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은 충남에서도 가장 깊숙하게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청정 고을이다. 칠갑산이 유명하고 고추, 구기자가 널리 알려진 곳이다. 남다른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청정 자연환경이니 이를 활용한 농촌체험마을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남양면 용두리 ‘용꿈 꾸는 마을’은 청양에서도 새롭게 뜨고 있는 체험마을이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 지명 중에 용두리만큼 흔한 이름도 없다. 서울의 용두동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용두리란 지명이 30여 곳이나 된다. 우편번호에 나오는 이름만 그 정도이니 나오지 않는 자연부락 이름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훨씬 넘을 것이다. 인구 3만에 불과한 청양에만도 용두리가 두 곳이나 될 정도다. 인근의 부여에도 한 곳이 있으니 3개의 용두리가 한 지역에 몰려있는 셈이다. 그래서 용두리가 새롭게 내건 홍보용 이름이 ‘용꿈 꾸는 마을’이다. 마을에서 박사도 배출하고 법조인도 배출하고 스포츠 스타도 배출했기 때문에 누구나 마을에서 농촌체험을 하고 하룻밤을 자고 가면 길몽을 꾼다는 뜻을 담았단다. 이쯤 되면 한 번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 차별화된 마을 이름이 틀림없다.



용꿈 꾸는 마을의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은 산양 젖 짜기와 멜론 피클 만들기이다. 산양 젖 짜기는 ‘자넨 종’이라고 불리는 산양 7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마을의 해맞이 목장에서 진행된다. 청양읍내에서 가장 큰 학원을 운영하였다는 해맞이 목장 대표 김윤호씨는 교육사업 30년 경력이 말해주듯 어린이 다루는 솜씨가 프로급이다.

“자, 지금부터는 제가 진행하겠습니다. 우리 인솔 선생님들은 학원에서 고생도 많이 하셨으니 지금부터는 푹 쉬십시오.”

유치원이나 학원, 학교에서 단체 방문을 하면 인솔 교사들이 신경을 그만큼 덜 써도 되니 편할 수밖에 없다. 김윤호씨의 인기는 인솔 교사뿐 아니라 참가한 어린이들에게도 최고다. 어린이들은 김윤호씨의 설명을 따라 손으로 산양유 짜는 방법부터 미리 연습한다. 하나 둘 셋… 산양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감싸며 차례로 쥐면 ‘찌익’하고 산양유가 나온다. 김윤호씨가 산양유 짜는 시범을 보이면서 둥그렇게 모여 있는 어린이들을 향해 짓궂게 젖을 쏘자 온통 웃음바다가
된다. 시범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젖 짜기는 쉽지가 않다. 한두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능숙하게 젖을 짤 수가 있다. 젖 짜기에 성공하면 종이컵에 이를 받아서 한 잔씩 마셔도 보고 산양유로 만든 요구르트 시음도 해보는 것이 젖 짜기 체험의 주요 내용이다. 산양 젖 짜기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도 좋아하지만 산양유가 몸에 좋다는 걸 아는 어른들도 적극적이다. 해맞이 목장에 산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승마용 말도 있고 이름난 개들도 많아 아이들이 좋아한다. 풀어 놓고 키우는 토종닭들도 있어 계란 줍기 체험도 가능하다.

마을 특산물로는 쌀과 함께 멜론을 빼놓을 수 없다. 용꿈 꾸는 마을의 멜론은 특히 당도가 높아 인근 타지에서 출하하는 멜론보다 훨씬 비싼 값에 거래된다고 한다. 멜론을 키울 때 솎아내는 어린 열매들을 예전에는 모두 버렸는데 농촌체험마을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두 보관하게 되었다. 멜론 피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객들은 마을 주민들의 지도로 멜론을 직접 다듬어서 피클을 만드는데 그 맛이 시중의 피클과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멜론은 흔치 않을 뿐 아니라 몸에도 좋다고 하니 웰빙 먹을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단번에 성공하였다. 여름에는 마을 하천이 생태 체험장으로 변한다. 깨끗한 물이 흐르고 물을 가두어 막은 보가 체험하기 알맞을 정도로 곳곳에 만들어져 있어 물놀이나 하천 생태계 탐구 학습에 좋은 조건을 지녔다. 가볍게 발만 담그는 어른들도 있고 아이와 함께 족대를 잡고 수초를 후적후적 거리며 물고기를 잡는 관광객들도 있다. 이곳 하천은 된장이나 미끼용 떡밥을 이용해 어항을 쳐 놓아도 많은 물고기가 들어갈 정도로 물이 깨끗하고 물고기도 많다. 가벼운 탁족의 즐거움이 목적이든 깊이 있는 하천 생태계 탐구학습이 목적이든 결국 나중엔 모두 물놀이로 끝난다. 깊지 않고 물살도 세지 않아서 어린이들이 찰방찰방 놀기에 적당하니 그 유혹을 어찌 뿌리칠까?

마을에는 밤나무도 많아 가을이면 밤 줍기 체험이 가능하다. 밤나무 단지 중에서도 소원을 들어준다는 바위가 있는 .마을의 명소 석문안골 가는 길은 접근하기가 쉬워 밤 줍기 체험장으로 제격이다. 서울 근교나 공주 등의 유명 밤 농장과 달리 아직은 체험객들의 이용이 많지 않아 밤 담아갈 수 있는 망의 인심이 야박하지 않고 참가자들이 아직은 많지 않아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마을 체험관은 농촌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운동기구로 가득하다. 주민들의 건강관리와 관광객들의 체력단련을 겸해서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체험관 뒤로는 마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다듬어져 있다. 계절 따라 꽃도 많이 피어나니 여유있는 일정이라면 용머리에서부터 시작되는 마을 산책도 권할 만하다.

청양은 칠갑산과 함께 고운식물원, 고추랜드 등의 명소가 있다. 청양읍 군량리 11만평의 부지에 자리한 고운식물원은 2003년 문을 연 곳으로 미선나무, 가시연꽃 등을 비롯하여 초본류 4,000여 종, 목본류 1,900여 종 등 6,000여 종의 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단풍 나무, 장미, 무궁화, 비비추 등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규모가 너무 크지도 않고 적당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