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야, 빵야!”
제대로 한판 붙었다. 물총으로 무장한 아이와 아빠가 총싸움으로 흠뻑 젖었다. 물 위를 뛰어다니며 빵야, 빵야! 물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고개만 내밀면서도 빵야, 빵야! 총을 정통으로 맞았는데 오히려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엄마는 카메라를 꺼내들고 이리저리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없다.
“엄마도 들어오세요!”
엄마는 그저 웃기만 한다. 가족들이 계곡에서 노는 모습만 봐도 무더위를 잊은 듯한 얼굴 표정이다. 아마 속마음은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이때 마을 아주머니들이 넓은 쟁반을 가지고 계곡으로 온다. 오전에 온 가족이 모여앉아 빚었던 개떡을 그새 쪄 온 것이다. 흠뻑 젖은 몸으로 개떡을 집어 먹으니 세상 그 어느 간식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 보릿고개마을로 알려진 이곳에는 여러 가지 자랑거리가 있지만 그중 제일은 바로 이 계곡이다. 마을이름을 따서 ‘연수리 계곡’이라고 부르는데, 물이 맑고 깨끗하여 1급수에 산다는 버들치 같은 물고기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이렇게 깨끗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양평의 영산이라 불리는 용문산 자락이 빚은 청정 계곡인데다가 외부에도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기 때문이다.
“옛날 어려웠던 시절을 보릿고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끼니 걱정했던 그 시절을 요즘 사람들은 알 리가 없지요. 옛날을 생각하며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보릿고개마을이라고 이름을 지어봤습니다.”
마을 대표는 보릿고개마을이란 이름의 유래를 설명해 주면서 점심 식사 자랑을 덧붙인다.
“우리 마을의 점심 식사는 보리밥입니다. 누가 와도 예외 없이 보리밥을 먹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와도 보리밥입니다.”
보릿고개마을만의 특징을 살리려다보니 몸에 좋은 참살이 식단인 ‘보리밥 정식(보리밥에 산나물을 넣고 고추장과 함께 비벼먹는 일반적인 보리밥 식사)’을 생각하게 되었고 보릿짚을 이용한 여치 집 만들기 같은 짚풀 공예 체험과 보리개떡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도 고안하게 되었다. 보리개떡 만들기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개떡이라고 해서 둥글넓적한 옛날 개떡을 상상하면 안 된다. 아이들 손에서 빚어진 개떡은 둥그런 모양이 아니고 별 모양, 나뭇잎 모양, 공룡모양, 집 모양 등으로 참 다양하다. 마을에서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쑥과 단호박 등으로 녹색 반죽과 노란색 반죽도 준비해 내놓으니 삼색의 칼라 개떡이 만들어진다. 게다가 더불어 나온 콩으로 한껏 멋을 부리니 개떡이 선생님 얼굴도 되고 아빠 얼굴도 된다. 콩알을 박아 짧은 글씨도 만들어내니 아무리 개떡이라지만 먹기가 아쉽다.
그 외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인기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손두부 만들기, 꼬마 솟대 만들기, 시골택시로 통하는 경운기 타기, 계곡 생태체험 등이 있다. 농촌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산나물 뜯기, 옥수수 따기, 복숭아 수확 등과 같은 농산물 수확 체험은 기본이다. 양평의 농산물은 품질만큼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인해 친환경 농법을 시행하고 있는 공인된 청정지역이기 때문이다. 당일 일정이 아닌 숙박 일정으로 마을을 찾는 이들도 많은데 농촌체험이라고 허름한 민박을 예상하면 오산이다. 도시민들을 유혹하는 황토로 지은 멋진 체험관과 숙박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농촌체험 프로그램 외에 아기자기한 즐길 거리도 있다. 마을에 둥지를 틀고 활동하는 도예공방과 허브찜질방이 대표적이다. 도예공방은 마을과 연계하여 도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허브를 이용한 찜질방이라는 이색 테마의 허브 찜질방도 나름대로의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을 바로 밑에 경기도 영어마을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이색적인 분위기의 건물들이 전원의 풍경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하루가 아쉬운 물의 나라 양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