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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마음의 병(글 : 안영환 원장 / 한침한의원) 對症療法 : 어떤 질환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원인이 아니고, 증세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치료법. 예를 들어 폐결핵으로 미열(微熱)이 있는 환자에게 해열제를 투여하는 등 고통을 줄여주는 치료. 며칠 전 한 할머니께서 남편 손에 이끌려 한의원을 찾아오셨습니다. 피부에 희귀병이 생겨서 병원을 다녔지 만 딱히치료법이 없어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쓴 약이 너무 독해 고관절에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무시무시한 병이 생겨서 수술까지 받아 거동이 불편해진 상태였습니다. 소화기도 좋지 않아 식욕도 없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아서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면서 드신 지도 오래되셨다고 하셨습니다. 잠을 잘 때에도 한밤중에 깨기를 수차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의미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힘든 감정 상태로 수십 년을 살아오셨는데 몸에 병이 나지 않는게 이상하지요. 물론 병원에서는 희귀병이라고 하지만 몸의 주인인 환자 자신은 이렇게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왜 병들었는지 말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제가 여쭤봤습니다. “왜 이렇게 되셨다고 생각하세요?” “저요? 옆에 있는 남편의 못된 시누이들 때문이에요.” 남편분의 표정이 금세 굳어지고 두 분의 언쟁이 시작됩니다. “그거야 당신이 시누이들이 뭐라고 하든지 신경안 쓰면 되지. 왜 그런 쓰레기 같은 감정을 쥐고 병으로 키워?” “그게 쓰레기인 줄 알면서 왜 나한테 쓰레기를 계속 줘서 이 지경을 만드냐는 말이야.” 이렇게 말씀하시며 할머니는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또 한 분이 계십니다. 결혼한 지 오래 안 된 새댁인데 얼굴의 말초 신경 중 삼차신경이라는 곳에 병이 들어 한의원에 오셨습니다. 안면마비도 마찬가지지만 삼차신경통 역시 위장과 연관성을 가집니다. 당연히 소화도 안 되고, 의욕도 없고, 팔다리 무겁고, 머리도 맑지 못하며 심하면 머리가 빠개질듯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굴의 통증이 가장 심해서 나머지 증상은 애교로 봐 줄만 하다고 하시네요. 삼차신경통이라는 게 그만큼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질환입니다. “언제부터 이러셨어요?” “옛날에도 한번 이런 적이 있었는데, 결혼하고나서 갑자기 또 그러네요.” “어떤 상황에서 이러세요?” “시부모님들을 갑작스럽게 만나 뵙고 난 이후에 이래요. 남편이 미리 이야기도 안 해주고 주말에 갑자기 시댁에 갔었거든요.” 증상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거죠.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갑작스런 상황 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가슴과 명치 아래 기운이 막히고 뭉쳐 위장이 굳 어지고, 소통이 잘 안되어 그 병변이 얼굴로 드러난 겁니다. 침을 놔드리고 병이 발생된 원인을 설명 드리니얼굴로 병이 드러난 시점과 상황이 일치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침을 맞으니 마음도 차분해지고 얼굴 증상도 상당히 가라앉았다고 만족하시면서 한의원을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 다시 한의원에 오셨는데, 지난 번보다 더 통증이 극심하다고 발을 동동 구르셨습니다. “언제 갑자기 심해지신 거예요?” “침 맞고 삼일 째까지 계속 괜찮았는데, 어제 갑자기 시부모님이 집으로 찾아오신 다음부터 이러네요. 증상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도 그렇고 남편이 좀 일찍말해주었으면 좀 나았을 텐데......” 역시나 이렇게 이유가 분명합니다. 결혼한 지 오래되지 않은 상태여서 서먹하고 어려운 시부모님과 함께 있으면서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았던 겁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기 때문에 증상도 나아지리라 봅니다만, 시부모님에 대한 마음의 부담감을 스스로 줄이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것입니다. 평생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첫 번째 환자인 할머님의 시누이들도, 두 번째 환자분의 시부모님도 자신들이 올케와 며느리의 발병에 빌미가 되었다고는 꿈에도 상상 못할 겁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고 하지만, 돌을 던진 사람은 개구리가 맞아 죽어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병의 원인이 시누이, 시부모님이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병의 원인은 바로 그들에 대한 ‘나의 마음’입니다. 이를 정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기간 동안 그들을 원망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요? 억울한 일을 당한 것도 나이고, 병이 드는 것도 나라니. 이렇듯 지독하고 끈적끈적한 마음을 오래 가지고 있는데 병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것입니다. 건강의 비결 바로 건강한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미움의 대상과 내 마음을 분리시키는 것.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내가 살기 위한 것이고, 내가 감정의 주인임을 자각하기 못하면 결국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병을 얻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시누이도, 시부모님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다만 내가 일으킨 내 마음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제껏 그들이 나에게 주는 것이라 착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그 대상에 대해서 내가 만든 ‘나의 감정’입니다. 바로 그것을 계속해서 자각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시누이 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살피기 시작할 것이고 그것을 통하여 내가 스스로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변화라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낸 감정들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마음이 편해지고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이 세상은 완벽한 법칙과 조화 속에서 흘러가고 있습 니다. 오직 내 마음이 문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자, 이제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아무 문제도 없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