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나로 전 세계 인구의 4％인 2억700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바로 축구죠. FIFA(국제축구연맹) 회원국은 모두 207 개국에 이릅니다. 199개 회원국을 거느린 UN(국제연합)이나 191개 회원국을 이끄는 IOC(국제올림픽 위원회)보다 더 큰 조직이죠.
맨유 한 구단의 팬 수는 전 세계에 걸쳐 약 3억 30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인 만큼, 축구를 즐기는 방식 또한 가지가지입니다.
백사장에서 맨발로 하는‘비치사커’, 11명이 아닌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뤄 하는‘풋살’도 있죠. 골목 길에 깡통 하나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바로 축구의 묘미입니다. 애초에 영국의 중세시대 전쟁터에서 죽은 상대편 병사의 해골을 발로 차고 놀았다는 데서 축구가 유래했다는 설도 있으니까요.
오늘은 이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축구를 소개할까 합니다. 두 발이 아닌 두 개의 바퀴로 공을 차는 축구, 바로 자전거 축구 얘기인데요.우리나라엔 아직 보급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선 이미 상당한 수의 동호인이 형성돼 있습니다.일본에도 마니아층이 있다고 해요 .
대체 자전거 축구가 뭘까요?
한 팀은 두 명의 선수로 구성됩니다. 경기 시간은전후반 각 7분씩이고요. 슛이나 패스를 할 땐 바퀴 로 공을 찹니다. 경기장의 크기는 훨씬 작습니다. 세로 14m, 가로 11m 정도에요. 골대의 크기는 가로, 세로 2m. 경기는 주로 실내에서 벌어집니다. 어떤 의미에선 축구보다 말을 타고 하는 구기종목인 폴로, 혹은 격구와 더 닮은 점이 많은 종목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자전거 축구에 사용되는 자전거는 핸들이 위로 솟아있습니다. 빠른 방향 전환과 강력한 슈팅을 위해 고 안된 디자인이라고 해요. 브레이크는 달려 있지 않습니다. 멈추거나 방향을 틀고 싶을 땐 발로 땅을 짚으면 됩니다. 그 외의 동작, 이를테면 공을 몰고 가거나 슈팅, 패스를 할 땐 반드시 발은 페달 위에 있어야 합니다.
자전거 축구는 어떻게 처음 시작 됐을까요. 아이작 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낸 것 만큼이나 보잘 것 없는 우연이 자전거 축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낳게 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개 한마리가 뛰어들더라고. 피할 방법은 없고 황급히 앞바퀴를 들어 올 렸지. 다행히 개는 다치지 않았고 나 역시 용케 넘어지지 않았어.”

자전거 축구의 창시자로 불리는 독일계 미국인인 니콜라스 에드워드 카우프만의 회상입니다.
그는 강아지와 충돌할 뻔한 이 일을 겪은 뒤 자전거의 앞바퀴를 자유자재로 이용해서 공을 다룰 수 있 는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그는 자신의 고향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전거축구라는 걸 처음 했습니다. 그때가 1883년 9월 14일(1893년이란 설도 있음)입니다. 자전거 축구의 생일인 셈이죠.
미국에서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한 자전거 축구는 1901년 독일 선수들에 의해 유럽에 소개됩니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독일이 가장 많은 자전거 축구 클럽을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경기의 룰은 축구 와 대동소이합니다.
프리킥도 있고 페널티킥도 있어요. 대회에서 무승부가 났을 땐 승패를 가리기 위해 승부차기를 합니다. 파울 상황에서 심판 재량에 따라 어드밴티지가 적용될 수 있는 것도 축구와 같죠. 유럽에선 매년 각 도 시를 돌아가면서 1차에서 8차까지 자전거 축구 월드컵이 벌어집니다.
세계최대의 동영상 이용자제작콘텐츠(UCC) 서비스 업체인 유튜브(www.youtube.com) 검색창에 ‘radball(독일어로 자전거 축구)’이라고 치면 자전거 축구의 실제 경기 장면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독일, 헝가리, 크로아티아, 스위스 등이 벌이는 자전거 축구 국가대항전을 볼 수 있죠.
일반 월드컵보다 재미있냐고요? 글쎄요, 만약 그랬다면 아마 박지성이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같은 선수들도 진작 자전거를 타면서 축구를 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