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대율마을.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되면서 ‘돌산갓장터마을’로 더 알려졌다. 마을은 돌산의 명소인 방죽포 해수욕장과 향일암 사이에 있는데 유명 관광지 사이에 자리를 하다 보 니 본의 아니게 주목을 덜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방죽포 해수욕장이나 향일암 같은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이 숨어 있음을 마 을을 한번 찾아본 이라면 모두 느꼈을 것이다.
향일암을 5분 정도 남겨 놓고 오른편에는 북한 반잠수정 전시관이, 왼 편에는 갓김치 체험관이 나오는 아담한 마을이 바로 돌산갓장터마을이 다. 70여 가구 21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농촌과 어촌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 반농반어(半農半漁)의 형태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바닷가 몽돌밭과 고즈넉한 포구를 끼고 있는 운치 있는 마을인데, 차를 타고 휑하니 지나면서 본다면 남도의 흔한 농촌마을로 착각하기 쉽다.
여수에서 돌산대교를 넘으면 온통 갓김치 판매장이 들어서 있을 정도 로 돌산읍은 갓김치가 유명한데 이 마을에서는 이점에 착안하여 갓김치 체험장을 건립하고 갓김치 만들기를 마을의 간판 체험 프로그램으로 내걸었다. 갓김치라고 다 같은 갓김치가 아니 다. 다른 마을의 갓김치도 정성스럽게 만들겠지만 특히 이 마을은 정부 주도형 체험마을이다 보니 김치 재료 하나하나 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모든 재료는 국산만을 쓰는데 고추는 임실 고추만을 고집하고 마늘은 임실 마늘을, 만일 없을 경우엔 남해 마늘을 쓴다고 한다. 갓김치에는 고추와 마늘 외에도 생새우, 양파, 멸치액젓, 배 또는 무, 찹쌀 등 이 들어간다. 역시 주재료는 갓인데 돌산에서 연중 재배되 는 갓은 해풍 맞고 자란데다가 바닷물로 절여서 다른 지역 의 갓과 비교할 수 없는 맛을 지녔다. 게다가 또 다른 비법이 있다는데......

“굴을 까먹고 그 껍질은 보통 버리게 되는데 우리 마을에선 이를 갈아다 밭에다 뿌립니다. 그럼 석회질소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갓이 병균도 없이 잘 자라게 되지요.”

마을의 갓김치 체험관은 엄선된 재료만을 써서 만든다는 점 과 본인이 먹을 김치는 본인이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는 점 때문에 한번 이용한 사람은 자주 찾는다.
그 외에 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통발 체 험과 대나무 낚시 등이 있다. 통발 체험은 생선 토막을 통 발에 넣어서 마을 선착장 앞 물속에 집어넣는 것으로, 처음 에는 돌게가 들어오고 또 이를 잡아먹기 위해 문어나 여러 고기들이 따라 들어온다고 한다. 대나무 낚시는 값비싼 장 비가 아닌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로 마을 선착장에 앉아 낚 시질을 하는 것인데 4월부터는 놀래미(노래미)가 주로 잡힌 다고 한다.
마을의 명물로는 북한에서 침투한 반잠수정을 격침하여 전 시해 놓은 반잠수정 전시관과 비자나무 샘터, 몽돌 해변 등 을 들 수 있다. 특히 비자나무 샘터는 아직도 많은 주민들 이 식수로 이용할 정도로 물이 좋은데 마을 노인 중에 중풍 환자가 단 한명도 없는 것은 다 이 물 때문이라는 것이 마 을 이장의 귀띔이다. 잔잔한 바다에 해조음이 나지막이 들 리는 마을의 몽돌밭은 한가로운 어촌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가만히 앉아 두 눈을 감고 포구의 노랫소리를 듣다보면 나그네조차 밀려오는 물결에 몸을 맡겨버리는 조약돌이 되고 만다.
마을은 연계 관광지도 많은데 5분 거리의 향일암과 방죽포 해수욕장, 10분 거리의 전라남도 해 양수산 과학관은 꼭 찾아볼 명소이다. 하루나 이틀 일정으로 돌산갓장터마을과 주위 관광지를 둘 러보았다면 돌산을 빠져 나올 때 꼭 시각을 맞춰 봐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돌산대교의 야경이 다. 돌산공원 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예로부터 미항으로 소문난 여수항의 야경이 펼쳐지는데 늘씬하게 뻗어 올라간 돌산대교의 야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야경 중 하나로 손꼽 힌다. 색색으로 변하는 돌산대교의 야경에 나그네의 여독이 단번에 풀어지니 여수에 와서 이 야 경을 보지 못하고 간다면 평생의 후회가 되리라.

오메, 환장하겄네! 영취산 진달래.
4월 초순에서 중순의 여수 여행길이라면 빼놓지 말고 들를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진달래 군락이 형성되어 있는 영취산이다. 여수 산업단지를 끼고 있어서 일까, 영취산의 진달래는 더 수줍어 보이고 더 아름다워 보인다.
영취산은 큰 나무가 많지 않아 진달래가 더 돋보이는데, 산 전체를 덮고 있는 진달래의 연분홍빛 유혹에 봄이 오는지 가는지 절로 취하고 마는 것이 등산객들의 춘심이다. 산자락에 위치한 흥국사는 옛날 임진왜란 당시 의승수군(義僧水軍) 의 훈련장이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국보급 탱화가 많아 불교 미술사를 공 부하는 학도들이라면 꼭 한 번씩 찾는 곳이 이곳 흥국사이다. 여러 가지 불교 미술 작품과 임진왜 란 당시 승군들의 유물은 지금 경내 의승수군 유물전시관에 모여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