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 관문인 전주에는 전주한지, 대사습놀이 등과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비롯해 조선 임금들의 어진을 모셔놓은 경기전, 한옥밀집지구인 한옥마을 등이 있다. 이처럼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에 또 하나의 전통이 담기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www.jiff.or.kr)이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객사와 풍남문이 있는 대표적인 전주의 도심에서 열리는 것. 이곳에선 영화제 이외에도 다양한 영화 촬영이 이루어진다. 전주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촬영된 드라마 <궁>, 영화 <약속>, <YMCA야구단>을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다. 최근 촬영된 영화는 <날아라 허동구>, <수퍼맨이었던 사나이>,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라듸오 데이즈> 등 극장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품들. 천천히 화면 속의 그 장소를 찾아 전주시가지를 산책해 보자. 독특한 전주만의 문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황정민(수퍼맨)과 전지현(송수정PD)이 출연한 영화 <수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전주에서 많은 분량이 촬영된‘전주표’영화이다. 2008년 1월 31일 개봉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함을 심어주었던 이 영화는 3년째 방송프로덕션에서 신파‘휴먼다큐’를 찍고 있는 송수정 PD가 차라리‘동정심 없는 아프리카 사자’를 찍겠다며 밀린 월급 대신 회사 카메라를 챙겨 나오다 날치기를 당하고, 그런 그를 구해주는 수퍼맨이었던 사나이를 만나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건사고로 구성되었다. 아프리카 대신 수퍼맨을 취재하기로 한 송수정PD가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그를 쫓으며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는 가슴 따뜻한 장면들도 많다.
가까운 곳에 <우리생애최고의 순간>촬영지도 있다. 전주실내체육관이다. 이곳에서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들의 고단한 훈련과정과 시합장면 등이 촬영되었다. 현재 이 체육관은 프로농구 KCC이지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경기장 가득 선수들의 브로마이드가 걸려있다.

시위대와 함께 한 크라잉 넛의 공연장, 거마공원

<수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지구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환경운동가들이 4차선 도로를 막고 길거리 시위를 하는 군중장면과 1200명의 관객이 함께 하는 크라잉 넛의 공연장면이 있다. ‘환경 보호 시위대의 대규모 콘서트’장면이다. 이 장면은 전주시내 4차선 도로를 막고 5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대적인 촬영이었다.
엑스트라 이외에 7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해 대규모 콘서트 장면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장면이 촬영된 거마공원은 삼천도 서관과 조각, 아이들의 그물 놀이터, 너른 잔디 광장이 있는 전주시민들의 쉼터로 인근에 삼천동 막걸리 골목이 있어 저녁 무렵, 고단한
하루를 쉬어가려는 전주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은 도서관 건너편 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다. 크고 작은 30여개의 막걸리집이 가득한 이곳의 술값은 1만2천원. 막걸리 한 주전자와 한 상 가득 잘 차려진 전주식 안주의 가격이다. 가난한 서민들이 많이 살던 삼천동에 IMF가 찾아오면서 술 마실 돈 조차 없어사람들에게 싼값에 술상을 푸짐하게 봐주는 막걸리 집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물 골목길이 되었다.

전주 최고의 번화가인 중앙동에는 영화제가 열리고, 연인들이 많이 찾는 걷고 싶은 거리가 있다. 전주 객사 옆에서 시작되는 이 거리는 천장을 가리는 조명장식이 있어 밤이면 더욱 화려하게 피어나는 것이 특징. 그 길에서 영화 속 수퍼맨과 배트맨이 만나는 장면, 수퍼맨
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광판으로 편지를 써 보내는 장면 등이 촬영되었다.
전주를 찾아온 관리나 사신의 숙소로 사용했던 전주객사는 보물 제 583호로 지정된 조선 초기 건축물이다. 객사 본관은 임금을 상징하는 나무패를 걸어두고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경의를 표하던 곳으로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풍패’는 한나라 고조가 태어난 곳으로 이곳이 조선왕조가 시작된 곳임을 알리는 말이다.
객사를 돌아보고 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돔형식의 아치 구조물이 있는 중심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가 만나는 다음 사거리가 거리를 걷던 수퍼맨이 나이트클럽 홍보를 위해 나온 웨이터 배트맨을 만나 자신이 수퍼맨이며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촬
영되었다.

경기전과 전동성당, 전주향교가 있는 한옥마을

객사 앞에서 풍남문 사거리로 나와 길을 건너면 경기전과 전동성당, 향교가 있는 한옥마을이 이어진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있는 경기전(사적 제339호)에는 건물 전체에 그늘을 드리울 만한 나무들과 대숲이 있어 건물과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전국 유일의 한옥 밀집지역인 이곳에는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지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한지공예 체험장, 한지를 떠 볼 수 있는 한지원, 자신의 체질을 알아보고 다양한 한방의학을 체험할 수 있는 한방체험관 등이 그것이다.
한옥마을 끝에 자리한 전주향교도 꼭 찾아가 봐야할 곳이다. 전국 어디를 찾아도 이곳처럼 개방되어있는 향교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