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과거의 자산운용 방식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과거에는 60세에 정년퇴임을 하고 2~3억 원 정도 퇴직금을 받고 나와, 이 돈을 은행 예금에 넣어두고(2001년 전만 해도 예금 금리는 연 10%가 넘었다)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게 평균적인 노후 설계 방식이었다. 이런 생활을 10년 정도 한 후 인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의 노후 계획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평균 수명이 길어졌고, 은행 예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 많은 노후 생활비의 증가가 불가피해 진 것이다.

하지만 기회의 요인도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반대로 운용 기간이 길어졌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60세에 은퇴한 후 운용기간이 10여 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60세 시점에서 보더라도 20여 년 이상 동안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 40세 시점에서 시작하면 무려 40여 년간의 운용 기간이 존재한다. 운용기간이 길다는 것의 매력은 소액이라도 장기 복리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매월 10만 원씩 투자해 연 10%의 수익률을 20년 간 기록하면, 투자 원금은 2천4백만 원이고, 원리금(원금+수익)은 7천6백만 원이 된다. 한편 투자금액을 매월 두 배로 늘려 20만 원씩 10년 간 투자하면 수익은 얼마나 될까. 10만 원씩 20년 투자하는 것이나 20만 원씩 10년 간 투자하는 것이나 모두 원금은 2천4백만 원으로 같다. 그러나 매월 20만 원씩 10년 간 투자하면 원금과 수익을 합해 4천1백만 원에 불과하다. 10만 원씩 20년 간 투자한 것과는 약 3천5백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

평균 수명의 증가는 단순히 물리적인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관점뿐만 아니라 이에 맞게 자산운용 기간도 길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과거처럼 60세 은퇴시점을 종착역으로 해서 그 동안 모아 놓은 돈을 곶감 빼 먹는 듯이 운용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노후 준비를 위해 소액이라도 20~40년 정도 운용한다는 마음으로 일정 금액을 떼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79년도로 돌아갔다고 가정해 보자. 이듬 해 80년은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대표적인 인덱스(지수)인 종합주가지수(현 코스피 지수)가 100으로 출발한 때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가 있어서 매월 10만 원씩 지금까지 적립식으로 투자해 왔다면, 아마도 상당한 자금을 모았을 것이다.

이 30여 년 가까운 기간 동안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한 시기였다. 4명의 대통령이 자리를 바꾸었고, 광주민주화운동 등 정치적인 사건도 있었다. IMF 외환위기를 경험했고 9·11테러도 겪었지만 한국 경제는 발전했고 주식시장도 그에 발맞추어 성장해 왔다. 이처럼 10년 아니 20년 이상의 시간은 정치·경제·군사적 사건이 주는 충격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다.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지금부터 다시 앞으로의 30년을 내다보고 노후 준비를 위해 장기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결코 비현실적인 발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발상을 하지 않고 현재 눈앞에 보이는 일만 놓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보면 더 비현실적인 사람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