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O YOU KNOW 김장훈?
그가 누구인지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도 자신이 한 단어로 정의되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단지 그와 관련된 일들을 열거해 그를 묘사할 뿐이다. 2007년 1월16일 김장훈은 한 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 발전 기금으로 5천만원을 기부했다. 자신의 콘서트에 카이스트가 개발한 휴먼로봇을 출연시키면서 답례 차원에서 기부한 것이다. 이후 2008년 2월14일에도 카이스트에 발전 기금 5천만원을 기부했다. 2007년 4월16일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김장훈의 선행이 액수로 공개된 날이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김장훈은 3개의 보육원과 후원하는 학생들에게 보내는 돈만 1달에 1500만원이며, 9년 동안 30억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본인은 보증금 5천만원 월세에 살고 있었다.
김장훈은 2007년 11월20일 ‘제19회 아산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하고 상금 전액과 자신의 돈을 보태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1억 5천만원을 기부했다. 기름유출 사 고로 신음하는 충남 태안에는 5억원을 기부했다. 또한 300여 명의 일꾼을 이끌고 직접 태안에서 봉사 활동을 벌였다. 지난 6월28일에는 서해안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대규모의 ‘서해안 페스티벌’도 열었지만 정작 본인은 무대 위에서 피로 누적으로 기절하는 사고를 당했다. 7월4일만에 무대로 복귀한 그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면서 활짝 웃었다.
지난 7월9일에는 미국의 뉴욕타임즈에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게재해 많은 사람들을 감동케 했다. 뉴욕타임즈 A15면에는 독도와 동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확한 역 사 인식을 촉구하는 글귀를 담은 광고가 실렸다. 그 글귀는 ‘DO YOU KNOW?(당신은 아십니까)’였다. 사람들은 기부천사 김장훈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격하 게 사랑하는 국민이었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VANK(반크)의 홍보대사인 것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1년간 1억 3천만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난해 홍보대사를 할 수 있겠냐며 찾아갔더니 1년 간 나를 지켜본 뒤 홍보대사를 요청했어요. 1년 간 간을 본 거죠.”

2. 그는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지난 5월17일 김장훈은 쇠고기 수입 반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민심은 천심이라 거스를 수 없다고 했는데, 머리 숙여 사죄하면 그만인 것을 어린학생을 수업 중에 겁을 주고 민심을 거슬러 불법집회로 간주하여 사법처리를 강행하고 배후세력이라 주장하며 전교조를 몰아세우고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17일 저녁 김장훈이 오른 무대는 장엄했다. 사람들은 늘 보던 그의 즐거운 무대가 아닌 엄숙한 무대를 마주했다. ‘사노라면’을 부를 때 시민들은 함께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흐 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 내일은 해가 뜬다 / 내일은 해가 뜬다’
그는 말을 아꼈다. 그는 “가수는 노래로 말한다.”면서 ‘난 남자다’, ‘소나기’ 등을 불렀다. ‘기부 천사’보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가수’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록’이었다. 평소에는 부드럽지만 왜곡된 상황에서는 촛불과 같이 은근하지만 환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손에 든 촛불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잠시 서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3. 괴로운 삶을 발차기로 날리다
김장훈은 공황증을 앓고 있다. 무대 위에서 펄펄 날지만 정작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하는 것이다. 2년간 300회의 전국 투어를 계획했다. 일주일에 지방을 돌며 3∼4번 공연을 하면서 하루에 1∼2시간 밖에 못 자기도 한다. 그는 유년시절에도 병약해 병원신세를 종종 져야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 왕따의 경험, 가출 등 유년은 괴로웠다. 로커가 된 후 1991년 데뷔앨범을 냈지만 한동안 그는 가난 속에서 살아야 했다.1996년 9월 발표한 정규 3집 앨범 타이틀 곡 ‘노래만 불렀지’의 가사처럼 그는 한동안 ‘노래만 불렀다’. 1991년 데뷔 앨범 ‘그 곳에’로 데뷔한 후 1998년 4집 앨범 ‘나와 같다면’으로 빅히트를 치기 전까지 경원대학교 영문과방 소파에서 자는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 그를 구한 건 도산 안창호 선생이었다. ‘국민 개개인이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면 부국강병 한다’는 말이었다. ‘착실은 성공의 기초’라는 말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가 나라의 일에 나서고 돈을 모아 기부를 하게 된 정신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인기를 즐기고 망가지기도 하는 김장훈에게 ‘로커의 변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4집 이후 김장훈의 히트곡 대부분이 ‘나와 같다면’,‘슬픈 선물’, ‘혼잣말’ 등 발라드라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장훈은 “관객과 팬들이 원하면 완전히 망가져야 하는 게 맞다.” 고 말했다. 팬들이 ‘엔터테이너’를 원하면 망가지고, 팬들이 거친 록을 거부하면 발라드를 위해 마이크를 든다. 코스프레에 발차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팬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로커’다.
그는 최근 ‘소나기’를 발표하고 본업인 가수로 돌아왔다. 김장훈은 “이제 내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그의 웃음 뒤에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는 그의 정의감이 살짝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