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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 풍경

사연 하나. 아버지의 외출(최종훈) - “아버지가 집을 나가셨는데 안돌아 오셨어!!” 새벽 1시. 누님의 다급한 연락이었다. 아버지는 초로성 치매를 앓고 계셨는데 통원 치료를 하며 평택에 사시는 누님이 모시고 있었다. 한달음에 누님 댁으로 달려가 동네방네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 검정색 바지 입은 노인 못 보셨어요?" 나는 아버지 집 주변에서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닥치는 대로 물었다. 누님도 소리를 지르며 사방팔방 아버지를 찾아 다녔다. 골목길, 음습한 주택가, 후미진 주차장 내부, 불 꺼진 슈퍼마켓, 공중 화장실 등. 아버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치매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나의 아버지에게도 닥친 것이다. 이미 머릿속에는 ‘아버지를 잃어버린 천하의 불효막심한 놈’이라는 말이 평생 나를 따라다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내 가슴을 짓눌렀다. 그때 누님 핸드폰 벨이 울렸다. "혹시, 할아버지 찾고 계신 가족인가요?" 다급한 목소리의 경찰관 음성이 핸드폰 건너 내 귀에도 쩌렁쩌렁 들렸다. 아, 아버지를 찾았다. 드디어 아버지를... 주르륵 눈물과 함께 다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고맙다는 말을 수 백 번도 더 하고 누님은 전화를 끊은 뒤 그 자리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경찰서에서 만난 아버지의 얼굴은 의외로 평온하셨다. 내가 염려 했던 것처럼 공포나 두려움 보다는 잠시 외출했다 오신 분 같았다. "아부지, 어디 가셨었어요. 왜 나갔어요?“ 아버지 팔 소매를 붙잡고 울부짖는 누님의 표정과 달리 아버지 얼굴에는 ‘얘가 왜그러냐’는 듯 감정의 높낮이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얼마 후 어쩌면 아버지는 정말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 당신께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이 정답 없는 물음 앞에서 나는 그저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사연 두울. 동묘 벼룩시장의 하루(안상현) - 흘러간 유성기에 술취한 가락처럼 이동식 구루마에 끽끽대며 밀려나가는 지난날에 폐품들 소리 한때는 빛을 발하던 제품이었지만 부러지고 깨져 구멍난 양말처럼 덧대어 수리한 어머니의 모습같이 연민같은 것이 묻어난다 세월의 나이테를 더듬듯 돋보기 너머 갸웃둥 무얼 찾아내는지도 모른다 골라!골라! 천원 천~원 시끌버끌 장터로 몰려드는 사람들 떠들고 싸우고 주저앉아 울어 퍼지는 막걸리 냄새 이들에 삶 소리인지 장터를 편다 이 모두가 한잔 술에 어둠이 오고 얼마를 벌었나 자기 자랑에 소주병이 뒹굴고 하루 일당을 털어 놓는다 내일도 아침이 오려나 - 밖으로 추운 겨울이 안으로 스며드는 외로움은 더욱더 추운 것 같구나

사연 세엣. 부모는 자식의 거울(주필숙) - 일요일 아침 남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 2학년 딸아이와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다가 이런 말을 하였다. “너희들 이다음에 엄마 나이 들면 너희들이 엄마 아빠 부양해야 한다. 용돈도 꼬박꼬박 줘야한다 알았지?” 그랬더니 작은아이는 자기가 월급 받으면 반은 엄마께 드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께 집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다 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평소 과묵하고 조용한 아들의 대답에 순간 멍해졌다. “엄마는 할머니께 용돈 드리나요? 저도 다음에 자식도 키우고 해야 하면 돈도 많이 들어갈 텐데 ”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남편은 나를 보고 웃는다. 얼마 전 할머니 용돈 때문에 남편과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소일거리로 용돈을 버시기에 명절이나 생신 외엔 따로 용돈을 드리지 않는다. 우리집 생계도 항상 허덕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들의 말은 너무 서운했다. 그냥 빈말로 던져본 질문이었는데 그 대답이 부모님, 시부모님에게 했던 행동들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했다. 이번 달부터 내 생활을 쪼개서라도 부모님께 효도하는 자식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지금보다 더 자주 찾아뵙고, 전화도 자주 드려야겠다는 생각. 내가 먼저 실천한 다음 아들에게 큰소리로 말할 것이다. “아들아, 엄마는 이렇게 할머니 할아버지께 효도한다.”

내 마음의 풍경은 독자 여러분들의 글과 시로 채워집니다. 채택된 원고에 대해서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단, 다른 곳의 게재되었던 원고는 받지 않습니다. 원고 보내실 곳 npszine@n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