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명한 연예인은 거의 국빈 수준의 대접을 받는다. 보디가드들에 둘러싸여 가까이 가기도 어렵다. 그리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멀리 돌아다니면서 활동할수록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 된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연예인들이 본다면 그야말로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된’ 정도의 변화라고 할 만하다. 보아나 비 같은 유랑 연예인이 오히려 최고의 주가를 누리는 세상이다.
그러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조선시대 연예인들은 전혀 달랐다. 그들은 천민 계급에 속했지만 천민이라고 해도 같은 천민이 아니었다. 사대부들과 어울리는 기녀들은 천민이라고 해도 고급 예인에 속했고, 권세 있는 집 노비들은 천민이라고 해도 상전만큼이나 위세가 있었다. 천민 중에도 제일 천한 이들이 사당패라고 불린 유랑 연예인들이었다. 이들은 백정이나 무당만큼이나 사람대접을 못 받는 존재들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유랑했지만 그 때문에 밑바닥 주가를 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본래 사당패는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남사당패였다. 그래서 그 기원을 사찰의 걸립승(乞粒僧)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조선 초기 척불숭유(斥佛崇儒) 정책에 따라 상당수의 절이 문을 닫게 되자 걸립승들이 먹고 살기 위해 떠돌아다니며 자신들이 익히고 있던 기예를 판 것이 사당패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사당은 한자로 ‘社黨’으로 쓰지만 본래는 사가 ‘寺’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여사당이 생겨났다. 아마도 18세기 쯤 먹고 살기 힘들어진 유랑민들 가운데 재주 있는 여자들이, 혹은 남사당을 따라 다니다가 독립한 여자들이 여사당패를 만들지 않았을까. 어쨌든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살았던 이옥(1760~1816)이 쓴 <봉성문여(鳳城文餘) >의 사당(社黨)에 대한 부분을 보면 특히 여사당들의 삶이 어떠했으며 사회적으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서울 이남에 무당 같으면서도 무당이 아니고 광대 같으면서도 광대가 아니고 비렁뱅이 같으면서도 비렁뱅이가 아닌 자들이 있어, 떼 지어 다니면서 음란한 짓을 하고 있다. 부채 하나를 손에 쥐고 장터를 만나면 연희를 하고, 집집마다 다니며 노래를 불러 남의 옷과 음식을 도모하는데 방언에 이를 일러 ‘사당’이라고 하고, 그 우두머리를 일러 ‘거사’라고 한다. 거사는 소고를 두드리며 염불만을 하고, 사당은 가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를 농락하는 것으로 그 재능을 삼는다. 매양 훤한 대낮,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남자의 입술을 깨물고 손을 끌어당겨, 온갖 꾀로 돈을 요구한다. 그러기를 예사로 하면서 얼굴은 조금도 붉어지지 않는다. 대개 생명이 있는 무리들 가운데 가장 추하고 더러우며, 이 무리보다 천리와 인도를 상실함이 심한 자는 없다.

이옥은 그 글에서 여사당들을 대단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사당들도 우두머리인 꼭두쇠는 대개 남자를 내세웠는데 그게 이옥이 말하는 거사다. 이옥은 여사당패를, 가무를 내세워 사내들을 끌어 모아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추하고 더러운 무리’로 보고 있다. 물론 이옥의 사당에 대한 평가는 상당 부분 진실을 담고 있다. 실제로 남사당패든 여사당패든 생존을 위해 성(性)을 팔았으니까 말이다. 사람대접도 못 받았던 사당패들은 후기 사회의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체반정의 피해자였던 이옥, 스스로 아웃사이더 지식인이었던 이옥이었지만 사당패들의 내부 사정이나 내면을 다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인도를 상실했다고 했지만 사대부들만큼이나 위계가 철저했다. 여사당이든 남사당이든 어른인 꼭두쇠를 여자가 하는 법은 없었고, 남성 꼭두쇠를 보좌하는 곰뱅이쇠가 있었고, 각 기예 분야의 선임자인 뜬쇠가 있었고, 뜬쇠 밑에는 기능에 익숙한 가열들이 있었고, 가열 밑에 초짜들인 삐리가 있었다. 그래서 대개 어린애들인 삐리들은 때때로 어른들의 노리개가 되곤 했다.
한데 이런 사당패들의 위계와 질서를 깨뜨린 여자가 있어 우리의 관심을 끈다. 19세기를 잠시 살았던 바우덕이, 김암덕(金巖德)이 그다. 이런 민요가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바우덕이는 안성의 유명한 사당패의 꼭두쇠였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바우덕이는 다섯 살에 사당패에 삐리로 들어와 열다섯 살에 꼭두쇠가 되었다고 한다. 사당패들은 다수결에 의해 꼭두쇠를 뽑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체 무슨 연유가 있었기에 열다섯 처녀를 사내들이 꼭두쇠로 뽑았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유는 바로 바우덕이의 탁월한 예술적 능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바우덕이가 줄을 타고 재담을 하면 놀이판의 관중들은 넋을 잃었다. 오죽하면 “줄 위에 오르니 돈 쏟아진다”고 노래를 불렀을까? 이런 바우덕이의 예능을 확인시켜준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경복궁 중건 공사에 불려 나가 대원군 앞에서 재주를 보였던 일이다. 바우덕이의 재주에 얼마나 감탄했던지 대원군은 높은 벼슬아치들만 쓰던 옥관자를 하사한다. 그 후로 옥관자를 붙인 깃발은 바우덕이 사당패의 상징이 되었고, 다른 패들이 깃발을 숙여 존경을 표할 정도였다는 것이다.바우덕이는 사당패 내부의 소수자였다. 바우덕이 때문에 당대의 사당패들은 남성중심적 구도를 스스로 깨뜨렸다. 바우덕이로 인해 당대의 세도가 대원군은 스스로 지배자의 질서를 위반했다. 바우덕이는 지금 우리에게 사당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를 반성과 성찰로 이끄는 것이 소수자가 지닌 존재의 의미라면 바우덕이야말로 그 이름에 걸맞는 존재가 아닐까.
바우덕이는 스물세 살에 폐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는 소수자의 탁월함, 또는 특이성이 기존의 사회적 위계들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하나의 이정표로 남아 있다. 바우덕이는 예능 하나로 우뚝 선 우리 곁의 몇몇 연예인들을 생각나게 한다. 바우덕이는 그들의 조상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