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첫 심장이식수술을 한 51세 환자가 이렇게 말 하더군요. ‘나는 세상을 두번 살게 되었습니다’라고.”

한국 심장외과 분야의 새 지평을 연 건국대학교 병원 흉 부외과 송명근(57) 교수.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너무 많다.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에 성공했고, 인공 심장 이식에 최초로 성공했으며, 심장 동시수술도 성공했다. 그는 국내 최다 심장이식 수술, 세계 최고의 심장이식 성 공률(98%)을 기록한‘명의’로 통한다. 또한 의학 연구의 결실로 얻은 전 재산(200억원)을 사후 기부하기로 5년 전 했던 약속이 최근 부각되면서 그는‘훈남’대열에도 올랐다. 송 교수는 성공의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나의 생각과 나의 말은 나의 삶을 지배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는 의사다.

송 교수는 1984년 미국 오리건대학병원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결심을 한다. 당시 한국은 심장이식의 불모지였다. 또한 미국에서는 좋은 연구 환경을 제공한다면서 영구 거주를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도움 받지 못하는 한국의 환자들을 택했다. 그는“나는 의사다. 한국에는 도움이 필요하지만 손도 못쓰고 죽어가는 환자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1987년 그가 머문 곳은 부천 세종병원. 당시 심장수술이 100차 례가 안됐던 상황이었지만 그는 불과 2년 만에 700건의 수술을 했다. 세종병원에 심장전문병원이 라는 명성을 갖게 해준 그는 1989년 서울아산병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국내 최초의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했으며, 초저체온 대동맥수술과 체외인 공심장을 이용한 심장이식수술을 차례로 해냈다.
지난해 건국대로 자리를 옮긴 그는 올해 1월 심 장?콩팥 동시 이식에 성공해‘역시 송명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흉부외과, 외과, 심장혈관내과, 마취과 의료진, 간호사 등 30여명이 참여한 이날 수 술은 15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환자는 2001년 인공 심박동기를 삽입했고, 2002년에는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콩팥에 암이 발생해 왼쪽 신장을 적출한 68세 노인이었다. 그는 결국 송 교수에 의해 새 생명을 얻게 되었고 송 교수는 최고의 의사임을 다시 한번 세상에 확인 시켰다. “처음에 한국에서 심장이식수술을 한다고 하니 아무 도 믿지 않더군요.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말고 차근 차근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외과의사다.

그의 환자사랑은 유명하다.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여 작은 변화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수 술 후 면역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담당의사가 한시라도 눈을 떼지 않도록 조처한다. 지난해 그는 10 월 32건,11월 32건,12월 36건의 수술을 했다. 쉬는 날 없이 하루에 한건 이상의 수술을 하는 강행군 중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후학양성에 대한 걱정은 있었다. 그는 현재 의사 지망생들이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을 상당히 안타까워했다. 단순히 힘이 든다는 이유로 외과를 기피한다면 생각이 짧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의 본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인간의 생명 을 살리는 것이며 명예도 돈도 의사에게는 부수적인 소득이라는 것이다. 그는 의대생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했다.
“모든 상황은 어려움을 극복할 때 발전할 수 있고 자기만족도 생기는 겁니다. 인생은 고생한 만큼 이 루어집니다. 단순히 외과를 기피하는 이유가 힘들다 는 것이라면 다른 일 역시 쉽게 이룰 수 없습니다. 나도 지금까지 힘든 일을 겁내지 않고 계속했기 때 문에 오늘날의 내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와 더불어 병원에서 상대적으로 힘들고 어려 운 일을 많이 하는 외과의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심장수술 분야의 발전이 병원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고 믿는다. 흉부외과는 물 론 외과, 순환기내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수술실 등 관련 부서 전체의 수준이 향상됨은 말할 것도 없 고 환자들의 서비스가 양적, 질적으로 좋아지기 때 문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심장센터를 육성하는 것이 병원뿐 아니라 대학까지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다.

수술실 내에서 그는 호랑이로 통한다. 평소의 온화 한 표정은 온데 간데 없고 불호령과 차가운 이성만이 그를 지배한다. 제자들은 주저 없이 그의 교육을 ‘스파르타식’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 말을 듣고는 웃었다.
“사실 호랑이는 아니고 후배들을 실력 있는 의사로 키우려는 욕심에서 독한 교육을 시키다 보니까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특히 예전 병원에서는 심장이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이라서 준비가 덜 된 인력들을 부득이하게 스파르타식으로 키웠죠. 덕분에 당시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같이 고생했던 의사들 대부분이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병원 안에서는 호랑이지만 그도 일에서 벗어 낫을 때는 최대한 여유롭게 호젓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야말로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주말이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가까운 산에 올라가 몸과 마음을 풀어주곤 한다.일에 대한 계획 등도 산에서 떠오르는 경우 가 많다. 편안하게 일을 잊으니 오히려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셈이다. 병원에서도 후배들에게는 엄하지 만 일에 있어서는 경쟁보다는 협조를 하는 태도로 임한다. 송 교수는“필요 없는 욕심은 줄이는 겁니 다. 긍정적인 사고로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건국대병원 안에는‘송명근 교수 심혈 관외과 클리닉’이란 간판이 내걸렸다. 대학병원에 의사의 실명 클리닉이 생긴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 다. 이로써‘의사 브랜드’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지금껏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포부를 간단하게 표현했다. “세종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보편화시키는 일을 했다면 아산병원에서는 신기술을 육성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치료법을 계속 개발 하고 최고의 중증 환자들을 안정적으로 수술하는 일들을 하려고 합니다. 심장수술에 관한한 4차,5차의 병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24시간 언제나 문을 열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