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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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말한다

살 맛 나는 세상!(글 : 이신희 / ‘2013 두루누리 사회보험 수기공모전’ 대상 수상작) 1997년 12월 3일 우리나라에 IMF라는 게 발생했습니다. 저는 IMF가 뭔지도 모르는 나이에 대학 생활을 하다가, 2000년도에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곧 경제가 좋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정규직, 계약직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방대 출신이기에 대기업, 중견 기업에는 이력서를 내밀지도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취업이 힘드니 공무원 준비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신림동이라는 곳에서 공무원 수험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공무원시험에 합격하려면 적어도 3년은 마음먹고 공부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 남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나름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수험생활을 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뜻하지 않는 비보였습니다.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생활비, 숙식비로 보통 100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또다시 1년을 더 준비해야 하는데 경제적인 형편이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책을 싸들고 지방으로 내려왔습니다.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이어갔지만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잘 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취업, 결혼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고 저의 마음은 점점 다급해졌습니다. 조급한 마음과 달리 어느덧 세월이 훌쩍 흘러 서른 중반이 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자신감은 없어져만 갔고, 갈수록 내가 공부를 하는 게 아니고, 공부가 나를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공무원 수험 생활을 끝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젠 무슨 일을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거듭하며 정보지를 보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생활 정보지에는 생산직 몇명, 선박회사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구인구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켜만 준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저는 공장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3교대 근무였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일해도 경험이나 기술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분들에 비해 월급이 50만원~80만 원 정도가 차이가 났습니다. 이것저것 떼고 나니 저의 첫 월급은 90만 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께 난생 처음 용돈이라는 걸 드릴 수 있었고, 그 기쁨에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으며 직장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2012년 7월 어느 날, 인터넷에서 ‘두루누리 사회보험’이 시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 정말 우리 공장을 위한 지원이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께 사회보험 가입 이야기를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더라도 사장님에게 사회보험료 부담이 있으니 쉽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평소처럼 작업하고 있는데, 반갑게도 사장님이 먼저 직원들을 모아놓고 두루누리 사회보험을 설명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10명 미만 사업장, 저소득 근로자에게 많은 돈은 아니지만,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을 지원해주니 우리 공장도 가입신청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루누리 덕분에 저는 1년에 36만 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인데 사회보험에는 더욱 다양한 혜택이 있었습니다. 고용보험에 근로자 수강 지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사회복지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두루누리 사회보험을 모르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과 사업장 사장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사장님들에게는 적은 돈이지만, 월급을 받는 처지에서 이러한 작은 지원이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려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에게는 인생의 신조라고 할 수 있는 글귀가 있습니다. ‘배우면서 나는 갖추어 간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라는 링컨 대통령의 말입니다. 지금은 경험과 기술이 없어 다른 분들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관심 있던 사회복지 분야의 공부를 지금이라도 다시 해나간다면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사장님의 결단이 저에게 큰 혜택으로 돌아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올해부터는 지원 대상이 월 보수 130만 원 미만인 근로자로 기준이 완화되어 50%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니 너무 좋은 소식이 아닌가요. 저는 아직도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과는 달리 새로운 목표와 이를 이루도록 도와주는 사회보험이라는 지지대가 생겼습니다. 최근 노랗게 익어서 달콤한 참외를 사들고 집에 갔습니다. 밝은 모습으로 참외를 사가지고 들어오는 아들을 부모님께서 반겨주셨습니다. 참외를 먹으며 정겨운 얘기꽃을 피우니 문득 ‘참살 맛 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도 태양은 뜰 것입니다. 씩씩한 발걸음으로 직장 문을 열겠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작은 혜택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 갈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사람의 향기가 물씬 나는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이란? - 근로자가 10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의 저임금 근로자*를 위하여 국가가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보험료 50%를 지원하는 제도 (※ 월 평균 보수가 130만원 미만인 근로자(‘13년 보건복지부장관 고시 기준)(