서값은 아무 반성 없이 쓰고 있지는 않는지. 배가 불러도 먹고, 먹고 싶지 않아도 먹지는 않았는지. 연예인이 입었던 옷과 핸드백을 생각 없이 덜컥 구입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소비의 광기에 자신을 소모하지 말자. 과장광고의 유혹을 이겨내자. 그렇게 하나씩 배워 나가는 것이다.
진정한 소비자, 건강한 소비자가 되어 꼭 필요한 것들만 구입하는 살뜰한 정신은 자본주의 사회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생산자 역시 꼭 필요한 물건만 만들기 위해 더욱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하고, 과장광고는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절약한 돈은 자신의 여유와 행복을 위해 지출하자. 여행을 떠나거나, 기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살찌우는 기회로 재창조되는 것이다. 똑똑한 자린고비들은 행복을 위한 지출에선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