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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보다는 휴보가 화제의 인물이지요." |
유난히 기계를 좋아하던 한 어린이가 집 옥상에서 로켓을 발사하겠다면서 실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로켓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부모는 그 소리에 뛰어나와 아이가 안 다쳤는지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아이는 폭발한 원인만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훗날 세계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과학자가 된다. 그가 바로 '휴보의 아버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오준호(53) 교수다.
휴보는 오 교수 연구팀이 3년의 시간을 개발에 쏟은 결과 2004년 12월에 탄생한 한국형 휴
먼로봇이다. 신체사이즈는 120cm, 55kg 이며 41개의 관절모터와 5개의 손가락을 따로 움직
일 수 있다.가슴 내장형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시속 1.2km 의 보행속도를 가지고 있다.
오 교수는 본인의 뜻에 따라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
사과정을 마친 다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기계라면 사족을 못쓰는 얼리어답터로 유명하다. 일찌감치 미국에서
GPS(위성위치추적시스템)를 구입해와 자동차에 탑재하고 다니면서 주위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
켰다. 특히 카메라와 오디오 등 기계를 다루는 것도 좋아해 학창 시절부터 고가의 장비를 구입
했다. 그 결과 오디오 외양만 보고도 성능 및 음향 정도 등을 척척 알아 맞히는 전문가가 되었고, 사진 촬영도 전문가 못지않게 실력을 갖추게 됐다.
어릴 때부터 모든 정보를 메모하지 않고 머리 속에 기억하는 점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스스로 부속품으로 입체적인 기계를 만들어내
듯 정보들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잊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이 무뎌진 편이에요. 어린 시절에는 좋은 기계만 봐도 눈을 뗄 수가 없고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는 스스로를 둔감해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의 젊은 감각은 연구소
안에서 정평이 나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틀에 박혀있지 않은 그의 사고에 공감할 때가 적지 않다.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과학자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새로운
영역을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휴보도 그랬듯이 그 이상
의 로봇도 노력으로 탄생할 거라고 믿습니다.”
그에게 휴보를 왜 만들려했는 지 묻지 않는 것은 실례일지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 많이 질문을 받았을 것이라서 오히려 실례일지도 모른다. 하
지만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어려서부터 어떤 기계든지 뜯어보고 다시 완성해서 그 원리를 알아야 직성이 풀렸어요. 알고 보면 로봇이든 비행기든 자동차든 대상은 크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중요한 것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그에게 불가능은 없을까? 그는 불가능이 오히려 무한한 힘을 내게 하는
원동력과 같다고 답했다. 인간과 꼭 같은 로봇을 만들겠다는 불가능한
목표를 앞에 두고 그는 더욱 힘이 난단다. 오 교수는 휴보를 수발하는
데 20여명이 매달려야 하다면서 휴보의 별명이 애물단지라고 말했다.
 그가 여기까지 오는데 두려움과 장애는 없었을까?
그는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오 교수는
바쁜 사람은 창조를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실제 그는 각종 보직
을 거절하고 연구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또한 각종 회의나 위원회 참석을 자제하고 사회적으로 얼굴을 내비추어야 하는 행사들을 정
중하게 거절했다. 그는 학생들보다 1시간 앞선 오전 10시 30분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연구에 매달렸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실에 있는 모든 시간을 죽자 사자 연구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그는 창조는 빈둥거리는 시간에서 찾아온다고 웃으며 말
한다. 때로는 TV를 보기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한다. 쇼파에 누워서 공상도 한다. 그리고 심심해 더 이상 놀기도 싫을 무렵 아이디어가 탁 하
고 떠오른다. 이 순간 빈둥거리던 시간들은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 된다.
그가 연구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이유다.
오 교수는 휴보의 탄생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일종의 미숙
아로 세상에 선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당초 휴보는 2004년 12월 말
완성 예정이었지만 대통령의 유럽 순방 당시 영국에서 열린 한ㆍ영산업
기술포럼에서 휴보를 전시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선적 등을 고려하면 영국까지 가는 시간만 한 달이 걸렸다. 오 교수는
할 수 없이 휴보를 조립도 하지 않은 채로 영국으로 보낸 뒤 그해 12월
4일 영국 현지에서 조립했다.
휴보는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15개국 정상과 악수를 하면
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 후 미국에 초청되고 콘서트에도 출연하
는 등 현재도 계속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찰청
으로부터 최초의 로보캅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는 휴보의 특징을 인
사를 나눌 수 있고,대중을 즐겁게 할 수 있으며, 노약자를 도울 수 있는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그가 목표로 하는 휴보의 갈길은 멀
다. 보행 속도도 좀 더 빨라져야 하고 경사진 곳도 올라갈 수 있도록 해
야 하며 계단도 오를 수 있는 능력도 주어야 한다.
현재 그는 찡그리거나 웃고 우는 등 표정을 나타낼 수 있는 알버트 휴보
와 100㎏ 의 사람을 태우고 걸을 수 있는 휴보 FX-1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알버트 휴보는 CNN에 출연하고 가수 김장훈의 콘서
트에 등장하는 등 인간형 로봇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천문학을 좋아한다. 특히 아이들과 큰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것이
어릴 적 꿈을 다시 생각나게 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별 너머
어디엔가 날으는 로봇을 꿈꾸던 그. 그리고 이제 그는 그와 같은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아이들로 둘러싸여 있다.
“아이들이 불가능 앞에서 더욱 힘을 내는 의지를 가졌으면 합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꿈
을 꾸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꿈을 키우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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