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야구, 배구만 스포츠가 아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종류의 스포츠가 존재한다. Google 검색에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스포츠가 있는가(How many sports are there in the world)라고 물어보자.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en.wikipedia.org)에 이름이 올라온 스포츠 중에서 단체 종목만 따져도 100가지다. 그 중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수두룩하다. 보사볼도 그 중 하나다.

“대체 보사볼이 뭐죠?” 다들 고개만 갸우뚱한다. “그런 게 있나요? 비치발리볼이나 파크볼은 들어봤지만, 보사볼이라는 건 처음 들어보네요.” 대한배구연맹, 대한축구협회 등 관련 체육단체 여러 곳을 수소문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글쎄올시다’ 였다. 배구를 한 사람도, 축구를 한 사람도 모르긴 마찬가지다.

대체 보사볼의 정체가 뭘까?

신종 이색 스포츠인 보사볼(Bossaball)을 보면 축구와 배구의 절묘한 접점을 발견하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축구에선 골키퍼만 손을 쓸 수 있다. 반면 배구는 발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종목이다. 보사볼은 공을 치거나 받을 수 있는 신체부위에 제한이 없다. 손, 팔, 머리, 등, 엉덩이, 다리, 무릎, 발 어디든 상관이 없다. 경기 중엔 흥겨운 남미 음악이 울려 퍼진다. 보사볼이라는 이름 자체에도 보사노바(bossanova)의 리듬감이 듬뿍 담겨 있다. 보사볼 코트의 크기는 배구와 같다. 양 팀 코트의 가운데에는 배구처럼 네트가 가로놓여 있다. 코트의 바닥은 탄력 좋은 거대한 고무풍선이라고 보면 된다. 선수들은 끊임없이 점프하고 다이빙하면서 체조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고난이도의 동작을 되풀이한다.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스포츠라기보다는 일종의 서커스라는 느낌도 든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스포츠다. 보사볼 경기의 기본적인 룰은 배구와 같다고 보면 된다. 손이나 발로 스파이크를 때려서 상대 코트에 꽂으면 점수를 얻는다. 배구와 다른 점이라면 배구가 세 번 안에 상대 코트로 공을 넘겨야 하는 반면 보사볼은 여덟 번까지 가능하다는 것. 또 배구가 투터치(한 선수가 공을 연속해서 두 번 건드리는 것)를 허용하지 않는 반면 보사볼에선 투터치도 가능하다. 한 팀당 선수의 숫자는 세 명에서 다섯 명까지다. 보사볼의 가장 축구적인 요소는 발차기로 서브를 할 때와 공격 스파이크를 할 때다. 공격수는 코트 한가운데에 있는 트램펄린(trampoline) 위에서 공격 기회를 엿보며 계속 위아래로 점프를 한다. 도약 높이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밑에 있는 동료 선수가 토스를 해주면 공격수는 축구선수의 바이시클킥(오버헤드킥으로 잘못 알려진 축구기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보사볼 경기 장면을 보고 싶다면 유튜브(www.youtube.com) 검색창에 ‘bossaball’이라고 치기만 하면 된다. 보사볼 홈페이지(www.bossaball.com) 혹은 보사볼 동영상만을 따로 모아놓은 www.bossaball.net을 찾아봐도 흥미로운 경기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보사볼은 2002년에서 2004년 사이 벨기에 사람인 필립 에크만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처음 만들어진 곳은 벨기에지만 브라질과 네덜란드, 스페인, 에콰도르 등에서도 보사볼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제일 먼저 보사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보사볼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운동효과가 크다고 본 것이다. 트램펄린은 아이들의 키를 쑥쑥 크게 하는 데도 효과적인 운동으로 꼽힌다. 트램펄린 기구를 사용하는 보사볼이 ‘키 높이 운동’이라는 소문만 퍼진다면, 아마 한국에 상륙하는 것도 시간문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